▲ 중국이 미국 정부의 반도체 규제 강화를 앞두고 수 개월에 걸쳐 생산장비 및 HBM 물량을 축적해뒀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국 반도체 기업 SMIC 생산공장 내부. |
[비즈니스포스트] 중국이 미국의 반도체 규제 강화에 대비해 수 개월에 걸쳐 주요 생산장비 및 고대역폭 메모리(HBM)를 대량으로 구매해 비축한 것으로 파악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5일 “미국이 최근 발표한 새 반도체 수출 규제를 계기로 중국의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더욱 속도가 붙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바이든 정부는 다수의 중국 반도체 기업을 블랙리스트에 추가해 미국산 장비나 소프트웨어, 기술 등을 사실상 수입할 수 없도록 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을 비롯한 고사양 반도체도 생산 과정에서 미국의 기술이 활용돼 대중국 수출 규제 대상에 포함된다.
중국은 이에 맞서 갈륨과 게르마늄, 안티모니와 흑연 등 주요 산업용 소재와 희토류 수출 통제를 강화하며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전 세계 대부분의 생산량을 중국이 책임지는 핵심 군사 및 산업용 소재 공급망을 차단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의 새 규제가 중국 반도체 산업에 단기적으로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나온다고 전했다.
중국이 이미 미국의 제재 가능성을 예측하고 선제 대응에 나섰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국은 수 개월 전부터 인공지능(AI) 반도체에 필요한 HBM과 생산 장비 재고를 대량으로 축적해 왔다”고 보도했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HBM과 미국산 반도체 장비를 구입할 수 없게 되더라도 중국 반도체 기업들이 한동안 사업을 운영할 수 있도록 대비책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창신메모리(CXMT)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이 자체적으로 HBM을 개발해 생산하며 자급체제를 갖춰내려는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조사기관 데이브칼 연구원은 파이낸셜타임스에 “중국 기업은 아직 HBM 대량생산에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전했다.
중국 기업들이 미리 축적해 둔 재고 물량이 바닥난다면 인공지능 반도체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뜻이다.
그러나 반도체 장비 분야에서는 이미 상당 부분 자급체제 구축이나 공급망 다변화가 이뤄진 만큼 미국의 이번 규제가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증권사 번스타인은 “중국은 이미 3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반도체 공급망에서 미국 의존을 낮추는 데 힘써왔다”며 “다른 국가들이 미국과 유사한 수준의 엄격한 규제를 도입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