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코스닥시장을 이탈하는 대형종목들의 행렬이 좀처럼 멈추지 않고 있다.

올해 2차전지주를 중심으로 시장에 활기가 감돌았던 분위기에도 코스피로 짐을 싸는 블루칩이 잇따르면서 우량 중소벤처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는 코스닥의 존재감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코스닥시장 활력에도 대어급 연쇄 이탈, 시총 10위 종목 중 절반 사라진다

▲ 포스코DX가 코스피시장 예비심사 적격 통보를 받았다. 예비심사를 통과한 기업은 통지일부터 6달 내 신규상장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 


13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코스닥 시가총액 3~5위 기업이 연이어 코스닥시장에서 주식 매매거래가 정지된다.

이날 포스코DX는 “코스피시장 상장을 추진해 온 결과 전날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로부터 코스피시장 예비심사 적격 통보를 받았다”며 “향후 코스피시장 상장일정은 이사회 결의와 유관기관과의 협의결과에 따라 정해질 예정이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이전상장한 기업들이 일반적으로 예비심사를 통과한 뒤 빠른 시일 내에 상장폐지를 신청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포스코DX도 12월 말 혹은 1월 중 상장폐지 뒤 코스피시장에 상장할 것으로 보인다. 

2차전지주 열풍에 상반기 주가가 두 배가량 급등했던 엘앤에프도 코스닥시장을 떠난다. 

엘앤에프는 10월26일 이전상장 예비심사를 신청한 바 있다. 한국거래소가 일반적으로 예비심사 승인 여부를 45영업일 내로 결정하는 만큼 12월 네 번째, 다섯 번째 주에는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2017년 상장 이후 내내 코스닥 4위 안에 머물렀던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5일을 마지막으로 거래가 정지된다. 셀트리온과 합병되면서 셀트리온이 존속하고,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소멸된다. 셀트리온은 28일 합병한 뒤 내년 1월12일 재상장한다는 계획이다. 

코스닥 평균 거래대금이 코스피를 웃도는 등 올해 코스닥시장이 특히 주목을 받았지만, 우량주들의 코스닥 기피현상은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1월2일~12월12일) 코스닥 연평균 거래대금은 10조144억 원으로 코스피 평균거래대금인 9조5805억 원을 웃돌면서 코스닥 개장이후 처음으로 코스피를 넘을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다. 2차전지주 투자열풍, 테마주 장세 등에 힘입어 코스닥시장에 자금이 쏠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시가총액 최상위 기업이 연달아 빠져나가면서 코스닥시장의 활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세 기업이 코스닥시장을 이탈하면서 시가총액이 전부 27조 가량 줄어들 예정이다. 이날 기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의 6.6%에 이르는 규모다.

코스닥 주요종목의 코스닥시장 이탈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스닥 시총 6위인 HLB가 코스피 이전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HLB는 11월17일 이사회를 열고 ‘코스닥 조건부 상장폐지 및 코스피 이전상장’에 관한 안건을 승인한 바 있다. 

HLB는 이달 21일 열리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안건이 통과될 경우 한국거래소의 예비심사를 거쳐 코스피시장에 이전상장한다. 현재 HLB는 주주총회를 앞두고 이전상장에 대한 전자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코스닥시장 활력에도 대어급 연쇄 이탈, 시총 10위 종목 중 절반 사라진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사진)이 인천 송도에서 열린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을 위한 임시 주총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셀트리온>


시총 10위권에 진입해 있는 셀트리온제약도 내년 중 코스닥시장을 이탈할 수 있다. 

셀트리온제약은 이번 셀트리온의 합병대상에 포함되지 않았지만, 셀트리온 그룹은 내년 1월 셀트리온-셀트리온제약과의 합병을 마무리한 뒤 6달 이내 셀트리온제약을 합병해 통합 셀트리온을 출범시킨다는 계획이다.

이 경우 셀트리온헬스케어와 같은 방식으로 코스피시장에 상장된 셀트리온이 존속하고 셀트리온제약이 소멸하는 방식으로 합병될 것으로 보인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