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시작한 ‘관세 전쟁’이 우리나라 정치권을 흔들기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발빠르게 초당적 통상 특위 구성 등을 제안하며 쟁점을 선점했고, 국민의힘은 ‘야당 탓’과 ‘여야 협력’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정계 흔들, 이재명 민생 이슈 '선점'에 국힘 '추격' 모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3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미국발 관세전쟁에 발 빠르게 대응하며 관련 쟁점을 선점해나가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멕시코, 캐나다, 중국에 ‘관세 폭탄’을 예고한 즉시 국민의힘에게 초당적 '통상특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전날인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가적 위기 앞에 여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니 우리 기업과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국회에 통상특별위원회를 만들어 초당적으로 위기에 대비하자”고 제안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글로벌 경제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6일 글로벌 공급망 대책 관련 간담회를 개최한다는 계획도 세워뒀다.

이재명 대표는 최근 추가경정예산(추경), 반도체특별법 등 기존 쟁점과 관련해서도 자신의 기존 주장을 굽히면서 국민의힘에 계속해서 손을 내밀고 있다.

전국민지원금, 주 52시간 근로 제한 등 핵심 쟁점에서 '양보'을 뜻을 연달아 밝히고 있다. 

이 대표의 이런 행보는 국민의힘의 ‘극우 챙기기’에 반발하고 있는 중도층을 빠르게 포섭하는 한편 쟁점을 선점해 정국의 주도권을 가져오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이번 미국발 관세 전쟁에 대한 대응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표는 최근 국민의힘을 직접적으로 공격하는 듯한 발언을 삼가고 있다.

이 대표는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어제 국정협의체부터 복귀해 추경을 논의하자 말씀하셨는데 일단 말씀의 취지에는 동의하고 환영한다”며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께서도 어제 '20조 원 규모로 추경을 신속하게 추진하자'라고 했으니 더 이상 머뭇거릴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게 협력의 뜻을 밝힌 것이다.

이와 반대로 국민의힘은 더불어민주당이 내민 손을 선뜻 잡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특별법 통과나 추경, 관세전쟁 등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야당과 협력이 불가피함에도 일단은 탄핵 정국 혼란의 원인을 야당의 탓으로 돌리는 데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쪽에서도 변화의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핵심 쟁점을 선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를 방치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더구나 헌법재판소의 탄핵심리가 본격화하고 윤석열 대통령이 구속기소되면서 국민의힘도 움직일 공간이 줄어들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4일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관세 전쟁과 관련해 정부에게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중심으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하면서도 더불어민주당이 제시한 통상특위 등에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권 원내대표는 이 자리에서 “초당적 대응의 출발점은 민주당의 경제 컨트롤타워 탄핵 협박 중단”이라며 “전직 경제부총리·주미대사로서 풍부한 대미 경제·외교 네트워크를 가진 한덕수 국무총리가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것은 거대 야당 이재명 세력이 정부의 외교 역량을 훼손한 심각한 국익 자해였다”라고 비난했다.
  
트럼프발 관세전쟁에 정계 흔들, 이재명 민생 이슈 '선점'에 국힘 '추격' 모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운데)와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오른쪽 세 번째),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오른쪽 두 번째) 등이 4일 국회에서 열린 반도체특별법 주52시간제 특례 도입을 위한 당정협의회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권 원내대표는 같은날 오후에 열린 민생 관련 당정협의회에서도 “야당의 악의적 정치공세는 여당이 최선을 다해 막겠으니 공직자 여러분은 정치적 외풍에 흔들리지 말아달라”고 말했다.

현재 국정 혼란의 책임을 민주당에게 돌리면서도 경제 현안을 무시하지는 못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여야는 이날 국정협의회 4자 회담 개최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정부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은 4일 국정협의회 실무협의를 열고 다음주 초에 최상목 권한대행,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비대위원장, 이재명 대표가 참석하는 국정협의회 4자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국민의힘은 반도체 특별법과 에너지 3법 등 산업 관련 법안의 2월 처리 등을 주요 의제로, 민주당은 민생정책, 인공지능 연구개발 관련 추가경정예산 등을 주요 의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두 달 만에 사실상 처음으로 여야 정치권이 경제 현안을 두고 무릎을 맞대는 자리가 마련된 셈이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