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정부의 TSMC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 중국 공급 중단 명령이 중국의 자급체제 강화를 자극해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대만 TSMC가 중국 고객사에 첨단 미세공정 기반 인공지능(AI) 반도체 공급을 중단했지만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 정부 규제가 중국의 반도체 자급체제 강화로 이어져 오히려 역효과를 내는 사례가 이번에도 반복될 수 있다는 투자자들의 예측이 반영된 결과로 분석된다.
로이터는 11일(현지시각) “중국 반도체지수가 3년 만의 최고치 달성에 가까워졌다”며 “TSMC의 거래 중단이 자급체제 구축 노력에 기름을 붓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파운드리 업체 SMIC 주가는 같은 날 4% 넘게 상승했다. 이를 포함한 CSI 반도체지수는 장중 한때 6%대 상승폭을 나타내기도 했다.
TSMC의 중국 반도체 수주 중단이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일으키겠지만 결과적으로 중국 현지 기업들에 반사이익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은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TSMC가 중국 고객사에 7나노 이하 첨단 미세공정 기반의 반도체를 위탁생산해 공급하지 못하도록 하는 명령을 내렸다.
현재 미국의 규제 대상인 화웨이가 편법적 경로를 통해 TSMC에서 생산한 인공지능 반도체를 제품에 탑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TSMC는 즉각 중국 내 고객사들에 첨단 파운드리 거래를 중단한다고 통보했다.
중국 반도체 설계 기업들의 수요가 자연히 7나노 미세공정 반도체 생산 능력을 자체적으로 확보한 SMIC에 집중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구나 중국 정부가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자체 공급망 확보와 자급체제 구축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어 이런 노력에 더 힘이 실릴 가능성이 유력해졌다.
SMIC를 비롯한 중국 반도체 기업 전반에 수혜가 예상됨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오른 것으로 보인다.
결국 TSMC와 중국 고객사의 미세공정 파운드리 거래 중단은 미국 정부에 또다른 실책으로 남고 말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취임 뒤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제하기 위해 첨단 장비와 소프트웨어 공급을 제한하는 등 다양한 규제 조치를 시행했다.
중국은 이에 맞서 화웨이와 SMIC를 비롯한 자국 기업에 연구개발 및 투자 지원을 확대했다.
결국 두 회사가 지난해 7나노 기반 모바일 프로세서를 자체 기술로 상용화하며 미국 정부 규제가 오히려 기술 발전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 TSMC가 중국 고객사들과 파운드리 거래를 일부 중단하도록 한 것도 바이든 정부의 또다른 실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첨단 미세공정 반도체를 확보하기 어려워진 중국이 SMIC의 반도체 생산 능력을 확대해 안정적 공급체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을 늘릴 가능성도 높아졌다는 것이다.
로이터는 “투자자들은 TSMC의 공급 중단이 중국의 자급체제 강화를 자극할 것이라고 밎고 있다”며 “중국은 자국 기업 육성 이외에 대안이 없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중국 신다증권은 로이터에 “최근 변화는 중장기적으로 중국 내 반도체 공급망 재편을 주도할 것”이라며 “고사양 반도체 제조 및 장비 분야에서 기술 혁신이 활성화될 수 있다”고 바라봤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