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장 김병환 청문회 해명에 진땀, 레고랜드 사태 가계부채 야당 질타 쏟아져

▲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왼쪽)가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강훈식 민주당 의원의 질의를 듣고 있다. <국회 청문회 중계화면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김병환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강원중도개발공사 회생 신청(레고랜드 사태)과 가계부채 증가 등에 관한 윤석열 정부의 정책 대응을 두고 야당의 거친 질타를 받았다.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1차관으로 당시 정부 경제정책 실무 핵심에서 일했던 만큼 책임 추궁이 이어졌다.

김 후보자는 금융위원장의 중요한 역할로 시장의 ‘신뢰’를 강조했는데 리스크관리와 정책 집행 능력을 입증해야 하는 부담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22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김현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답변서에 레고랜드 사태 등에 적시 대응해 금융시장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평가했다”며 “하지만 레고랜드 사태는 자금시장 경색으로 국내외 채권시장 신뢰를 완전히 상실한 결과를 가져온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레고랜드 사태에 관해 경제사령탑으로서 사과할 의향이 없느냐”고 몰아붙이기도 했다.

김병환 후보자는 레고랜드 사태가 발생했을 때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을 맡고 있었다.

김병환 후보자는 이에 “10월23일 대책이 나간 뒤 시장이 빠르게 안정됐다는 뜻으로 말한 것”이라며 “10월5일 기업어음(ABCP) 부도가 나고 비서관으로 당시 시장 참여자들과 여러 차례 회의를 했는데 아직 대책을 세울 정도는 아니라는 견해였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김 후보자의 답변에도 야당 의원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가 예견되는 상황에서 사후약방문의 조치에 그쳤다는 점을 연달아 지적했다.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후보자가)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책임자로 역할을 적절히 했는가를 짚어봐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강 의원은 “레고랜드 사태는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에 오르면 가장 먼저 하겠다고 한 부동산PF 문제의 핵심이고 이에 관한 리스크관리 책임자가 후보자였다”며 “이건 본인이 뒤에 수습을 잘했다고 할 게 아니라 사전에 조치하지 못한 부분을 아쉽다고 해야 맞는거다”고 지적했다.

이강일 민주당 의원도 레고랜드, 새마을금고 뱅크런, 물가인상 등을 놓고 김 후보자의 정책 관련 ‘능력’을 검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후보자가 답변하는 걸 보면 사후적으로 잘 했다는 말을 하는데 이미 경제비서관 위치에 있었던 만큼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금융위원장이 되면 물가문제 등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될 텐데 시장에 일정한 시그널이 있을 때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예방을 잘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가 기재부 1차관 시절 국내 가계부채가 증가했던 것에 관한 지적도 나왔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은 “정책금융과 금융공공기관 컨트롤 타워 부재가 가게부채와 연결돼 있다”며 “가계부채가 급기야 1939조 원까지 증가한 상황인데 이 부분을 어떻게 하실 계획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유 의원은 질문에 앞서 “한국이 (물가, 가계부채 관리 등에서) 마치 잘한 것처럼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제기된 문제는 기재부 1차관 때부터 공감을 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다만 이유가 있는 정책들인 만큼 굉장히 어려운 부분이기 때문에 어떻게 연착륙을 시킬지를 챙겨보겠다”고 답변했다.

천준호 민주당 의원과 박상혁 민주당 의원 등은 김 후보자의 지명 자체를 두고 ‘회전문 인사’라는 비판도 내놓았다. 

야당 의원의 이어지는 질타에 김 후보자는 결국 "어려운 여건에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최선을 방법을 찾았지만 부족한 부분도 있었다"며 "잘한 부분도 있고 부족한 부분도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인정하고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날 금융위원장 인사 청문회는 문재인정부 당시 고승범 위원장 이후 3년 만에 열렸다. 김주현 위원장은 2022년 국회 파행으로 청문회 일정을 잡지 못하면서 청문회 없이 금융위원장에 올랐다.

기준금리 피봇(방향 전환) 등 글로벌 금융시장의 큰 변화를 앞두고 오랜 만에 열린 금융위원장 청문회인 만큼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정작 발전적 정책 논의는 크게 이뤄지지 않았다.

청문회가 김 후보자의 윤석열 정부 경제정책 부서 공직 재직 당시 공과에 관한 질의에 집중되면서 금투세 폐지와 앞으로 가계부채 관리방안 등에 관한 입장과 계획은 조금 빛이 바랬다.

현재 국내 금융시장은 부동산 PF부터 가계부채 관리,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추진, 금투세 문제, 공매도 재개 등 현안이 산적하다. 

가상자산시장 규제 등을 비롯한 금융현안을 놓고 명확한 답변을 주저하는 등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여러 차례 신뢰를 강조했다.

김 후보자는 “금융위원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시장안정과 산업발전을 위해 금융시장 참가자들로부터 신뢰를 받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위원장에 임명되면 금융정책 결정기관 수장으로 주도권을 가져가야 한다는 지적에도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자는 7월4일 윤석열정부의 2번째 금융위원장으로 지명됐다.

김 후보자는 1971년 경남 마산에서 태어나 부산 사직고등학교와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2005년에는 영국 버밍엄대학교에서 경영학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93년 37회 행시에 합격해 공직에 발을 들였고 기재부에서 자금시장과장과 경제정책국장 등을 지냈다. 윤 대통령 당선 뒤에는 인수위원회에 파견됐다가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기획재정부 제1차관을 역임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