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제국’ 정점은 xAI, 테슬라와 X 지원 몰아줘 인공지능 위상 높인다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7월13일 테네시주 멤피스에서 테슬라와 xAI 연산을 맡을 데이터센터 내부를 직접 점검하고 있다. < xAI >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와 X(옛 트위터) 등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들의 자원을 인공지능(AI) 스타트업 xAI에 집중해 빠르게 기술을 개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머스크는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만 모두 6곳이라 이들을 일컬어 ‘머스크 제국’이라 부르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도가 높아질 기업이 xAI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월스트리트저널과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일론 머스크는 테슬라나 X 등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이 소유한 기술인력과 데이터를 xAI에 모아주려는 정황이 나타나는 것으로 파악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상황을 잘 아는 취재원들 발언을 인용해 xAI가 머스크의 소셜미디어 X에서 소유한 반도체를 빌려다 쓰는 것은 물론 X 사용자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이용해 기술 개발에 활용했다고 보도했다. 

일론 머스크가 최고경영자(CEO)로 일하는 테슬라에서도 자율주행 기술 개발 인력 가운데 일부가 xAI로 이직한 정황이 포착됐다. 

경제전문매체 쿼츠에 따르면 테슬라 주주 1383명은 50억 달러(약 6조8510억 원) 규모의 회사 자금을 xAI에 투자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이사회에 보낼 준비를 하고 있다. 이들이 들고 있는 주식을 합하면 400만 주 가량이다.

X는 물론 상장기업 테슬라에서 xAI로 자원이 흘러가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머스크는 자금이나 인력은 물론 데이터가 풍부한 테슬라를 중심으로 자율주행을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 연계할 AI를 개발해 왔다.
 
그러나 창립한 지 2년이 채 되지 않은 신생 스타트업 xAI로 가용 자원을 옮기는 것은 다소 납득하기 어려운 행보로 여겨진다. xAI는 2023년 3월9일에 설립됐으며 직원 규모도 100여 명 전후로 알려졌다. 
 
‘머스크 제국’ 정점은 xAI, 테슬라와 X 지원 몰아줘 인공지능 위상 높인다

▲ 머스크는 테슬라 차량은 물론 향후 선보일 옵티머스 로봇으로 확보할 각종 데이터도 xAI가 개발하는 AI 학습에 사용할 방침을 두고 있다. 사진은 2024년 7월6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세계 AI 콘퍼런스(WAIC) 현장을 찾은 관람객들이 테슬라 옵티머스 모형을 살펴보는 모습. <연합뉴스>

일론 머스크가 xAI에 가용 자원을 몰아주려는 것은 자신의 주도권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곳에서 AI를 개발하고자 하는 의도로 읽힌다.

머스크는 테슬라에서 현재 보유한 지분율로는 AI 개발 의사결정을 이끌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한 적이 있다. 

2023년 3분기 기준 일론 머스크가 들고 있는 테슬라 주식은 전체 31억9천만 주 가운데 13% 정도인 4억1100만 주에 불과하다.

시장 경쟁이 치열한 데다 기술 진화가 빠르게 일어나는 AI 분야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머스크는 한 기업에 자원을 집중하는 편이 효율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xAI나 테슬라의 AI 관련 기술력은 오픈AI나 구글을 비롯한 업계 선두주자들보다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가 많다. CNBC는 특히 오픈AI를 두고 “800억 달러 기업 가치를 달성한 AI 개발 리더”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xAI가 테슬라와 X 같은 대형 기업의 자원을 활용한다면 단기간에 기술력을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xAI가 차량이나 로봇 등에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도 인공지능 분야에서 경쟁력 우위를 안겨줄 요소로 꼽힌다. 

머스크는 xAI의 기술을 고도화하는 작업에 테슬라가 지금까지 확보한 차량 주행 데이터는 물론 곧 출시를 앞둔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의 시각 자료들까지 활용하겠다는 발언을 꾸준히 내놓았다.

컴퓨터 안에서의 정보뿐만 아니라 실제 물리 세계에서 데이터를 확보해 AI 기술 구현에 쓸 수 있다는 뜻이다. 

xAI가 주도하는 인공지능 기술을 챗봇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에 이어 뉴럴링크나 휴머노이드 더 나아가 일론 머스크가 구상하는 화성 이주 프로젝트까지 다방면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 있다. 

일론 머스크가 구축한 ‘제국’에 속한 모든 기업이 xAI를 중심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셈이다.

결국 일론 머스크가 테슬라에서 전기차나 에너지 제품 판매를 수익원 삼아 xAI에 계속해서 지원을 이어갈 것이라는 시각이 많다.

다만 테슬라가 머스크의 사업 우선순위에서 밀리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한편에서 나온다. 회사 자원을 자의적으로 다른 기업에 사용하면 배임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미국 리하이 대학교의 앤드류 워드 경영학 교수는 “머스크에게 테슬라는 최종 목표가 아니다”라며 “그는 자신의 야망을 충족하기 위해서는 테슬라에서 창출하는 단기적 이익을 희생하고도 남을 인물”이라고 평가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