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및 구글 CEO가 4일 미국 뉴욕 링컨센터에서 열린 뉴욕타임스 딜북 서밋 행사에 참석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구글은 양자컴퓨터 반도체를 비롯해 연산 능력을 고도화할 하드웨어 개발에도 두각을 드러내며 인공지능 경쟁에 ‘원톱’으로 떠오를 잠재력을 입증하고 있다.
22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인공지능 챗봇 신모델 ‘제미나이 2.0’ 및 양자컴퓨터 반도체 공개 직후 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알파벳(구글 모기업) 주가는 미국 나스닥장에서 지난 16일 장중 한 때 200.64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는 양자 반도체 ‘윌로우’와 생성형 인공지능 챗봇 제미나이 2.0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나타난 모습이다.
이후 구글 주가는 소폭 조정을 보여 지난 20일 기준 192.96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그러나 구글이 인공지능 관련 분야에서 기술 경쟁력을 증명해 시장의 신뢰를 얻었다는 평가가 많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구글이 인공지능 선두 주자를 노리고 기술력을 향상시키자 주가가 사상 최고치로 화답했다”고 평가했다.
구글이 출시한 이미지 및 영상 생성 프로그램 이마젠3(Imagen3)와 비오2(Veo2)에도 긍정적인 시각이 뒤따랐다.
펜실베이니아 대학교 에단 몰릭 와튼스쿨 교수는 “구글이 내놓은 인공지능 제품은 현존하는 기준으로 측정하기 어려울 정도로 기술력 도약을 이뤘다”라고 분석했다.
구글은 그동안 인공지능 시장에서 챗GPT 개발사 오픈AI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경쟁사에 밀리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을 받아 왔다.
챗GPT 대항마로 2023년 출시했던 바드(Bard)는 최초 공개시 오류가 발생했다. 이후 새로 선보인 제미나이 시연에서 실시간이 아닌 편집 영상으로 대체해 비난을 샀던 전례도 있다.
그러나 약 2년 만에 큰 폭의 기술 발전을 이뤄내며 텍스트와 영상을 아우르는 인공지능 제품 모두가 인정을 받은 것이다.
▲ 구글이 개발한 양자 컴퓨터용 반도체 윌로우. 구글은 국제학술지 네이처를 통해 윌로우 개발과 검증 과정을 담은 논문을 9일 공개했다. <연합뉴스>
현재 최고 속도의 슈퍼컴퓨터로 알려진 ‘프론티어’로 1025년이 걸리는 계산을 5분 이내에 수행했다는 자체 실험 결과도 전해졌다.
양자 반도체를 상업적으로 사용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지만 일단 구글의 기술 리더십이 한층 강화됐다는 견해가 우세하다.
블룸버그는 구글 윌로우 반도체가 “인공지능 훈련과 추론 모두에서 강력한 도구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빅테크 기업과 차별화할 수 있는 무기”라고 평가했다.
구글은 인공지능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모두를 직접 개발해 잠재력을 키우고 있다. 인공지능 경쟁사인 마이크로소프트가 소프트웨어 개발을 오픈AI에 일부 의존하는 것과 차별화하는 대목이다.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가운데 어떤 기업이 시장으로부터 인공지능 성장 잠재력을 평가받는지는 올해 주가 흐름을 통해서도 나타난다.
알파벳이 올해 들어 12월20일까지 38.3% 주가 상승폭을 보인 반면 마이크로소프트 주가 상승폭은 같은 기간 17.7%에 머물렀다.
다른 빅테크 기업도 자체 생성형 인공지능 모델을 앞세워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구글은 폭넓은 사용자 기반으로 수익원을 확대하는 작업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구글 검색이나 지메일 등 다른 플랫폼 서비스에 인공지능 기술을 연계해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일 여력도 충분하다.
결국 구글이 반도체와 소프트웨어를 망라한 인공지능 기술력을 입증해 내고 향후 성장성도 충분해 다소 부진했던 초기 경쟁 구도를 완전히 뒤집을 공산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자산운용사 얼라이언스번스타인은 “제미나이 2.0과 양자 반도체는 구글이 인공지능 기술 강자라는 확신을 투자자에 심어 줬다”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