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감만 일던 기준금리 인하가 드디어 눈앞으로 다가왔다. 시장은 9월 미국 연준, 10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미국 연준과 한국은행이 금리를 내린 것은 각각 2020년 3월과 2020년 5월이 마지막이다. 약 4년 만에 이뤄지는 금리 인하는 금융시장의 큰 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비즈니스포스트가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인하를 앞두고 국내외 정책당국, 시장, 업계의 분위기를 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끝이 보이는 물가와 싸움, 파월 이창용 4년 만에 '피벗' 눈앞
당국의 끝없는 고민, 금리인하와 가계부채 시소게임
4대 금융 포트폴리오 개선 더 급해진다, 비은행 강화 전략 주목
글로벌 불확실성에도 여전한 하반기 증시 기대감, 대기자금 역대 최고
여전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아래로, 카드사 자금조달 훈풍에 수익 개선 기대감
⑥ 이제는 진짜 채권이다, 끝이 보이는 희망고문 개인투자자 이제는 웃는다
⑦ 수출 호조 속 내수경기는 ‘빨간불’, 금리인하 기대감 속 숨겨진 저성장 그림자


[비즈니스포스트]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금리가 기준금리 아래로 내려가며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여전채 금리 하락으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우려가 한풀 꺾인데 더해 실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수익성 개선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하가 온다] 여전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아래로, 카드사 자금조달 훈풍에 수익 개선 기대감

▲ 여전채 금리가 기준금리를 하회하면서 기준금리 인하 시기가 다가왔다는 시각이 나온다. <연합뉴스>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여전채 3년물(AA, 무보증, 평가사 5사 평균) 금리는 3.445%를 보였다. 현재 기준금리인 3.50%보다 낮은 것이다.

여전채 금리는 이달 12일부터 줄곧 기준금리를 하회하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상위등급(AAA)인 국고채, 공사채, 은행채 등의 금리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을 가장 빠르게 반영하면서 기준금리보다 낮아지면 비교적 높은 금리를 주는 AA등급 여전채의 금리 매력도가 부각되면서 수요가 늘어난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서 AA등급 여전채의 금리도 기준금리를 밑도는 수준까지 내려온 것이다.

여전채 금리와 기준금리의 ‘역전현상’은 시장에서 이미 기준금리 인하가 머지않았다고 바라보는 신호로 여겨진다.

최성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5일 보고서에서 “AAA등급 채권이 6월부터 기준금리를 하회한데 이어 AA등급 여전채 금리도 기준금리보다 낮아졌다”며 “과거 AA등급 여전채가 기준금리를 하회했던 시기는 2019년 7월 기준금리 인하 전후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고금리 상황 장기화로 조달비용 부담에 몸살을 앓던 카드사들이 한숨 돌릴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은 수신기능이 없어 채권 등으로 자금을 조달해야 하는데 여전채가 자금조달의 60% 이상을 담당하는 주요 자금조달원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카드사는 2023년 사채이자 비용으로 2조5871억 원을 썼다. 2022년 1조8521억 원보다 39.7% 증가했다.

여전채 금리가 2022년 10월 6%를 넘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재 금리 3.4% 기준 조달비용 부담이 절반 가까이 줄었다고도 볼 수 있는 셈이다.

실제 발행금리를 살펴봐도 금리 하락세를 확인할 수 있다.

우리카드가 올해 7월9일 2년6개월 만기로 발행한 여전채 금리는 3.469%다. 지난해 7월12일 같은 만기의 여전채 금리는 4.537%였다.

실제 기준금리 인하가 시작되면 발행금리는 지금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금리인하가 온다] 여전채 금리는 이미 기준금리 아래로, 카드사 자금조달 훈풍에 수익 개선 기대감

▲ 카드사들이 발행하는 여전채 금리가 1년 사이 1% 가량 낮아졌다. <여신금융협회>


최 연구원은 다른 보고서에서 “현재 카드사들의 여전채 발행 만기를 보면 과거보다 짧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연내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 진입과 함께 만기가 빨리 돌아오는 만큼 카드사들의 이자비용 부담이 점차 완화할 것이다”고 말했다.

금리인하 기대감은 여전채 금리뿐만 아니라 여러 측면에서 카드사들의 자금조달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카드사들이 최근 자본비율 개선 등을 목적으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서는 가운데 금리인하 기대감이 카드사에 대한 시장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다.

카드사들은 덕분에 목표를 훌쩍 뛰어넘는 자금을 조달하기도 했다. 롯데카드가 7월 발행한 공모 신종자본증권은 1천억 원 발행이 목표였으나 수요예측에 3540억 원이 몰려 최종적으로 2천억 원을 발행했다.

다만 카드사들이 주로 3년물 채권을 발행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준금리 인하에 따라 조달비용 부담을 완전히 덜어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김성진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현재 수준에서 시중금리가 정체되면 조달금리 차이가 2027년은 돼야 해소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기준금리와 시중금리 하향 안정화 전망이 우세하나 시기가 불확실한 만큼 카드사 조달비용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