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가스공사를 거치지 않고 액화천연가스(LNG)를 직접 수입하는 에너지 관련 기업이 늘며 가스공사의 장기 수익성에 빨간불이 켜졌다. 

직수입이 늘어 가스공사를 통해 공급되는 물량이 줄면 국민들이 부담해야하는 LNG 가격이 높아질 가능성이 커져 에너지 공공성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온다. 
 
기업 LNG 직수입 늘어, 가스공사 수익성에 공공성도 빨간불

▲ 채희봉 한국가스공사 사장.


8일 가스업계에 따르면 저유가 기조가 당분간 이어지며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지 않고 직접 수입하는 기업들이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로 원유 수요가 감소하며 최근 LNG 가격도 함께 낮아졌는데 에너지 관련 기업들이 직접 LNG를 수입하면 제조원가를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 국내 LNG 공급은 가스공사가 독점해 기업과 발전사에 공급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1998년 관련 법이 개선되며 에너지 기업과 발전사는 자기소비용으로 LNG를 독자적으로 수입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여기에 미국 셰일가스 혁명 이후 LNG 가격이 하락하자 SKE&S, 포스코에너지 등 민간기업들과 중부발전과 같은 발전공기업들은 가스공사를 통해 LNG를 공급받지 않고 직접 수입해 이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LNG 전체 수입 가운데 기업의 직수입 비중은 2015년 5.7%에서 2019년 13.9%로 높아졌다.

가스공사는 국민과 기업 및 발전사에 공급하는 LNG를 제공하는 데서 대부분의 매출과 영업이익을 얻고 있지만 기업과 발전사가 빠진다면 그만큼의 경영에 차질을 빚게 된다. 

가스공사 노조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쓰이는 LNG 전체 물량 가운데 산업용과 발전용으로 이용되는 LNG 물량은 72%에 이른다. 

LNG를 직수입하는 기업이 늘수록 가스공사가 판매하는 LNG 공급량이 줄어 가스공사의 수익성은 악화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일반국민들이 부담해야하는 LNG 가격이 높아져 에너지 공공성을 훼손할 가능성도 있다.

가스공사 노조는 최근 성명서를 내고 “LNG를 직수입하는 기업이나 발전소가 늘면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해쳐 국민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LNG 가격이 저렴할 때는 직수입을 하고 LNG 가격이 비싸지면 대량수입으로 상대적으로 단가가 저렴한 가스공사가 제공하는 LNG를 이용하는 등 조달방식을 바꿀 수 있다.

기업 수요가 LNG 가격에 따라 수시로 변동하면 가스공사가 장기적 수입물량을 예측하기 힘들어지고 LNG 도매단가도 높아져 그만큼 일반국민들이 이용하는 LNG 가스의 요금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GS칼텍스, GSEPS, GS파워가 LNG 가격이 높아지자 직수입을 포기하고 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았다. 이 과정에서 가스공사가 갑작스럽게 추가된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약 1천억 원의 추가 비용을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 노조는 "요건을 엄격하게 하는 등 직수입과 관련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2022년 개별요금제 도입 이후 직수입이 더욱 늘면 가스공사가 실적이 악화될 것을 우려해 선제적 행동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가스공사는 그동안 체결한 계약의 모든 LNG 가격의 평균을 내 모든 발전소에 동일한 LNG 가격을 적용하는 '평균요금제'를 시행했다. 

이와 달리 개별요금제는 각 기업마다 계약을 따로 맺어 각기 다른 가격으로 LNG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개별요금제가 도입되면 기업들은 가스공사가 공급하는 LNG를 개별요금으로 공급받거나 직수입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어 가스공사의 공급 안정성이 흔들릴 수밖에 없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LNG 직수입과 관련한 제도 개선에는 관계 부처 등과 협의가 필요하다”면서도 “기업들의 LNG 직수입이 늘면 가스공사의 수익성이 악화하는 측면도 있지만 에너지 공공성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지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