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고려신용정보가 채권추심업의 호조로 올해 최대 실적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12년 연속 배당 확대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데 고려신용정보의 배당은 윤태훈 대표의 지분 승계 자금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를 지닌다.
 
고려신용정보 연체율 상승에 최대 실적 기대, 윤태훈 승계 실탄 확보 ‘파란불’ 

▲ 고려신용정보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또 다시 새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윤태훈 고려신용정보 대표이사.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가계 취약차주의 대출 연체율이 높아지고 있어 채권추심을 주력사업으로 하는 고려신용정보의 수혜가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9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업무보고에서 취약계층의 채무상환 부담이 쌓이면서 연체율이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이 6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1분기 취약차주 연체율은 9.97%로 2022년 1분기 6.15%보다 크게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2022년 하반기 이후 신규로 연체에 진입한 차주가 가파르게 증가한 가운데 당분간 연체율 상승 압력이 지속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상환 능력이 떨어지는 차주가 늘어나면서 고려신용정보의 주요 고객사인 카드사의 연체율도 증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카드사의 카드론 등은 은행권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계층이 주로 이용하는 상품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업카드사 8곳(롯데, BC, 삼성, 신한, 우리, 하나, 현대, KB국민)의 1분기 평균 연체율(1개월 이상, 대환대출 포함)은 1.83%로 집계됐다. 

평균 연체율은 2021년 1.06%, 2022년 1.21%, 2023년 1.63%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카드사 평균 연체율은 2014년(1.69%)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고물가‧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가계 부실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연체율 증가에 따른 부실채권 확대는 고려신용정보 매출 증가에 긍정적 요인으로 평가된다.

전배승 LS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리포트에서 “고려신용정보는 향후 기준금리 인하와 경기여건 개선에 따른 회수율 증가로 2025년까지 호실적이 이어질 것이다"며 고려신용정보를 부실채권 확대 흐름의 최대 수혜주로 꼽았다.  

고려신용정보는 국내 시장점유율 1위의 채권추심 전문회사다. 1분기 매출의 91%를 채권추심사업에서 올렸다.

국내 채권추심업체의 상당수는 금융기관의 자회사로 모회사 물량 위주로 취급하는 데 반해 고려신용정보는 독립적으로 영업할 수 있어 고객사 범위가 넓다. 부실채권을 직접 매입하지 않고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매출을 올려 상대적으로 적은 위험 부담으로 안정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고려신용정보는 폭넓은 고객사와 안정적 수익구조를 바탕으로 채권추심시장에서 2021년 17.2%, 2022년 17.8%, 2023년 19.0% 등 꾸준히 점유율을 늘렸다.

고려신용정보는 하반기 기준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 실적 확대 흐름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부실채권은 실제로 회수되는 시점에 매출로 인식되는 만큼 금리 인하로 연체 중인 채무자들의 상환능력이 회복되면 회수율이 상승하면서 고려신용정보 실적 증가폭이 커질 수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도 올해 2년 연속 최대 실적 기록을 쓸 것으로 보고 있다.

고려신용정보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지난해보다 10% 가량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고려신용정보는 지난해 연결기준으로 매출 1582억 원, 영업이익 131억 원을 내면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역대급 실적에 힘입어 배당 규모 역시 또 다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신용정보 1주당 배당금은 2013년 50원에서 2023년 380원으로 11년 연속 증가했다. 최근 3년 배당 규모만 놓고 봐도 2021년(실적 기준) 42억 원, 2022년 46억 원, 2023년 53억 원 등으로 늘었다.   
 
고려신용정보 연체율 상승에 최대 실적 기대, 윤태훈 승계 실탄 확보 ‘파란불’ 

▲ 고려신용정보가 올해 연결기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면서 배당도 역대 최고 기록을 다시 쓸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고려신용정보 본사.


고려신용정보의 배당은 윤태훈 대표이사의 지분 승계를 위한 자금으로 쓰일 가능성도 높다. 

윤 대표는 윤의국 전 고려신용정보 회장의 아들로 2018년 단독 대표이사에 올라 일찌감치 경영권을 승계받았지만 아직 최대주주 지위는 확보하지 못했다. 

1분기 말 고려신용정보 오너 일가 개인 지분율은 윤의국 전 회장이 14%로 가장 많고 윤 전 회장의 배우자인 신예철씨가 12.7%, 윤태훈 대표가 10.6%, 윤 전 회장의 딸인 윤수연씨가 2.1% 등으로 뒤를 잇는다.

윤 대표는 지난해 12월 모친인 신예철씨에게 지분 30만 주, 윤수연씨는 올해 3월 윤 전 회장에게 지분 15만 주를 증여 받는 등 지속해서 지분을 승계 받고 있다.

앞으로 지속해서 증여가 이뤄질 가능성이 큰 만큼 증여세를 마련하는 측면에서 고려신용정보 배당은 큰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윤 대표는 지분율을 고려할 때 지난해 배당으로 5억6천만 원 가량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고려신용정보에서 보수로 받은 5억8천만 원과 비슷한 규모다.

고려신용정보는 6월30일 반기배당을 위한 권리주주 권리를 확정했다. 8월에 열리는 이사회에서 배당 규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려신용정보 관계자는 “배당금에 대해서는 아직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김민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