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리 바라 GM CEO(오른쪽)가 2022년 9월14일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오토쇼를 방문한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 자사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GM으로서는 전기차 수익성 개선을 위해 배터리 제조 원가를 낮추는 일이 시급한 상황인데 LG에너지솔루션이 이에 기여하면 탄력이 붙은 GM 전기차 판매를 통해 수혜를 입을 수 있다.
메리 바라 GM CEO 겸 이사회 의장은 LG에너지솔루션과 협업으로 거둔 성과를 22일(현지시각) 3분기 컨퍼런스콜을 통해 강조했다.
바라 CEO는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운영하는 오하이오와 테네시 공장에서 “배터리 생산 공정을 수직 통합하고 대량생산 체제를 갖춰 셀 제조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생산량을 늘리면 배터리당 평균 제조 비용이 감소하는 ‘규모의 경제’ 단계에 진입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품질 기준을 충족한 제품 비율을 의미하는 수율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두 기업이 친환경 산업으로 분류되는 전기차 배터리셀과 모듈 제조로 많은 보조금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거둔 이러한 성과를 고려하면 두 기업 사이 협력은 ‘얼티엄’ 브랜드 사용 중단을 둘러싼 우려와 달리 여전히 단단하다고 볼 수 있다.
블룸버그의 최근 보도를 보면 GM은 전기차 배터리 전략을 대대적으로 수정하고 ‘얼티엄’ 브랜드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법인인 얼티엄셀즈에 기반한 협력 구조가 점차 불투명해지고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GM이 중저가 라인업에 집중하는 쪽으로 전기차 사업 방향성을 바꾸는 동시에 일본 TDK 및 중국 CATL 기술 기반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사용을 검토하는 작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전기차 사업에서 아직 손실을 보고 있는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만드는 3원계(NCM) 배터리보다 저렴한 LFP 배터리를 적극 사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 테네시주 스프링힐에 위치한 얼티엄셀즈 공장 임직원이 GM 전기차에 사용할 배터리를 올해 3월21일 처음으로 출하한 뒤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얼티엄셀즈>
LG에너지솔루션과 GM이 미시간주 랜싱에 짓고 있던 얼티엄셀즈 3공장이 건설 일정을 뒤로 조정했다.
블룸버그는 공장 건설 속도가 늦춰지고 있다는 소식을 전하며 “투자 속도를 조정하고 유연한 운영을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는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보도했다.
하지만 메리 바라 CEO가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 단가 인하에 중요하게 기여하고 있다며 치켜세워 두 회사 협력의 불확실성과 관련한 우려를 덜 수 있게 됐다.
바라 CEO는 “GM과 LG에너지솔루션이 이룬 성과 수준에 다른 경쟁 업체가 도달하려면 몇 년이 걸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LG에너지솔루션은 분사 전 LG화학을 통해 2019년 GM과 합작사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미국 내 생산 거점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전기차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부터 GM과 선제적으로 배터리 생산 거점을 마련해 결실을 거두는 모양새다.
GM이 수요 성장세가 둔화한 ‘캐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기차에 적극 투자해 다양한 라인업을 갖춰 미국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LG에너지솔루션에는 긍정적 요소로 꼽힌다.
GM은 올해 3분기 미국에서 전년도보다 60%나 증가한 3만2095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현대차그룹을 추월하고 자국시장 점유율 2위에 올랐다.
결국 전기차 경쟁력을 높인 GM이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을 재확인하면서 LG에너지솔루션으로서는 사업 불확실성을 덜고 향후 가격 경쟁력이 높은 배터리 수주 물량을 늘릴 수 있을 공산이 크다.
뉴욕타임스는 “GM은 15만 달러 이상 가격대인 캐딜락 에스컬레이드부터 2만5천 달러 쉐보레 트랙스까지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미국 시장의 전기차 경쟁에 유리한 위치에 오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