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조 LNG 프로젝트' 미국 참여 요청에 한·일 냉담, 긴 기간과 탄소배출 우려

▲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프로젝트와 관련해 미국 측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이 참여 및 구매에 주저하고 있다. 사진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의 천연가스 액화설비 조감도.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 홈페이지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한국과 일본이 56조 원 규모의 대규모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참여해달라는 미국의 요청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생산까지 7년이 더 걸리는 데다 국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에도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25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과 일본 측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에너지 관련 투자 가운데 하나가 될 440억 달러(약 56조 원) 규모의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라는 미국의 제의를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 프로젝트는 ‘알래스카 LNG’라고 불리며 알래스카 북쪽 뷰포트해에서 천연가스를 추출한 뒤 1300km에 이르는 가스관을 통해 알래스카 남부의 액화시설로 천연가스를 옮겨 액화천연가스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2013년부터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4월 미국 에너지부의 승인을 받았으며 2030년경 운영되는 것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알래스카 가스라인 개발공사(AGDC) 등 미국 측은 이 프로젝트에서 생산된 액화천연가스를 선박을 통해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로 수출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알래스카를 지역구로 하는 댄 설리번 미국 상원의원은 “이 프로젝트는 10년 이상의 계획 끝에 어느 때보다 시작에 가까워졌다”며 “다음 단계는 아시아의 구매자를 찾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측이 한국과 일본을 주요 구매자로 보는 이유는 두 국가의 LNG 수요량이 높은 상황에서 이 프로젝트 위치가 두 국가에 상대적으로 가깝기 때문이다.

현재 중동이나 미국에서 생산된 LNG가 한국이나 일본으로 운송되는 데는 몇 주가 소요되지만 알래스카에서 생산된 LNG는 1주일가량 만에 두 국가에 도달할 수 있다.

또 미국 측은 LNG와 관련해 두 국가와 러시아가 맺고 있는 관계가 약화하기를 희망하고 있다.

일례로 일본은 현재 러시아의 한 LNG 프로젝트에서 전체 LNG 공급량의 10%를 구매하고 있다.

설리번 의원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동맹국들이 러시아 석유 및 가스에서 손을 떼는 것이 시급하다”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확실한 선택은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다”고 말했다.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한국의 기업들이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거나 가스 구매 계약을 체결하는 데 관심이 없으며 에너지 관련 정부 관리들도 이 프로젝트에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우선 두 국가는 이 프로젝트의 LNG 생산 시점이 2030년으로 너무 멀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두 국가는 공급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향후 3~4년 동안 LNG를 확보할 방안을 찾고 있다. 캐나다나 중동 국가들은 이 시기에 맞춰 두 국가에 LNG를 공급할 것으로 전망되는 반면 알래스카 프로젝트는 시간이 한참 남은 것이다.

또 이 프로젝트가 실제로 원활히 수행될지에 관한 의문도 남아있다.

일본의 한 LNG 수입 기업 관계자는 “구매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LNG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평가한 것”이라며 “알래스카 LNG 프로젝트는 너무 오랫동안 진척이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두 국가는 새로운 대규모 LNG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것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 순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는 장기적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LNG 발전은 석탄 발전보다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지만 온실가스를 발생시킨다. LNG 생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나온다. LNG의 주요성분은 메탄으로 72~95%를 차지한다. 

테라자와 타츠야 일본 에너지경제연구소 소장은 “사람들은 LNG의 미래에 관해 확신을 갖고 있지 못하다”며 “현재는 엄청난 수요가 예상되지만 10년 또는 10년 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있다”고 말했다. 장상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