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브리핑] 대출도 ‘반반’으로? 토스뱅크랑 광주은행 왜 '함께대출' 해줄까요

▲ 이은미 토스뱅크 대표(왼쪽 3번째)와 고병일 광주은행 은행장(왼쪽 4번째) 및 관계자들이 5일 공동대출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토스뱅크>

[비즈니스포스트]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반반’씩 대출해드립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와 지방은행인 광주은행의 공동대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특례를 부여했습니다.

공동대출은 두 은행이 각자 신용평가시스템으로 대출심사를 진행한 뒤 대출금리와 한도 등 조건을 협의해 각각 50대 50 비율로 돈을 빌려주는 서비스입니다.

구체적으로 금융소비자가 토스뱅크 앱을 통해 대출을 신청하면 심사를 거쳐 돈을 빌려줍니다.

9일 특허정보검색서비스 키프리스를 보면 토스뱅크는 이를 위해 최근 ‘함께대출’이라는 상표권도 출원했습니다.

은행들은 그동안 고객 유치와 마케팅 효과를 위해 예·적금 등 수신상품에서 유통·전자가전 등 다양한 이종산업과 협업해왔습니다. 보험사와 손잡고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도 생소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행끼리 손을 잡고 돈을 빌려주는 것은 처음입니다.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은 왜 같은 업권 경쟁사와 고객을 공유하는 것을 감수하고 공동대출 상품을 내놓는 걸까요?

토스뱅크 입장에서는 수신과 비교해 약한 여신 포트폴리오와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토스뱅크는 지속해서 여신 포트폴리오 강화가 주요 경영과제로 꼽히고 있습니다.

토스뱅크는 출범 초기부터 연 2% 금리의 통장부터 매일 이자를 받을 수 있는 ‘지금 이자받기 통장’ 등 차별화한 예·적금 상품들로 수신부문을 탄탄하게 다져왔습니다. 

토스뱅크는 인터넷은행3사 가운데 후발주자지만 수신잔액에서는 이미 2위 케이뱅크를 앞지르고 있죠.

하지만 대출부분에서는 아직 가계대출의 핵심인 주택담보대출 상품을 출시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터넷은행의 주요 사업영역인 가계대출에서 주담대의 빈자리를 방어해줄 상품 다각화가 시급한 과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올해는 연간 흑자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는 만큼 여신잔액 확대를 통한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 개선이 한층 더 절실한 상황입니다.

예대율은 예금 대비 대출금의 비율로 은행의 대표적 수익성 지표입니다. 예대율이 낮다는 것은 대출로 벌어들이는 이자수익보다 예금에 나가는 이자비용이 더 높다는 뜻입니다. 

토스뱅크는 1분기 기준 예대율이 56.4% 수준입니다. 같은 기간 주요 시중은행의 예대율이 90% 초중반이고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각각 88.1%, 69.0%로 토스뱅크보다 높습니다.

광주은행은 앞서 2023년 실적발표 콘퍼런스콜에서 공동대출 상품을 통해 연간 대출잔액이 6천억 원 증가하는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1분기 말 토스뱅크 여신잔액이 13조8522억 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의 4%에 이르는 적지 않은 규모입니다. 

토스뱅크는 광주은행과 공동대출 서비스를 통해 단순히 여신 상품군 수를 늘리는 것에서 나아가 금리 경쟁력도 개선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금융위원회는 6월26일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의 공동대출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신규 지정하면서 대출 취급 비용 절감과 차주 리스크 분산으로 소비자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2024년 6월 신규취급액 기준 토스뱅크의 가계대출 평균금리는 5.93%를 보이고 있습니다. 주요 시중은행은 물론 카카오뱅크(4.55%), 케이뱅크(4.31%)와 비교해도 높은 편입니다.

광주은행도 가계대출 평균금리가 6.76%로 지방은행들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습니다.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 중에서도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이번 ‘공동대출’ 서비스 출시에 마음을 맞춘 이유 가운데 하나일 것으로 보입니다.

광주은행도 사업 확장이 절실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안 그래도 시중은행들이 시장을 과점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에는 지방 금융시장까지 적극 침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광주은행은 지역 대학 주거래은행 경쟁에서도 시중은행에 밀리면서 수도권 영업 등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천만 고객 플랫폼을 보유한 토스뱅크와 동맹은 매력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국내 예금과 대출시장에서 CR3(시장점유율 상위 3대 은행의 점유율 합)은 여전히 40% 중후반대를 보이고 있습니다.

시장의 절반 정도를 상위 3개 은행이 과점하고 있는 셈입니다. 가계대출시장으로 좁혀봐도 CR3가 44% 수준입니다.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의 공동대출을 통해 대출시장 경쟁 확대를 노릴 것으로 보입니다.

윤석열정부는 독과점 형태의 대출시장을 깨기 위해 인터넷은행 확대,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공동대출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해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TF 실무 작업반 회의’에서 인터넷은행과 지방은행의 공동대출 서비스를 놓고 “대출재원을 확보하고 있는 지방은행과 소비자 접점이 넓은 인터넷은행의 협업을 통해 은행권 경쟁 촉진 효과가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토스뱅크와 광주은행이 앞장선 공동대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 잡아 대출시장에서도 ‘반반’상품이 인기를 끌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