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박근혜 게이트' 핵심으로 급부상  
▲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박근혜 게이트’ 정국에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차은택씨가 검찰에서 최순실씨를 통해 김 전 실장을 만났다고 진술하면서 그동안 최씨를 전혀 알지 못한다고 해온 김 전 실장의 말도 거짓말일 가능성이 커졌다.

구속된 김종 전 문체부 2차관도 김 전 실장을 통해 최순실씨를 알게 됐다고 증언했다.

야당은 김 전 실장의 구속수사를 요구하는 등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28일 김 전 실장이 차은택과 만남이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고 한 데 대해 “법률 미꾸라지이자 형량을 즉석에서 계산할 수 있는 김 전 실장이 모든 것을 검토하고 검찰 공소장에 공범으로 적시된 박 대통령에게 혐의를 씌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 위원장은 “지금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을 제외하고 가장 많은 자백과 반성이 필요한 사람이 김 전 실장”이라며 “김 전 실장은 40년 전에 최태민 일가의 전횡을 조사했지만 지금도 그들과 함께 권력을 주물렀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우리는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부두목인 김 전 실장이 지금이라도 제 발로 검찰에 찾아가 수사를 자처하라고 요구한다”며 “제 발로 출두하지 않으면 검찰은 김 전 실장을 반드시 구속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김 전 실장은 그동안 일관되게 “최씨를 모른다”며 “통화한 적도 만난 적도 없다”고 부인했다. 그는 “최씨의 국정개입을 까맣게 몰랐고 그런 점에서 자괴감이 들 정도”라고까지 해명했다.

하지만 김 전 차관에 이어 최씨의 핵심 측근인 차씨도 최씨를 통해 김 전 실장을 통해 만났다고 진술하면서 김 전 실장의 주장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박근혜 게이트의 핵심들이 공통적으로 김 전 실장의 이름을 대면서 그동안 베일에 가려져 있던 김 전 실장의 국정농단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실장의 과거 이력을 살펴 보면 그가 최씨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에 훨씬 무게가 실린다.

김 전 실장은 1979년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의 지시로 최태민씨 조사를 할 당시 중앙정보부 정보국장이었다. 누구보다 최순실씨 일가와 박 대통령과 관계를 잘 알 수밖에 없었던 인물이란 얘기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은 박 대통령이 거의 유일하게 신임한 비서실장이었다”며 “그런 사람이 박 대통령을 곁을 40년 가까이 지킨 최씨의 존재를 몰랐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최씨 일가가 주로 이용하면서 박 대통령 대리처방까지 했던 차움병원에서 줄기세포치료도 받아온 것으로 드러났다. 그가 줄기세포 치료를 받았던 시기는 최순실이 비타민 주사를 맞았던 시기와 겹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전 실장을 놓고 그동안 숱한 의혹이 제기됐지만 검찰은 지금까지 김 전 실장에 대해 제대로 조사한 적이 없다.

'성완종 게이트'에도 김 전 실장의 이름이 등장했지만 그는 검찰조사 한번 받지 않았다.

김 전 실장이 검찰총장 출신으로 지금도 검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최근 발간된 고 김영한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은 언론과 시민단체를 이용한 여론조작, 정윤회 문건 유출사건 축소 및 은폐,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사법부 길들이기 등 국정 전반에 광범위하게 개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전 실장은 현재 검찰에 고발돼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언론계 4곳은 21일 KBS사장 등 인사에 개입한 혐의로 김 전 실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최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순실에 이른 또 하나의 대통령의 선생님이자 사부인 김 전 실장이 이번 게이트의 핵심고리라는 정황들이 나오고 있다”며 “검찰은 무엇을 더 망설이느냐”고 꼬집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