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금호석유화학 시가총액이 1994년 5월 이후 30년 만에 롯데케미칼을 넘어섰다.
 
금호석유화학은 주력 제품 수출 호조에 석유화학 업황 불황을 극복하고 있는 반면 롯데케미칼은 흑자 전환 기대감도 옅어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 시총 30년 만에 롯데케미칼 제치고 굳히기, 다운스트림에 기대감

▲ 금호석유 시가총액이 롯데케미칼을 30년 만에 제쳤다. 석유화학 업스트림쪽 보다 다운스트림쪽을 살펴야 한다는 시선이 나온다.


국내 석유화학산업에서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업스트림보다 기초소재를 활용해 합성소재를 만드는 다운스트림에 주목해야 할 신호라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전날보다 0.29% 내린 13만6900원(시총 3조7883억 원)에 거래를 마치며 롯데케미칼(시총 3조5375억 원)과 시총 차이를 2509억 원으로 벌렸다.

이날 롯데케미칼 주가는 0.72% 하락한 8만2700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이에 따라 금호석유화학은 9일 롯데케미칼 시총을 30년 만에 처음으로 제친 뒤 이날까지 15거래일 연속 시총을 앞섰다. 22일 1044억 원까지 줄었던 시총 차이도 다시금 벌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도 금호석유화학과 롯데케미칼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실적 개선 기대감에 목표주가가 높아지고 있지만 롯데케미칼은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내리는 증권사도 나왔다.

8월 들어 NH투자증권과 하나증권은 롯데케미칼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낮췄고 KB증권은 19일 롯데케미칼 목표주가를 기존 15만5천 원에서 10만8천 원으로 내려 잡았다. 이에 따른 목표 시총은 4조6천억 원에 그친다.

반면 금호석유화학은 8월 대부분의 증권사가 매수(BUY)로 투자의견을 유지하고 있고 목표주가를 높이거나 유지해 18만~20만 원을 제시하고 있다. 목표주가 18만 원을 고려한 시총은 5조 원 수준이다.

증권업계 목표주가를 보더라도 금호석유화학이 롯데케미칼과 시총 경쟁에서 굳히기에 들어갔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석유화학 업종은 중국 경기가 불안정해지며 수요가 감소한 데 더해 그동안 증설물량에 따른 공급과잉이 겹쳐 업황이 크게 악화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에틸렌 생산능력 증설은 2025년에는 감소할 것으로 보이지만 누적된 공급과잉으로 구조적 시황 회복이 어렵다”며 “2026년 이후 중국 중심의 신규 증설 물량이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업황 부진에 롯데케미칼은 적자를 지속 보고 있다. 영업손익이 흑자로 전환하는 것은 3분기에서 4분기로 이연될 것으로 전망되며 기대감도 낮아지고 있다.

이에 산업의 쌀이라 불리는 에틸렌 등 기초소재를 생산하는 업스트림업체보다 합성소재를 만드는 다운스트림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호석유가 30년 동안 롯데케미칼의 시가총액을 역전하지 못했지만 7월부터 두 기업 사이 시총 격차는 거의 사라졌다”며 “이러한 현상은 석유화학 투자 핵심이 다운스트림업체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이 업황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고 화학기업 1위인 LG화학도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롯데케미칼은 지속 주가가 내려 올해 46.0% 떨어졌고 LG화학도 35.6% 하락했다. 
 
금호석유화학 시총 30년 만에 롯데케미칼 제치고 굳히기, 다운스트림에 기대감

▲ 롯데케미칼이 중국 중심으로 에틸렌 증설에 따라 공급과잉이 일어나자 영업적자를 보고 있다.


반면 금호석유화학 주가는 변동폭이 컸지만 올해 들어 주가가 3.0%. 올랐다. 이날까지 올해 누적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0.71%인 점을 고려하면 시장 수익률도 웃돌았다. 불황인 업황을 고려하면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호석유는 주력 제품 NB라텍스의 수출이 호조세를 보여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다. NB라텍스의 수요처인 세계 1위 장갑업체 말레이시아 탑글로브(Top Glove) 등에서 수요가 회복되고 있고 타이어 수요도 단단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이 중국산 의료용 장갑 관련 관세를 7.5%에서 25%로 높이자 말레이시아와 태국 중심 장갑업체의 경쟁력이 높아지고 있다. 말레시이아와 태국은 한국의 NB라텍스 수출물량의 80%를 가져간다.

실제 한국의 NB라텍스 수출물량은 올해 1월 월 평균 5만3천 톤에서 2분기에 월 평균 6만3천 톤으로 늘었다. 7월 수출물량은 7만1천 톤으로 더 증가해 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금호석유화학과 같이 전방산업이 호조를 보이는 다운스트림업체로는 유니드와 효성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등이 꼽힌다.

유니드는 가성칼륨과 탄산칼륨, 염소 등 화학제품을 주력으로 제조해 판매하며 목재 합판(MDF)사업도 하고 있다. 가성칼륨은 농약, 비료, 의약, 식품첨가물뿐 아니라 반도체·태양광 웨이퍼 식각 재료로 쓰인다. 

올해 10월 말 중국 이창지역에 가성칼륨 8만8천 톤 증설 공사가 끝나 12월 시운전에 돌입해 올해에 이어 2025년 이후에도 실적 성장이 기대된다. 남미와 인도에서 가성칼륨 수요도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코드시장 점유율 1위 업체다. 중국을 중심으로 세계적으로 전기차 침투율이 확대되는 등 타이어 교체수요가 돌아오면서 올해 실적 반등이 기대된다. 

롯데정밀화학은 염소계열에서 섬유염색 등에 쓰이는 가성소다와 에폭시수지의 원료인 에피클로로하이드린(ECH)을 제조해 판매한다. 그린소재사업부문에서 시멘트와 페인트, 물성향상제로 쓰이는 헤셀로스와 메셀로스, 의약용 캡슐 및 코팅제로 쓰이는 애니코트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식의약용에 쓰이는 셀룰로스가 단단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고 최근 미국을 중심으로 가성소다 가격이 올라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기대된다. 

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석유화학업종 주가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역사적 저점을 형성하고 있어 저가 매력이 있지만 이익 체력이 안정적인 금호석유화학과 유니드나 하반기 이익 개선 기대감이 있는 효성첨단소재와 롯데정밀화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