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올해 1분기 합산 영업이익이 비싼 친환경차와 RV(레저용 차량) 판매 확대에 힘입어 5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3위에 오른데 이어 올해 들어 수익성 측면에서도 고급차 브랜드를 앞세운 토요타나 폭스바겐그룹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SUV 친환경차 앞세운 현대차그룹, 수익성도 글로벌 톱티어 바라본다

▲ 11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친환경차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1분기 글로벌 선두권 완성차그룹의 수익성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는 시선이 나온다.


11일 금융정보회사 FN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을 각각 2조7천억 원, 2조2천억 원을 낸 것으로 추산됐다. 2022년 1분기와 비교해 현대차는 42.09%, 기아는 38.46% 증가한 것이다.

두 기업의 단순 합산 영업이익은 5조 원에 육박하는데 이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1위(자동차통계사이트 F&I 툴스 집계 기준) 토요타에 근접하는 수준이다. 

토요타는 2022 회계연도 4분기(2023년 1~3월) 5093억9900만 엔(약 5조695억 원)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2위 폭스바겐그룹은 같은 기간 50억7200만 유로(약 7조 원) 수준의 영업이익을 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 글로벌 판매량 3위인 현대차와 기아의 분기 합산이익이 1, 2위 토요타나 폭스바겐과 견줄 정도가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자동차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볼륨모델에 기반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영업이익을 빠르게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다. 기본적으로 볼륨모델은 대량생산을 통한 비용 감축을 통해 이익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다.

폭스바겐그룹의 경우 볼륨 브랜드 폭스바겐뿐 아니라 아우디, 포르쉐, 벤틀리, 람보르기니, 두가티 등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고급차 브랜드들을 대거 확보하고 있어 영업이익이 높을 수밖에 없다.

폭스바겐그룹은 지난해 연간 전체 영업이익은 225억 유로(약 32조 원)지만 이 가운데 볼륨 브랜드의 영업이익은 40억 유로(5조7507억 원) 수준에 머문다. 

토요타는 2022 회계연도 1분기부터 3분기(2022년 4월부터 12월)까지 영업이익 2조900억 엔(약 27조81억 원)을 냈다. 일본기업은 회계연도 기준이 달라 정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현대차와 기아는 2022년 연간 합산 영업이익 17조 원가량을 냈다. 토요타 역시 미국을 중심으로 고급 브랜드 렉서스의 위상이 높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토요타 및 폭스바겐그룹과 현대차·기아의 수익성 격차가 상당했는데 올해 1분기 들어 사뭇 달라진 양상이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현대차그룹이 토요타 1048만3천 대, 폭스바겐그룹 848만1천 대 이어 지난해 처음으로 글로벌 판매량 3위(684만8천 대)에 오른 뒤 수익성 측면에서도 상승세를 보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향상은 원화 환율 상승과 함께 RV(레저용차량)와 하이브리드를 포함한 친환경차 등 판매가격이 비싸 대당 이익이 높은 고부가가치 자동차들의 판매량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국내외에서 올해 1분기에만 친환경차(전기차, 하이브리드 포함)를 4만7006대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1분기보다 43.5% 늘었다. 같은 기간 기아도 1년 전보다 24.3% 증가한 4만5420대를 판매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대차의 RV(레저용차량) 비중은 올해 1분기 54.2%로 2.2%포인트 확대된 것으로 추정됐다. 기아의 1분기 RV 비중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지난해 말 기준으로 64%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이 수익성을 높이면 전기차 전환을 빠르게 이뤄내기 위한 투자금 확보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전기차 전환과 관련해 2025년까지 국내만 63조 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뿐 아니라 현재 미국 조지아주에 건설하고 있는 전기차 전용 공장 등까지 고려하면 투자 규모는 76조 원에 이른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빠른 전기차 전환과 동시에 판매량 증대를 함께 이뤄낸다면 현대차그룹도 테슬라처럼 높은 이익률을 실현할 수 있다”며 “특히 현대차그룹 전기차들은 전용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하는데 품질경쟁력뿐 아니라 비용절감 효과도 뛰어나다”고 말했다 장은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