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 시한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롯데그룹이 완벽한 지주사체제로 전환하려면 롯데케미칼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 핵심 계열사를 끌어안아야 하지만 의사결정시스템의 꼭대기에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수감되어 있어 사실상 이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롯데케미칼의 롯데지주 편입, 신동빈 석방에 달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롯데그룹이 지배구조 개편에서 온 만큼, 혹은 온 것보다 더 많은 길을 가야 한다는 점에서 옥중에 있는 신동빈 회장의 마음이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주사체제 개편의 핵심 과제로 롯데지주 체제에 롯데케미칼을 두는 것, 롯데지주의 금융 계열사 정리, 호텔롯데의 편입 등이 꼽힌다. 

롯데지주는 2018년 상반기 말 기준으로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각각 93.8%, 25.6% 보유하고 있다. 롯데지주가 보유하고 있는 롯데케마드와 롯데캐피탈 지분 가치는 약 2조 원, 3천억 원 수준인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공겅거래법에 따르면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소유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롯데지주는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지 2년이 되는 2019년 10월까지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을 정리해야 한다. 

문제는 롯데그룹이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등 지분을 외부에 매각한다면 유통 계열사와 내고 있던 시너지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이다.

특히 롯데카드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간편결제를 앞세운 핀테크회사들의 결제시장 진출 등 때문에 치열한 경쟁상황에 내몰린 상황에서 그나마 롯데그룹의 유통 계열사와 연계된 영업 등을 통해 안정적으로 경쟁 우위에 오를 수 있었다.

롯데지주가 금융 계열사 지분을 롯데물산에서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과 맞교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가 거론되는 이유다. 

롯데물산은 일본 롯데홀딩스가 지분 56.99%를 보유하고 있다. 롯데물산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 롯데케미칼 지분을 31.27% 들고 있는데 이 가운데 20% 정도를 롯데카드와 롯데캐피탈 지분과 맞교환해 금융 계열사가 ‘지주사 밖 롯데그룹’에 속하도록 만들고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을 직접 지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롯데케미칼 지분 20%는 현재 2조 원 정도로 금융 계열사의 지분가치 2조3천억 원 정도와 엇비슷하다. 롯데지주가 롯데케미칼 지분 20%를 확보한다면 지주사가 자회사 지분 20%를 보유해야 한다는 법을 지킬 수 있다. 

신 회장은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화학사업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그는 롯데케미칼의 전신인 호남석유화학에서 경영수업을 받았을 뿐 아니라 올해로 14년 넘게 롯데케미칼 대표이사를 유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 기준으로 롯데그룹 기여도가 2013년 22%에 그쳤지만 지난해 기준으로 54%까지 확대됐다. 신 회장이 롯데케미칼의 지주사체제 편입에 의지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정혁진 한국신용평가 연구원은 “롯데그룹 실적에 기여도가 큰 화학부문을 롯데지주 체제에 편입하지 못한 점은 지배구조상 약점”이라며 “롯데지주가 최우선적으로 롯데케미칼의 자회사 편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롯데케미칼의 롯데지주 편입, 신동빈 석방에 달렸다

▲ 롯데월드타워 이미지.


호텔롯데를 향한 일본롯데의 지배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점도 과제로 꼽힌다. 

롯데그룹의 명목상 지주회사는 롯데지주지만 일본 롯데홀딩스와 투자회사 L1~L12가 지분 97.2%를 보유한 호텔롯데가 롯데지주 지분을 9% 넘게 보유하면서 롯데그룹 지배구조의 꼭대기에 있기 때문이다.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지주 지분은 신 회장의 지분과 불과 1%포인트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호텔롯데를 롯데지주 체제로 끌어들여와야 일본롯데의 지배력을 줄이면서 한국 롯데그룹의 안정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호텔롯데는 롯데물산을 통해 롯데케미칼을 간접적으로 지배하고 있을 뿐 아니라 롯데건설,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부산롯데호텔 등 중요한 회사들을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는 점에서도 중요성이 크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은 사실상 중단된 것으로 파악된다. 

신 회장이 롯데그룹 최종 의사결정권자지만 현재 수감되어 있기 때문이다. 황각규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이 롯데그룹 현안을 안팎으로 챙기며 신 회장과 경영상황을 논의하는 것으로 전해지지만 여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 연구원은 "롯데그룹이 어떻게 지배구조를 재편하느냐가 그룹의 신용과 관련해 핵심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에 따라 롯데그룹의 신용이, 다시 말해 미래 사업전망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인 만큼 신 회장의 의사결정이 강조될 수밖에 없다는 말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배구조 개편 등 롯데그룹의 굵직한 사안을 처리하는 데는 최종 의사결정권자의 말이 중요할 수밖에 없다"며 "향후 신 회장의 재판 결과에 따라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속도도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지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