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세계 3대 시장 인도 IPO 절차 돌입, 생산 확대·전동화 '4조 실탄' 승부수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지난 4월23일(현지시각) 현대차 인도권역본부 델리 신사옥에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인도권역 현지 직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의 인도법인이 세계 3대 자동차 시장인 인도에서 현지 증시 상장 절차를 본격화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글로벌 수출 허브로 점찍은 인도에서 선제적으로 생산 능력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 조달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는 인도 현지법인인 현대차인도가 인도 증권시장에 상장하기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기업공개(IPO)관련 예비서류를 제출했다고 17일 공시했다.

현대차는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 또는 사전 수요 예측 결과 등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라며 "진행 상황에 대해서는 확정되는 시점 또는 6개월 내 재공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이터 등 외신은 현대차가 기존에 보유한 현대차인도 주식 중 최대 17.5%에 해당하는 1억4200만주를 매각한다고 보도했다. 

IPO를 위해 신주를 발행하지 않고 현대차가 갖고 있던 지분의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는 '공개 매각' 방식이다.

현대차가 이번 IPO를 통해 최대 30억 달러(약 4조1천400억 원)를 조달해 역대 인도 IPO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현대차는 세계 3위 자동차시장인 인도에서 작년 60만 대 넘는 차를 팔아 14.3%의 시장점유율로 마루티스즈키(41.6%)에 이은 판매 2위를 기록했다. 

현대차는 1996년 인도법인(HMI)을 설립하고 1998년 인도 남부 첸나이에 제1공장, 2008년엔 제2공장을 건설했다. 현대차는 인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타격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꾸준히 50만 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올려왔고, 지난해 처음 60만 대 판매 벽을 넘어섰다.

중국 사업장을 축소하고 러시아 사업을 철수한 현대차는 최근 인도에서 생산설비와 전기차 관련 투자를 대폭 늘리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인도 마하라슈트라(Maharashtra)주에 위치한 푸네공장을 제너럴모터스(GM)으로부터 인수했다. 현대차의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 대 이상 생산이 가능한 거점으로 설비 개선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푸네공장이 완공되면 현대차는 첸나이공장(82만4천 대)과 푸네공장을 주축으로 100만 대 생산체제를 갖추고, 기아까지 더하면 현대차그룹은 인도에서 약 150만 대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인도 전기차 시장 선점을 위한 전동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인도에 첫 현지생산 전기차를 출시한다.

올해 말 첸나이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5개의 전기차 모델을 투입한다. 현대차 판매 네트워크 거점을 활용해 2030년에는 전기차 충전소를 485개까지 확대한다.

최근 현대차·기아는 인도 배터리 전문기업인 엑사이드 에너지와 전략적 업무협약을 맺고 인도 전용 전기차 모델에 현지 생산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전기차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를 현지화해 가성비가 중요한 인도 시장에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등 현지 전동화 시장을 선점하겠다 취지에서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 4월 작년 8월에 이어 8개월 만에 인도를 재방문해 현대차·기아 인도권역 임직원들과 중잔기 전략을 논의했다.

정 회장은 현지 직원들과 가진 타운홀 미팅에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권역의 중요성을 고려해 앞으로 더 큰 역할을 해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