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뒤 세계적으로 비료 공급 차질이 심화되고 농작물 가격이 크게 뛰면서 농작물 재배에 사람의 소변을 활용하는 방식이 관심을 받고 있다.
화학 비료를 사용하는 기존 방식과 비교해 식량 안보는 물론 물 부족과 환경 문제 등 많은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 인간 소변으로 만든 비료를 농작물에 적용하는 모습. < Rich Earth Institute> |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은 최근 인간의 소변이 식물에 필요한 영양소로 가득 차 있어 비료 공급난 같은 위기를 극복하는 해답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리치어스연구소에 따르면 성인 한명이 1년에 생산하는 소변은 473리터가량으로 이는 145킬로그램의 밀을 재배하기에 충분한 양이다. 인간의 소변에는 화학비료의 주성분인 질소와 인, 칼륨 등이 풍부하게 들어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이 연구소는 소변을 재활용하게 되면 매년 약 1만5천 리터의 식수를 절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일반적 양변기는 13리터 크기로 한 사람이 하루에 90리터에 이르는 물을 사용한다. 이는 가정에서 쓰는 전체 하루 생활용수의 약 25%를 차지한다.
소변 재활용은 환경오염을 막는 데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노후화된 오물 정화조와 폐수 설비에서 누출이 발생해 강과 호수, 연안 해역이 오염되고 있다. 특히 소변에 포함된 여러 성분들은 수중 조류를 증식시켜 수상 동식물의 대량 사멸을 유발하기도 한다. 화학비료 유출은 이를 더욱 악화시킨다.
카디쉬 맨시럼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 교수는 17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에서 현재 화학 비료 생산 방식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뉴욕타임스는 한 연구를 인용해 비료에 주로 쓰이는 암모니아 제조 과정에서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1~2%가 발생할 뿐 아니라 또 다른 핵심 성분인 인은 암석에서 채굴되며 공급이 계속 줄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도시 환경과 수생 환경은 끔찍하게 오염되는 반면 농촌 환경은 필요한 것이 고갈되고 있다”는 레베카 넬슨 미국 코넬대학교 교수의 지적도 전했다.
이 신문은 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진행한 소변 비료 활용 사례도 소개했다.
니제르 중남부의 마라디 농민연합연맹의 이사인 아미노 알리와 그의 연구팀은 의사·종교지도자들과 함께 소변을 비료로 재활용하는 실험을 진행해 큰 성과를 거뒀다.
2013년 첫 해 27명의 참가자가 주전자에 소변을 모아 동물 분뇨와 함께 식물에 적용했는데 이듬해에는 약 100명이 추가로 참여했고 이어 1천 명까지 참여자가 늘었다.
이 팀의 연구에 따르면 저렴한 소변 비료를 활용한 데 힘입어 지역 주요작물인 진주조(pearl millet) 수확량이 30%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로써 지역 주민들이 시장에서 잉여 농작물을 팔고 다른 필수품으로 현금을 얻을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다.
알리 팀과 협력한 농업경제학자 하나투 무사 박사는 이 지역 농민들이 처음엔 소변 활용을 꺼렸으나 이제는 소변을 얻기 위한 경쟁까지 일어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일부 아이들이 소변 제공의 대가로 돈이나 사탕을 요구하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도시 지역에서도 이러한 시도들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 버몬트주에 사는 간호사 케이트 루시와 유치원 교사로 일하는 그녀의 남편 존 셀러는 올해까지 7년 동안 1천 갤런(약 3700리터) 이상의 소변을 기증했다.
루시 씨는 처음에는 주전자에 소변을 모으는 것이 “약간 찝찝했다”고 느꼈지만 이제 일반 화장실을 사용하면 소변을 버리게 돼 아쉽다고까지 말했다.
그녀는 “우리는 이 놀라운 비료를 우리 몸에서 만든 다음 다른 귀중한 자원(물)으로 씻어내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스 파리에서는 600개의 신축 아파트들에 소변을 도시의 녹지공간에 사용할 수 있는 양변기를 도입할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소변의 활용가치가 오르자 가격도 오르고 있다. 소변 가격은 지난 수년 동안 25리터당 1달러 수준에서 6달러로 상승했다.
반면 아직까지 소변에서 양분을 얻고 저장하는 연구가 현재의 비료 위기를 해결할 만큼 충분히 발전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예를 들어 대규모로 소변을 수집하려면 배관 인프라에 변화가 필요하다. 산업 자원과 가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잠재적 유해 물질에 의해 오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부분 물로 이뤄진 소변을 도시에서 떨어진 농지까지 운반하는 것이 경제적이지 않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오줌 농축 기술 등 소변 활용 기술과 관련한 연구도 진행되고 있다.
리치어스연구소와 미국 미시간대학교는 살균된 소변 농축액을 만드는 연구에 협력하고 있다.
레베카 넬슨 코넬대학교 교수팀은 소변의 영양소를 대변에서 만든 숯의 일종인 바이오차(biochar, 바이오매스와 숯의 합성어)에 결합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임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