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서울시가 시공사 선정 시점을 앞당기면서 새로 도입한 총액입찰 제도가 서울 도시정비 시장에 안착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도시정비 조합이 사업을 더욱 신속하게 진행하려면 총액입찰이 유리하지만 공사비 인상 문제에 대응하려면 기존 내역입찰 방식이 낫다는 의견도 있다.
 
과천10구역 총액입찰·내역입찰 고심, 서울 도시정비조합도 결과에 촉각

▲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 조감도. <해안건축>


경기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 조합이 총액입찰과 내역입찰을 두고 저울질을 하고 있는데 그 결과가 서울 도시정비 사업지의 선택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떠오른다.

26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 조합은 올해 12월 시공사 선정을 마무리하고 사업을 본격화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과천주공10단지 재건축사업은 과천시 관물로 일대 632세대를 최고 28층, 1339세대로 바꾸는 것이다. 

현재 과천주공10단지 수주전은 삼성물산 건설부문과 롯데건설의 맞대결로 윤곽이 잡히고 있다.

삼성물산은 총액입찰, 롯데건설을 내역입찰이 적합하다는 입장을 조합에게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의 입찰방법 선택에 따라 시공사들의 최종 입찰 참여가 갈릴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삼성물산은 총액입찰로 사업을 진행하면 시공사가 조합과 함께 인허가 절차를 준비할 수 있어 세부적 내용까지 꼼꼼히 챙길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롯데건설은 내역입찰에서 조합에서 제시한 조건을 바탕으로 대안설계를 준비해 경쟁력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다만 조합은 지난 9월11일 이사회를 열고 ‘총액입찰’로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공사 예정가격을 3.3㎡당 740만5천 원으로 확정했다. 

앞서 공사비 산정을 맡은 적산업체로부터 3.3㎡당 699만7천 원의 공사비를 전달받았는데 조합 집행부는 8월18일 대의원회에서 이보다 높은 3.3㎡당 740만5천 원으로 예정가격을 정했다.

과천주공10단지 인근 지역은 시공사 선정을 마쳤거나 분양이 끝난 곳이 대부분이다. 시공사 선정을 신속하게 진행해 빠르게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이득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반면 내역입찰을 통해 공사비를 따져 부담금을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여전히 존재한다. 총액입찰 방식이 아니면 올해 12월 시공사 선정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단독입찰이 이뤄져 유찰이 된다면 사업이 지연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때문에 조합원들은 삼성물산과 롯데건설의 경쟁수주를 유도해 사업기간 지연을 막고 더 나은 조건을 선택하기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정비사업 조합들도 과천주공10단지 조합의 선택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서울시가 공공지원 정비사업 시공사 선정기준을 개정하면서 총액입찰 제도가 서울 정비사업에도 적용되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3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조례를 개정해 7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기존 내역입찰 외 총액입찰 도입, 경미한 범위 내에서 대안설계 제안금지, 사업시행인가 이후 공사비 검증 의무화, 입찰참가자격 명문화, 입찰규정 위반 때 입찰무효 및 해당업체 현황공개 등이 주요 내역이다.

이에 따라 조합은 내역입찰과 총액입찰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진행할 수 있다. 

서울시는 신속통합기획 등의 정책을 통해 조속한 정비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총액입찰제도를 도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공사비가 증가할 수 있는 문제점에 대응하기 위해 사업시행인가 이후 공사비 검증 의무화도 새로 마련했다.
 
과천10구역 총액입찰·내역입찰 고심, 서울 도시정비조합도 결과에 촉각

▲ 사진은 경기도 과천시 중앙동 과천주공10단지 모습. <네이버부동산갤러리>


총액입찰이란 기본설계 수준의 도면을 바탕으로 입찰 총액만 기재한 방식이다. 조합이 예정가격을 제시하면 입찰참여자(시공사)가 공사비총괄내역서로 입찰에 참여하는 것이다. 

공사비총괄내역서는 공사에 소요된 공사비를 총액으로 산출한 내역서다. 물량내역서와 산출내역서를 따로 제출하지 않아 실제 시공사를 선정하기까지 기간이 단축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다만 시공사 선정 이후 45일 이내에 물량내역서와 산출내역서를 조합에 제출해야 한다. 

반면 내역입찰은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통해 확정된 설계도서를 바탕으로 공사 항목별 예산을 명시하는 방식이다. 조합이 예정가격을 제시하면 시공사는 물량내역서와 산출내역서를 조합에 내야 한다. 

요약하면 내역입찰은 총액입찰보다 입찰 준비과정과 비용이 많이 들지만 계약적 구속력을 지닌다. 총액입찰은 설계안·상세 내역서가 없이 시공사를 선정해 공사비가 부풀려 질 위험이 있다. 

서울시는 내역입찰 때 과도한 공사비 증액을 막기 위해 대안설계 범위를 ‘정비계획 범위 내’로 한정했다. 이에 따라 내역입찰에서 건설사들은 용적률 및 최고 높이 상승이 담긴 대안설계 제안을 할 수 없다. 

도시정비업계자는 “총액입찰과 내역입찰 가운데 어떤 방법이 조합에게 특별히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사업속도를 붙일 수 있는 총액입찰과 위험관리를 할 수 있는 내역입찰의 장단점이 뚜렷한 만큼 각 조합에서 사업장에 맞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