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물산이 도시정비 수주에서 공세로 전환하면서 현대건설과 맞대결을 펼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삼성물산은 도시정비사업에서 기존 선별 수주를 벗어나 래미안 브랜드를 앞세운 적극적인 수주전 참여로 전략을 변경해 대응하는 것으로 보인다.
18일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모두 해당 사업에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한남4구역 도시정비 사업에서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의 맞대결이 본격화한 것이다.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도시정비 사업에서 맞붙는 것은 2007년 서울 동작구 정금마을 재건축 수주전 이후 17년 만이다.
▲ 한남4구역 예상 조감도. <한남4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 조합>
2007년에는 현대건설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승리해 이수 힐스테이트를 건설했다. 서울 동작구 이수 힐스테이트는 현대건설이 2013년 2월 준공한 15개 동, 최고 15층, 680세대 규모의 아파트 단지다.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은 서울 용산구 보광동 360번지 일대에 51개 동, 지하 7층~지상 22층, 2231세대 규모의 공동주택 및 부대복리시설을 짓는 사업이다.
한남4구역은 조합원 숫자가 1160여 명으로 한남2·3·5구역보다 적다. 덕분에 일반분양 물량이 1981가구에 이르러 한남뉴타운에서도 수익성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사비는 모두 합쳐 1조5723억6559만 원이 책정됐다. 3.3㎡당 공사비로 환산하면 940만 원으로 1천만 원을 넘지 않았다.
삼성물산은 최근 한남4구역 외에도 주요 도시정비사업에서 그동안의 선별 수주에서 벗어난 공격적인 수주 전략을 펼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3구역도 삼성물산이 노리는 도시정비사업지 가운데 하나다. 현대건설도 해당 사업지에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한남에 이어 압구정에서도 수주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압구정3구역은 강남구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현대 1~7차, 현대 10차·13차·14차, 대림·현대빌라트 등을 묶어 재건축을 진행한다. 기존 3946세대를 5813세대 규모로 확장하는 것이 목표다.
다만 현대건설이 압구정3구역 수주에 심혈을 기울이는 만큼 압구정3구역 사업의 향방은 수주전이 본격화되는 2025년이 돼야 윤곽이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건설은 최근 1994년 현대건설에 입사한 뒤로 주택 부문에서 커리어를 쌓아온 1970년생 이한우 현대건설 주택사업본부장을 새로운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이 내정자는 2022년 말 주택사업본부장이 된 뒤 현대건설 도시정비영업실 산하에 ‘압구정 태스크포스(TFT)’를 설치하는 등 압구정 수주에 힘을 기울였다.
공사비 갈등으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을 해지한 방화6구역 또한 삼성물산이 공격적인 수주를 추진하는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5일부터 12일까지 진행한 방화6구역의 1차 시공사 입찰에는 삼성물산만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해 결과적으로 유찰됐다.
14일부터 진행된 2차 시공사 입찰에도 삼성물산 만이 단독으로 입찰하게 된다면 해당 구역의 시공사 선정은 수의계약 형태로 전환돼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 압구정3구역 재건축 신속통합기획 조감도. <서울시>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르면 시공사 선정 입찰 과정에서 최소 2회 이상 경쟁 입찰이 이뤄져야만 건설사와 조합이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방화6구역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은 20일 2차 현장설명회를 진행하고 설명회 이후 7일 이내에 확약서를 제출한 업체에만 입찰 참가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삼성물산은 이외에도 광주광역시에 사상 첫 래미안을 선보이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이 광주에 아파트를 지은 것은 1997년 광주 광산구 월계동 첨단삼성아파트를 지은 것이 유일하다.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의 태도 변화는 다른 건설사들은 긴장하게 만들기 충분할 정도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이 높은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풍부한 자체 지급보증 능력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각각 50%의 지분으로 공동 진행하는 울산 B04구역 재개발 사업에서 각각 4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하는 과정을 놓고 두 건설사의 방식 차이가 나타나기도 헀다.
삼성물산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은 현대건설과 달리 자체 보증을 통해 유안타증권에서 프로젝트 파이낸스 자산유동화기업어음(PF ABCP) 방식으로 우선 2천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금리는 4.65%, 대출 기간은 12개월로 정해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4천억 원의 자금을 한번에 모두 조달 못한 것이 아니라 내년에 필요한 자금과 관련해 협의를 거쳐 2천억 원의 대출만을 진행한 것”이라며 “금액 부분을 포함해 삼성물산은 조합과의 약속을 지킬 것이고 그럴 여력도 충분히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현대건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받아 신한은행에서 올인코스트 방식으로 4천억 원 자금 전액의 4.12% 금리를 확정했다. HUG의 보증 수수료를 감안하면 최종금리는 삼성물산보다 소폭 높은 4.69% 수준으로 대출 기간은 약 60개월이다.
삼성물산이 공격적 도시정비사업 수주에 나선 배경으로는 아쉬운 수주실적 문제가 거론된다.
최근 삼성물산이 발표한 2024년 3분기 실적발표에 따르면 삼성물산은 올해 3분기까지의 누적기준으로 약 10조2천억 원의 신규 수주를 올렸다. 이는 연초에 세웠던 목표치인 17조7천억 원의 57% 수준에 그친다.
10월 총사업비 2조 원 규모의 튀르키예 고속도로 건설공사, 11월 4천억 원 규모의 안산 데이터센터 건설공사 등을 수주하기는 했으나 이를 고려해도 목표치를 달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수주 감소에 따라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도 타격을 입었다. 삼성물산의 2024년 3분기 분기보고서를 살펴보면 삼성물산의 수주잔고는 23조5877억 원 수준이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2023년 연결기준 매출이 19조3100억 원인 것을 반영하면 1년3개월 정도의 일감 밖에 남지 않은 것이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