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4년 만에 흑자 전환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베트남의 낮은 인건비와 숙련된 인력을 활용해 수주 경쟁력을 더 끌어올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 김형관 HD현대미포 대표이사가 베트남에서 생산능력 확대를 추진한다.
20일 HD현대미포 안팎 취재를 종합하면, HD현대미포의 종속회사인 HD현대베트남조선은 생산능력을 현재 연간 15척에서 23척으로 50% 확대 투자 계획을 베트남 정부에 공식 승인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국내 조선소는 용접공 등 인건비가 높아 생산 능력 확대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또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인력 부족을 메워왔으나, 인건비 문제를 여전히 해소하진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중국보다 인력이 젊고, 인건비가 낮은 베트남 생산설비를 늘려 중국 조선소 등과 수주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현재 총 50만2천 톤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번 증설을 통해 도크와 안벽의 길이를 연장하고 조립, 도장 공장을 확장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증설은 HD현대베트남조선이 소재한 베트남 중부 카인호아성 99만 제곱미터 부지에 40만톤급 도크 1기와 10만톤급 도크 1기, 1.4km의 안벽을 대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증설과 관련해 베트남 국영은행과 협력해 자본을 확충할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칸호아성의 기관지 바오칸호아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지난 9월24일 응우옌 탄 투안 인민위원회 위원장 겸 당위원회 부서기가 울산 HD현대미포조선소에서 김형관 대표를 만나, 동남아시아 최대 조선소로 성장한 칸호아성 내 조선 합작사를 기반으로 추가 투자를 검토했다고 전해졌다.
HD현대베트남조선이 생산능력을 확대하는 것은 HD현대미포의 급증한 수주 잔고와 포화 상태에 도크 상태 때문이다.
▲ HD현대미포의 수주 잔고는 2020년 106척 수준에서 2024년 3분기 말 현재 179척으로 급증했다. 조선소 가동률은 100%에 육박해 베트남 조선소의 생산설비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HD현대미포의 수주 잔고는 2020년 106척에 불과했으나, 지난 4년간 신규 수주가 급증하며 2024년 3분기 말 현재 179척을 기록했다.
가동률은 HD현대미포가 96.47%, HD현대베트남조선이 94.61%에 달해 두 조선사 모두 도크를 풀 가동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는 향후 증설로 수주와 실적을 모두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베트남조선은 지난해 선박 12척을 인도하며 매출 5억4940만 달러를 기록한데 이어 올해 3분기까지 매출 4억3606만 달러, 영업이익 1201만 달러를 거뒀다. 수주 잔고는 56척이다.
HD현대베트남조선의 모기업이자 그룹 내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HD현대미포는 지난 2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해 4년 만에 연간 흑자 달성을 예고하고 있다.
회사는 중형 석유화학제품 운반선(PC선) 시장에서 수주 잔고 점유율 30%를 유지하며, 11월8일 기준으로 올해 수주 목표 31억 달러의 185.6%를 달성했다.
베트남 증설을 이끌고 있는 김 대표는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졸업한 후 1993년 현대중공업에 입사해 31년간 현대중공업 생산본부장 부사장과 HD현대삼호 부사장 등을 역임한 정통 HD현대맨이다.
그는 올해 10월 "그동안 인력 확보에 주력해왔으며, 2023년 1600억 원 적자 상황에서도 공장 신설과 증설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해왔다"며 "기존 시장에서 최강자라는 이유로 안주하는 상황을 경계하고, 한발 더 앞서 나가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HD현대베트남조선 관계자는 "HD현대베트남조선은 중국만큼 풍부한 노동력과 자원에 더해 모기업인 HD현대미포를 비롯한 HD현대 조선 계열사들의 높은 기술력, 생산관리 노하우, 영업망 등을 바탕으로 시너지를 발휘, 중국 조선업계와의 경쟁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규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