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우주 사업 부문이 ‘적자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적자를 기록한 데 이어 최근 항공기 GTF엔진 리콜 여파까지 겹치며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우주 사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8년째 적자 언제 탈출하나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우주 사업 부문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회사는 K9 자주포 등 방산 사업 호조로 벌어들인 수익을 항공우주 사업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는데, 앞으로 상당 기간 수익을 내기 어려워 재무부담을 키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항공우주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우주 부문이 2017년부터 적자를 기록하는 주요 원인으로 GTF 엔진의 RSP(리스크 및 수익 공유 프로그램) 사업 구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는 2015년부터 미국 항공기 엔진 제작사 프랫앤드휘트니(P&W)와 함께 GTF 엔진 RSP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RSP는 수익뿐 아니라 개발과 생산에서 발생하는 손실까지 지분율에 따라 공동 부담하는 구조로, 초기에 손실이 집중된다. RSP 계약에 따라 회사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할 때까지 이 사업에 매년 300억 원 이상의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회사 관계자는 “항공우주 부문 투자액이 연 평균 300억 원으로 잡히지만, 매해 투자액 폭이 달라 평균치를 내기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업황이 좋으면 투자액이 더 많이 올라간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GTF 엔진 사업의 손익분기점(BEP) 도달 시점을 2028~2029년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에선 이보다 더 늦어질 수 있다는 관츨을 내놓고 있다.

회사의 2024년 항공우주 부문 매출은 2조455억 원, 영업손실은 433억 원으로, 8년째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항공우주 사업 부문은 항공기용 엔진(GTF 엔진), 착륙장치, 우주 발사체 부품, 초고해상도 상용 지구관측위성(SpaceEye-T), 인공위성 영상 분석 플랫폼(Ovision) 등 고정밀 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하고 있으나, 대형 수주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항공기 부품 수요 불확실성도 부담 요소다. 

항공기 제조사(보잉, 에어버스 등)의 생산 계획 변경, 항공사 주문 변동, 글로벌 경기 침체 등 외부 요인으로 공급 물량과 부품 구성이 유동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프랫앤드휘트니(P&W)의 GTF 엔진 결함에 따른 리콜 여파도 겹쳤다. 

전체 RSP 참여사들이 약 9조4천억 원의 손실을 입은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약 1561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이로 인해 해당 금액만큼 손실충당금을 사용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항공우주 사업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8년째 적자 언제 탈출하나

▲ 2015년 12월21일 서울 장교동 한화테크윈 본사에서 신현우 한화테크윈 사장(오른쪽)과 세계 3대 항공기 엔진 제작사인 P&W의 커머셜 엔진(Commercial Engine) 부문의 그렉게른하트 사장이 GTF 엔진 국제공동개발사업(RSP)에 대한 협약서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한화테크윈은 2018년 4월1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사명을 변경했다. <연합뉴스>


회사의 2024년 순차입금은 약 6992억 원으로, 전년에 비해 243% 증가했다. 순차입금 비율도 64%로 높아졌다.

항공우주 사업 부문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속적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방산 부문의 지난해 ROE는 21.3%, 영업이익률은 14.8%을 기록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방산 사업 호조가 앞으도로 지속될 것이란 보장이 없기 때문에 미래 사업성을 위해 항공우주 부문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입장이다.

GTF 엔진 판매가 늘어나면 추후 항공기 정비·수리·분해(MRO) 등 애프터마켓 사업이 본격화돼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방산에 초점이 맞춰진 것은 사실이나, 항공우주 부문도 미래 먹거리로 보고 장기적으로 끌고 갈 것”이라며 “지금 당장의 수익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최정환 LS증권 연구원은 “항공부문은 GTF 엔진 RSP 사업의 구조적 특성으로 적자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2025년부터 2030년 사이에는 적자 폭이 점차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이후에는 GTF 엔진 후속 정비(MRO) 사업이 본격화하며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도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