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국내 주요 기업들이 잇따라 과감한 세대교체에 방점을 찍은 연말인사를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젊은 나이의 오너일가 인물이 다수 승진하거나 역할을 강화하며 능력을 증명할 시험대에 올랐다. 글로벌 경제 저성장과 정치적 불안, 산업 정책 변화로 기업 경영이 쉽지 않은 환경을 맞았으나 이들에게는 후계자로 경험을 쌓고 성과를 거둘 기회이기도 하다.
 한국 기업을 바라보는 사회의 눈높이가 이전과 달라진 만큼 오너일가라는 이유로 당연히 경영을 승계하는 시대는 끝을 맺고 있다. 따라서 이들은 확실한 역량을 보여주고 전문경영인과 차별화된 ‘준비된 후계자’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줘야만 한다. 비즈니스포스트는 국내 주요 기업의 차세대 오너일가 경영자가 2025년에 맞이한 과제와 역할을 짚어본다.
-글 싣는 순서
 ①‘부전자전’ 롯데그룹 신유열, ‘글로벌’과 ‘신사업’으로 3세시대 연다
 ②KG그룹 2세 곽정현, '위기' KGM서 경영능력 증명할지 주목
 ③‘합격점’ 받은 셀트리온 2세 서진석, 신약개발로 후계자 입지 더 넓힌다
 ④GS건설 허윤홍, 오너경영 안정화 새 판 짜는 건설업계 불황 터널 뚫는다
 ⑤SK네트웍스 최성환, AI 컴퍼니 탈바꿈으로 ‘제2의 도약’ 노린다
 ⑥초고속 승진하는 오리온 담서원, 10여년 만의 오너경영체제 복귀 시동 건다
 ⑦한화생명 경영수업 10년, 오너3세 김동원 해외사업 성과 입증 총력
 ⑧경영 전면 나서는 호반그룹 김대헌, 성장 동력 확보 추진으로 신사업 행보 강화
 ⑨‘사촌경영’ LS그룹 3세대 부상, 2030년 ‘3세 시대’ 첫 회장 레이스 스타트
 
[재계 뉴리더] KG그룹 2세 곽정현, '위기' KGM서 경영능력 증명할지 주목

▲ 곽정현 KG그룹 사장이 지난해 8월20일 경기 평택시에 위치한 본사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트랜스포메이션 데이'에서 새 브랜드 전략 '실용적 창의성'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곽재선 KG그룹 회장의 장남 곽정현 사장이 최근 KG모빌리티(KGM)가 판매 부진에 빠진 가운데 경영 전면에 나섰다.
KGM은 올해 브랜드 전동화 전략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보낼 것으로 보이는데, 곽 사장이 위기를 돌파하고 자동차 업계에서 경영능력을 입증할지 주목된다.
13일 KGM 판매실적 자료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국내에서 4만7046대를 팔아 전년보다 판매량이 25.7% 급감했다.
KGM의 국내 판매실적이 연간 5만 대 아래로 떨어진 것은 쌍용자동차 시절인 2012년(4만7700대)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회사 내수 판매 부진은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2023년 11월  야심차게 내놓은 전기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 토레스 EVX는 지난해 신차효과를 내뿜으며 브랜드 판매 실적을 이끌어야 했지만, 국내 전기차 시장 침체 속 연간 6112대가 팔리는데 그쳤다. 이는 출시 3년차를 맞아 국내 판매량이 전년보다 62.3%나 줄어든 휘발유차 '토레스'(1만3170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적이다.
전기차 캐즘은 내수뿐 아니라 토레스 EVX 수출에도 큰 타격을 줬다. 작년 상반기 월평균 약 1천 대에 달했던 토레스 EVX 해외 판매량은 하반기 약 300대 수준으로 수직 하락했다.
이에 KGM은 작년 3분기 연결기준으로 40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전년 동기 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가운데 곽 사장이 KGM 경영 전면에 나선 것이다.
그는 1982년 1월 생으로 성균관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퍼듀대 경영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MBA) 과정을 마쳤다. 2007~2011년 기아자동차 해외상품팀에서 근무하며 자동차 업계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2013년 KG이니시스 사내이사에 오르며 KG그룹에 합류했다.
곽 사장은 KG케미칼 대표이사, KG스틸 경영지원본부장, KG모빌리언스 대표이사 등 그룹 주요 계열사를 이끌어왔지만 2022년 8월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 결정으로 KG그룹이 쌍용차(현 KGM)를 인수한 뒤에도 자동차 사업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
그러다 2023년 11월 말 인사에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뒤, 이듬해 초 KGM 전략의 수립과 실행을 책임지는 사업전략실장(CSO, 최고전략책임자)을 맡았다.
작년 8월20일엔 경기 평택 KGM 본사 디자인센터에서 열린 '트랜스포메이션데이' 행사에서 새 브랜드 전략인 '실용적 창의성'을 직접 발표하며 KGM 사장으로서 데뷔전을 치렀다.
'실용적 창의성'은 창의적 생각과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는 현실적 활용성을 바탕으로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품을 선보이겠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이는 곽 사장이 직접 구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곽 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상반된 두 요소를 연결한 브랜드 전략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어떤 라이프 스타일도 만족시킬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자 한다"며 "액티언은 새로운 브랜드 전략을 반영한 KGM의 첫 신모델"이라고 말했다.
KGM은 KG그룹 품에 안긴 이듬해인 2023년 연간 흑자 전환을 달성했지만, 올해 브랜드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를 맞고 있다.
현재 KGM이 보유한 친환경차는 토레스 EVX와 준중형 전기 SUV 코란도 EV 등 2종이 전부다. 그마저도 재출시 모델인 코란도 EV는 작년 내수 판매량이 35대에 그쳤다. 회사는 사실상 전기차 1종으로 국내 친환경차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국내 전기차 시장 침체가 브랜드 내수 판매 부진에 직접 영향을 미친 이유다.
곽재선 회장은 앞서 2023년 11월 중국 전기차 선도업체 비야디(BYD)와 협약을 체결하고, 전기차 배터리팩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 개발에서 협력하기로 했다.
올해는 그 결실이 본격 시장에 출시된다. KGM은 올해 3개 차종, 파워트레인별로는 최대 6개 모델을 출시하며 친환경차 라인업을 대폭 강화한다.
곽 사장은 이 제품들의 브랜드 전략을 책임지며 판매 증대에 나선다.
KGM은 올 상반기 국내 최초 전기 픽업트럭 'O100'(프로젝트 명)과 브랜드 첫 하이브리드차인 '토레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다.
하반기엔 준중형 SUV 'KR10'(프로젝트명)의 가솔린, 전기, 하이브리드 모델을 차례로 출시한다. 곽 사장이 직접 브랜드 전략을 소개했던 액티언도 하이브리드 모델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KGM 관계자는 "올 상반기 토레스 하이브리드 모델을 출시한 뒤 나머지 내연기관 모델들에도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원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