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시정비 조합들이 시공사의 공사비 증액 요구에 새 시공사를 찾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존 시공사의 시공권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아 나서지만 최근 시공권을 유지하면서 다른 시공사를 찾는 조합도 나타나고 있다. 새 시공사 선정이 어려운 상황에다가 사업지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란 시선이 나온다. 
 
공사비 인상 요구에 새 시공사 찾는 조합, 기존 시공권 유지 혹은 해지 고민

▲ 일반적으로 기존 시공사의 시공권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아 나서지만 최근 시공권을 유지하면서 다른 시공사를 찾는 조합도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서울 북아현2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서울시 정비몽땅>


4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공사비 급등에 따른 시공사와 갈등으로 새 시공사를 찾는 조합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서울 북아현2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8월30일 대의원회를 열어 시공사업단(삼성물산·DL이앤씨) 계약해지 안건을 대의원 95명 가운데 84명의 찬성표를 통해 의결했다. 최종 해지 여부는 9월 말 총회에서 결정된다.

애초 3.3㎡당 공사비가 490만 원이었으나 지난해 610만 원으로 인상됐고 시공사업단이 조합 측에서 요구한 마감재를 반영해 3.3㎡당 859만 원까지 올리면서 갈등이 빚어졌다. 

조합은 공사비 20% 하향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시공사 해지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해지 총회 전까지는 시공사업단과 협상을 이어간다는 방침을 세웠다. 

시공사 해지는 선정 때와 마찬가지로 조합 총회 의결이 필요하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정법)에 따르면 전체 조합원의 20% 이상이 출석해야 한다. 

서울 홍제3구역 재건축 조합도 9일 현대건설 시공사 해지 안건을 의결할 총회를 앞두고 있다. 홍제3구역 재건축은 현대건설이  3.3㎡당 공사비 512만 원 수준으로 수주했다가 898만6400만 원으로 인상하고 공사기간도 37개월에서 51개월로 늘려달라고 요구했다. 

조합은 현대건설과 결별한 뒤 새 시공사 찾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12월에 시공사 선정을 한다는 계획을 세워 수주실적을 채우려는 시공사들의 입찰을 기대하고 있다. 

이미 기존 시공사와 결별을 마친 뒤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조합도 있다. 부산 시민공원촉진2-1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6월17일 임시총회를 열고 GS건설과 계약을 해지했다. 

GS건설은 원자잿값 상승 등을 이유로 3.3㎡당 987만 원의 공사비를 요청했지만 조합은 3.3㎡당 807만 원을 제시하며 평행선을 달렸다. 조합은 10월5일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하는데 삼성물산, 포스코이앤씨, 두산건설이 적극적으로 물밑작업을 벌이는 것으로 감지된다.

다만 기존 시공권을 유지하면서 새 시공사를 찾는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최근 시공사들은 사업성과 조합의 분위기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하게 입찰에 나서고 있다. 조합은 시공사를 찾기 어려운 상황을 고려해 사업 위험을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새 시공사를 바로 선정하더라도 최소 6개월 이상 사업이 지연되고 기존 시공사보다 주택 브랜드, 시공능력평가 순위가 높은 시공사를 선택하면 공사비가 더 오를 여지도 있다. 이에 새 시공사 선정 과정과 기존 시공사와 협상을 함께 진행하려는 셈이다. 

대표적 사례가 국가대표사업단(대우건설, GS건설, SK에코플랜트)이 2016년 수주한 경기 산성구역 재개발사업이다. 산성구역 재개발 조합은 지난 4월26일 이사회의를 열고 시공단을 해지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기존 3.3㎡당 공사비 418만9천 원을 661만 원 수준으로 올려달라는 시공사업단의 요구 때문이다.

하지만 시공사 해지를 위한 총회 공고를 하지 않고 입찰공고를 진행했다. 5월26일 현장설명회에 기존 국가대표사업단을 포함한 8곳의 시공사가 참여했지만 결국 6월20일 최종 유찰됐다. 현재는 국가대표사업단 주간사인 대우건설과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충북 사모2구역 재개발 조합도 기존 시공사인 두산건설·한신공영을 유지한 채로 시공사 재선정에 나섰다. 기존 컨소시엄 일원이었던 일성건설과 사업비 관련 마찰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합은 지난 1일 관리처분계획을 인가 받았고 6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일성건설이 빠지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두산건설, 한신공영이 컨소시엄을 이뤄 입찰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파악된다. 

기존 시공사를 해지하고 안하고의 차이점은 조합 분위기에 따라 결정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사비 인상 요구에 새 시공사 찾는 조합, 기존 시공권 유지 혹은 해지 고민

▲ 사진은 산성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경기 성남시>


도시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시공사 해지까지 한 뒤 새 시공사를 선정하려 하는 것은 조합 내 비대위 등의 반대 목소리를 막기 위한 점도 있다”며 “기존 시공사들의 지위를 유지하면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지만 조합원 반발이 높은 상황이라면 뒷말이 무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조합장 등 조합 집행부가 바뀌면 선거과정에서 공약을 지키기 위해 시공사와 협상에 우위를 가져가기 위한 방법으로 시공사 해지를 선택하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모2구역과 같이 10대 건설사를 새로 컨소시엄으로 들여오거나 부산 촉진2-1구역과 같이 수주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이상 새 시공사 선정은 모험일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되레 기존보다 불리해진 조건으로 계약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도시정비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최근 시공사들의 공사비 인상 요구와 관련해 철저히 검증한 뒤 협상에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도 “최근 상황을 고려하면 다시 시공사를 선정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만큼 시공사와 협상이 가장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수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