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이 재건축과 재개발사업의 공사비 검증을 본격화하고 있다.  

공사비 검증을 통해 사업시행자나 시공사의 ‘공사비 부풀리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감정원 공사비 검증 본격화, 재건축재개발 투명성 확보 첫 걸음   

▲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한국감정원은 지금까지 재건축·재개발 조합의 공사비 검증 신청 5건을 받아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8월 서울 둔촌주공 재건축현장에서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26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재건축·재개발조합의 공사비 검증 신청 5건을 받아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국내 최대 재건축단지인 서울 둔촌주공 건설사도 공사비 검증을 한국감정원에 신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증관련 절차 등을 문의하는 곳들이 많아 향후 신청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이 4월에 개정되면서 특정 조건을 갖춘 재건축·재개발단지는 한국감정원 또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공사비 검증을 맡겨야 한다.   

개정된 법안의 내용을 살펴보면 토지 등 부동산의 소유자나 조합원 20% 이상이 요청하면 사업시행자는 한국감정원이나 한국토지주택공사에 공사비 검증을 반드시 신청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조합과 사업시행자가 계약해 공사비를 확정한 뒤에 계약사항을 바꾸면서 공사비가 일정 수준이상 늘어나는 사례도 조건에 포함됐다.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기 전에 건설사가 선정됐다면 10%, 사업시행계획 인가를 받은 다음 건설사가 결정됐다면 5% 이상 증액됐을 때가 해당된다.  

한국감정원은 공사비 검증의 취지로 재건축·재개발 공사 과정의 투명성 확대를 들고 있다. 

그동안 건설사들이 재개발·재건축 과정에서 층수나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으로 설계를 바꾸면서 공사비를 증액하는 사례가 적잖게 나타났다. 

건설 비전문가인 일반 조합원은 공사비 증액의 적정성을 직접 확인하기 어렵다. 공사비 증액이 지나치게 커지면서 조합원이 시공자 선정 무효소송을 제기하는 등 법적 분쟁도 종종 나타나고 있다. 

서울 둔촌주공도 건설사에서 최근 제시한 공사비가 계약시점보다 10% 이상 늘어나면서 일부 조합원과 건설사 사이에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은형 대한건축정책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이전엔 건설사에서 공사비 문제로 추가 분담금을 압박하면 조합원이 대처할 수단이 거의 없었다”며 “한국감정원 같은 제3자에게 공사비 검증을 맡기려는 조합원 수요가 많은 데다 투명성 강화 측면에서도 매우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한국감정원은 4월에야 공사비 검증에 관련된 부서를 신설해 관련 인력을 배치했다. 이 때문에 전문성이나 사업 지연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사비 검증기간도 증액폭에 따라 1천억 원 미만은 60일, 1천억 원 이상은 90일에 이른다. 한국감정원의 검증 결과에 구속력이 없어 사업시행자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도 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한국감정원의 공사비 검증으로 공사기간이 지나치게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사업시행자가 검증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공사를 중단하면 조합원이 대응할 방안을 찾기 힘든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전에도 공사비 검증을 자발적으로 신청한 재건축·재개발 단지의 공사비를 살펴본 사례가 있고 부동산 가치평가 업무도 오랫동안 수행해 왔다”며 “공사비 검증결과가 조합원과 사업시행자의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