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스공사가 에너지기업 및 발전사와 맺는 액화천연가스(LNG) 도매요금 계약방식을 두고 진퇴양난에 빠졌다. 

가스공사가 새로 개별요금제를 도입하자 기존에 평균요금제로 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이 ‘가격 차별’이라며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스공사, LNG 도매요금 계약방식 놓고 '가격차별' 반발에 진퇴양난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하지만 가스공사도 이미 해외에서 장기 가스 확보 계약을 맺어 놓아 기존 계약자들을 위한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17일 가스공사 안팎의 말을 종합하면 가스공사와 평균요금제로 장기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의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가스공사가 천연가스 직수입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개별요금제가 더 저렴해 기존 평균요금제로 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은 더 비싼 가격으로 천연가스를 공급받게 돼 ‘가격 차별’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개별요금제는 액화천연가스 도입계약을 각각의 발전사와 개별적으로 맺는 방식이다. 

개별요금제를 통하면 최근 저유가기조를 반영할 수 있어 에너지기업이나 발전사들은 평균요금제보다 더 저렴하게 액화천연가스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그동안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 도입계약가격을 평균해 모든 발전사에게 동일한 가격으로 공급하는 평균요금제를 통해 계약을 맺어왔다.

평균요금제를 적용하면 여러 시기에 해외 여러 곳에서 맺은 장기 계약을 통해 안정적으로 천연가스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 수급관리가 쉬운 장점이 있다. 

하지만 가스공사는 액화천연가스를 직수입하는 기업이 늘자 이에 대응하면서 기업들을 붙들기 위해 개별요금제 도입 카드를 꺼내들었다. 

기업별 직수입 물량이 지나치게 많이 늘어나면 국가차원에서 천연가스의 수급량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져 수급관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가스공사가 해외에서 산 천연가스를 국내 발전사업자에게 파는 도매판매를 주요 수익원으로 삼고 있어 가스공사의 실적도 악화할 수밖에 없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최근 내놓은 '2019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 위원회별 분석‘에서 기존의 평균요금제를 적용받는 발전사가 개별요금제를 적용받는 발전사보다 훨씬 더 비싼 가격으로 LNG를 공급받게 돼 가격차별이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가스공사는 기존에 평균요금제로 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는 지적에 전담조직(TF)을 꾸리고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에 평균요금제로 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이 이탈하면 기존 계약물량을 처리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기존 계약물량은 가스공사가 안정적으로 더 저렴하게 천연가스를 수급하기 위해 최소 5~6년에서 길게는 20년 전에 맺은 도입계약을 통해 천연가스를 들여오고 있는데 최근 유가 급락에 따라 당시 계약가격은 지금보다 천연가스 가격이 더 비싸다. 

1999년 이전에 맺어진 계약의 천연가스 가격은 2019년 맺은 계약의 천연가스 가격보다 약 1.7배 높다. 

2019년 가스공사가 들여온 천연가스 물량 3만3735톤 가운데 1999년 이전에 맺어진 계약에 따른 물량은 모두 4980톤으로 14.8%를 차지하고 있다. 

2019년 기준으로 가스공사가 수입한 천연가스 가운데 발전용으로 판매되는 비중은 43.2%, 도시가스로 판매되는 비중은 54.9%정도다. 

기존 평균요금제 물량의 절반 정도를 맡고 있는 발전사가 빠져나가면 나머지 절반 정도인 도시가스회사들이 이를 부담해 일반 소비자들이 이용하는 가스요금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대규모 사업자의 자가용 액화천연가스 직수입이 허용된 이후 기업의 천연가스 직수입 물량은 급증했다. 

2013년 전체 수입량의 3.5%인 141만4천 톤에서 2019년 728만 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17.8%로 크게 늘었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기존에 평균요금제로 계약을 맺은 사업자들의 어려운 상황에는 공감하고 있다”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1월부터 협의체를 구성해 운영하며 개선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