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그룹 철강·2차전지소재 양대사업 먹구름, 장인화 2030년 시총 200조 달성에 물음표

▲ 포스코그룹이 철강과 2차전지소재 등 양대 사업 부진 속 2차전지소재 관련 투자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선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세운 '2030년 그룹 합산 시가총액 200조 달성'이라는 목표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장인화 포스코그룹 회장이 철강과 2차전지소재 사업을 주축으로 제시한 '2030년 그룹 합산 시가총액 200조 달성'이라는 중장기 목표 달성에 초반부터 물음표가 붙고 있다. 

포스코그룹 지주회사와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2차전지 소재 관련 투자의 축소·순연이 이어지면서 시장 기대치도 가라앉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포스코그룹은 최근 2차전지소재 사업 관련 투자를 축소·철회하거나 일정을 연기하는 등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다.

포스코그룹의 2차전지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26일 미국 완성차업체 제너럴모터스(GM)와 함께 캐나다 퀘벡주 베캉쿠아에 건설하고 있는 연산 3만 톤 규모의 양극재 공장 완공 일정을 연기한다고 공시했다. 

포스코퓨처엠은 앞서 2022년 7월 배터리소재사 최초로 GM과 합작사 '얼티엄캠'을 설립하고 해당 공장 건설을 추진해왔다.

당초 지난달 말 완공을 목표로 했지만 예상보다 완공 시점이 미뤄졌고, 현재 예상 완공일자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 측은 "현지 여건으로 완공일정을 조정 중"이라며 "확정되는대로 공시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퓨처엠은 양극재의 직전 단계 소재인 전구체 공장 건설 계획도 백지화했다.

회사는 지난달 4일 "포항시·화유코발트사와 니켈제련 및 전구체 생산 관련 투자를 위해 투자양해각서를 체결했으나 이후 전기차 시장 성장둔화(캐즘)을 거치며 사업성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투자에 대한 검토 절차를 중단하기로 최종결정했다"고 공시했다.
 
포스코퓨처엠과 화유코발트는 지난해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포항블루밸리산단에 1조2천억 원을 들여 2027년 가동을 목표로 전구체 공장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이뿐 아니라 지난 8월엔 합작사 피앤오케미컬 지분 51% 모두를 합작파트너인 OCI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피앤오케미칼은 두 회사가 제철 부산물을 활용한 고부가가치 소재 생산을 위해 2020년 설립한 법인으로, 음극재 코팅용 소재인 고연화점 피치를 생산한다.

또 지난 8월 포스코퓨처엠은 내년 6월 완공을 목표로 포항블루밸리산단에 건립 중인 음극재 공장의 규모도 연간 생산능력 1만8천톤에서 1만3천톤으로 축소했다. 

장인화 회장은 취임 일성으로 2차전지소재사업 관련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뜻을 명확히 했다.

그는 포스코그룹 회장에 공식 취임한 지난 3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2차전지소재사업은 그동안 포스코가 도전해온 많은 신사업 중에서 가장 잘 한 사업이라 생각한다"며 "시장이 나쁘다고 투자를 멈추면 안된다. 적기에 적절하게 투자하겠으나, 결코 소홀하지는 않겠다"고 했다. 

당시 정통 '철강맨'인 장 회장이 최종 회장 후보로 낙점된 뒤 시장에선 그룹의 중심축을 철강으로 되돌리면서 2차전지소재 등 신사업 투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던 터였다.

이어 5월 세종시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연구소와 천연흑연 음극재 공장을 방문한 현장에서도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에서 전기차는 꼭 가야하는 방향으로 그룹 차원에서 투자 축소는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포스코그룹 2차전지소재 관련 투자가 축소 흐름을 보이는 것은 세계 전기차시장이 캐즘으로 인해 GM, 포드 등 완성차업체들이 배터리 등 전기차 투자 관련 속도조절에 나서고 있는 데다, 주력인 철강사업 업황도 바닥을 찍은 '2중고'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룹 지주사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전기차 시장 성장 둔화를 반영해 2차전지소재 사업의 전반적 성장 방향을 유지하되 일부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합리적 시점으로 순연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난해 7월 '밸류데이' 발표 당시보다 2차전지소재 원료 생산능력 확보 목표를 △리튬 16만6천→9만6천톤(t) △니켈 7만3천→4만8천 톤 △양극재 44만5천→39만5천 톤 △음극재 22만1천→11만4천 톤으로 낮춰잡았다.

기존 2026년으로 정했던 리튬, 니켈, 양극재, 음극재 증산투자 완료 시점을 2027년 이후로 연기했고, 일부 투자 계획은 재검토에 들어갔다.

전기차 배터리시장 위축 속 포스코그룹의 관련 투자가 축소 추세를 보이고, 실적 부진까지 심화하면서 포스코그룹을 향한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한 때 60만 원대를 넘나들었던 포스코홀딩스 주가는 이날 34만2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난 7월12일 2026년까지 약 2조 원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기도 했지만 의미 있는 주가 반등을 이뤄내지 못했다.

이에 앞서 장 회장은 지난 7월 초 'CEO 타운홀미팅'을 열고 "철강과 2차전지소재, 신소재를 축으로 2030년 그룹 합산 매출액은 2배, 영업이익은 4배로 성장해 그룹 합산 시가총액 200조를 목표로 소재 분야 최고 기업가치를 가진 글로벌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하자"는 목표를 제시했다. '2030 소재 분야 글로벌 최고 기업가치 달성' 이라는 미래 비전도 내놨다.

장 회장이 임기 첫해 양대사업의 업황 둔화 속 기업가치 강화의 핵심 축인 2차전지소재사업 투자 속도조절에 나서면서 2030년 시총 200조라는 장기목표 관련 신뢰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날 종가 기준 포스코그룹 상장사 시가총액은 포스코홀딩스 28조2988억 원, 포스코퓨처엠 18조1264억 원, 포스코인터내셔널 9조1832억 원, 포스코DX 4조2570억 원, 포스코엠텍 6950억 원, 포스코스틸리온 2289억 원이다. 이를 합산한 포스코그룹 시가총액은 60조7893억 원이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