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이 해외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해외사업 전문가로서의 경험을 살려 삼성물산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면서 올해 사장단 인사에서 유임된 이유를 입증하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오세철 삼성물산 새 먹거리 초고압직류송전 힘실어, '해외사업 솜씨'로 유임 이유 증명하나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


9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오 사장은 초고압직류송전(HVDC) 사업 영역에서 삼성물산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히타치에너지와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물산과 히타치에너지는 이날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 위치한 히타치에너지코리아 본사에서 ‘글로벌 HVDC 사업 협력과 참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업무협약에서는 삼성물산과 히타치에너지가 HVDC 사업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힘을 모으는 방안이 논의됐다.

협약식 자리에서는 삼성물산이 현재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진행하고 있는 3조5천억 원 규모 사업에 히타치에너지가 핵심기자재 공급 및 설치에 협력하는 안건을 놓고도 논의가 이뤄졌다.

현재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직접적으로 HVDC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아랍에미리트의 해저 HVDC 사업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사업은 아랍에미리트의 수도 아부다비 주변 육상지역 2곳과 해상유전시설이 있는 섬 2곳을 연결하는 해저 송전망을 구축하는 프로젝트다.

삼성물산은 전력 변환소(컨버터), 변전소 공급·설치 및 해저 고압직류(HVDC) 케이블 공급 등을 맡았다.

삼성물산의 계약금액은 22억9538만 달러(2021년 기준으로 2조7310억 원)로 전체 계약금액 30억1908만 달러에 삼성물산의 보유 지분이 반영됐다. 삼성물산의 2024년 3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해당 사업의 기본 도급액은 3조1026억 원으로 잡혀 있다.

계약기간은 2021년 12월부터 2025년 12월까지다. 2024년 9월말 기준으로 현재 사업의 진행률은 56.8%다. 

오 사장은 아랍에미리트 해저 HVDC 공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HVDC 시장에서 보폭을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적으로 전환기를 맞은 에너지 산업에서 HVDC 전력망 건설의 중요도가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철 삼성물산 새 먹거리 초고압직류송전 힘실어, '해외사업 솜씨'로 유임 이유 증명하나

▲ 김성준 삼성물산 P&G영업팀장 부사장(왼쪽 다섯 번째)이 서울 강남구 삼성동 히타치에너지코리아 본사에서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알몽드 피네다 히타치에너지 영업총괄(왼쪽 여섯 번째) 등 주요 관계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삼성물산>


현재 세계 전력인프라 시장에서는 탈탄소 흐름에 따라 직류 발전원인 태양광 등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교류에서 직류로의 전환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이에 더해 초고압 직류송전이 교류에 비해 전력 손실이 적고 송전 효율이 높다는 장점도 부각되고 있다.

국내 건설 불황의 장기화와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의 위기가 강해지는 현재 시점에 향후 성장이 예상되는 HVDC 시장은 오 사장이 삼성물산의 미래 먹거리로 바라보기에 충분한 시장으로 파악된다.

포천 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세계 HVDC 송전 시스템 시장 규모는 2023년 102억6천만 달러로 평가된다. 2024년 109억 3천만 달러에서 2032년까지 220억 1천만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며 이 기간의 연평균성장률(CAGR)은 9.14%로 추정된다.

최근 삼성물산에서는 HVDC 관련 역량 확보를 위한 다양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삼성물산은 올해 초 구인·구직사이트 잡코리아에 ‘플랜트(HVDC) 분야 경력사업 모집 공고’를 올리며 고급인력 확충에 나섰다.

경력 15년 이상을 요구하며 진행된 공고에서 삼성물산은 근무 지역으로 현재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UAE 외에도 호주를 언급했다. 현재 삼성물산은 호주에서 그린수소 관련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나 HVDC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의 통화에서 “현재 내부적으로 호주에서 HVDC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팀을 모으거나 하는 구체적인 움직임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해외 기업과의 파트너십을 강화한 만큼 앞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사업 검토가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물산과의 협력 강화에 나선 히타치에너지는 현재 호주에서 HVDC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호주 본토와 섬 지역인 태즈메이니아 지역을 잇기 위한 ‘매리너스(Marinus) 프로젝트’다.

매리너스 프로젝트의 핵심은 750MW(메가와트) 규모의 전력을 양방향으로 전송할 수 있도록 345km 길이의 해저 케이블을 이용한 해저 HVDC 시설을 만드는 것이다. 양방향 방식으로 구축되기에 전송되는 전력의 총량을 합치면 1500MW에 이른다.

매리너스 프로젝트는 호주 태즈메이니아 지역과 빅토리아 지역의 에너지 생태계에서 근본적인 역할을 수행할 중요 프로젝트라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호주에서는 HVDC 사업의 중요도가 올라가고 있다. 2024년 10월에는 싱가포르와 호주를 잇는 해상케이블 프로젝트가 싱가포르 정부의 조건부 승인을 받기도 했다. 

이 프로젝트는 세계에서 가장 긴 해저 전력 케이블을 통해 재생에너지를 공급하는 사업으로 4300km 길이의 해저 케이블을 통해 호주에서 싱가포르로 1.75GW(기가와트)의 재생에너지 전력을 공급한다. 

사업의 전체 규모는 200억 달러(28조 원)에 이른다. 이 사업이 마무리되면 싱가포르 전력 수요의 약 9%를 호주 태양광 발전소에서 생산한 재생에너지 전력을 통해 받게 된다. 김홍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