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재선으로 떠오르는 K-방산, 한화-'K9' LIG넥스원-'비궁' 500조 미국 시장 첫발 내딛나

▲ 도널드 트럼프 재선으로 방산 업계가 호황을 기대하는 가운데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미국 방산 시장 진출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사진은 트럼프 당선인이 지난 14일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자택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 행사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트럼프의 재선 성공으로 세계 방산 시장이 호황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유도로켓과 자주포 기술력을 앞세워 세계 최대 방산 시장인 미국 진출에 성공할 것인지 국내 방산 업계 시선이 쏠리고 있다.

18일 방산업계 취재를 종합하면, 트럼프가 재선에 성공하면서 국내 방산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회가 늘어날 전망이다.

트럼프는 대선 공약에서 ‘무력해진 미국 군대 재건’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특히 지난해 7월18일 대선 공약집(어젠다47)과 관련해 그는 “미국 무기고는 텅 비었다”며 “미국 이익을 최우선으로 미군에 기록적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가성비와 적기 인도 능력을 갖춘 한국 방산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방산 시장은 500조 원 규모의 세계 최대 시장이다. 

강은호 전 방위사업청장은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기고한 논문에서 “미국 방산 시장 진출은 한국의 방산 수출 확대에 필수적”이라며 “연간 약 500조 원에 육박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미국 방산 시장에 진출하지 못한다면 방산 수출 증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현재 국내 방산 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은 LIG넥스원, 한국항공우주산업(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4곳이다. 이 가운데 현재 미국 진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은 LIG넥스원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로 좁혀진다.

미국 육군은 지난 10월14일(현지시각) 자주포 현대화 사업(SPH-M)을 위한 성능 시험을 목적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미국 생산법인인 한화디펜스USA를 포함해 글로벌 방산 기업 5곳과 약 400만 달러(약 55억 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트럼프 재선으로 떠오르는 K-방산, 한화-'K9' LIG넥스원-'비궁' 500조 미국 시장 첫발 내딛나

▲ 2023년 1월5일 경기도 파주시 접경지에서 K9 자주포가 훈련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계약은 자주포 사거리 연장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이달부터 실증 테스트에 들어간다.
 
미 육군은 현재 기존 개발된 자주포 체계의 추가 도입을 검토 중으로, K9 자주포가 후보 장비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회사는 이미 2022년 9월과 올해 4월 미 육군 유마(YUMA) 사격장에서 K9 자주포 실사격과 기동 시연으로 미 육군이 이미 사용하는 포탄과의 호환성을 증명했다.

마이클 스미스 한화디펜스USA 법인장은 “K9는 세계에서 가장 검증된 자주포 솔루션으로 장거리 화력 성능은 물론 유무인 복합 운용 기술 적용도 가능해 미 육군의 요구 성능에 가장 부합할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LIG넥스원도 미국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LIG넥스원의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은 지난해 7월 미국 하와이 해역에서 실시한 해외비교시험(FCT) 시험발사에서 6발 모두 표적을 명중하며 시험평가를 최종 통과했다.

FCT는 미국 국방부가 전 세계 동맹국 방산기업이 가진 우수 기술을 평가해 미국이 추진한 개발·획득사업으로 연계하기 위한 프로그램이다.

비궁의 FCT 최종 시험발사 성공은 미국 현지에서 긍정적 반응을 이끌어냈다.

리사 프란체티 미국 해군참모총장(대장)은 “비궁 시험발사는 무인 시스템을 해군 작전에 통합하는 중요한 진전”이라며 “시험 결과는 미국 국방부에 해당 시스템의 안전 기준 준수 여부와 필수 테스트에 지표로 삼을 수 있는 평가 자료, 고속해안공격정(FIAC)의 공격 능력을 개발하기 위한 자료로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해군 전문 매체 네이벌 뉴스는 “비궁은 직접 수입 또는 미국에서의 라이센스 생산으로 미국 무기고에 추가될 가능성이 높다”며 “방위 시장에서 비궁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재선으로 떠오르는 K-방산, 한화-'K9' LIG넥스원-'비궁' 500조 미국 시장 첫발 내딛나

▲ LIG넥스원의 2.75인치 유도로켓 비궁. < LIG넥스원 >


트럼프의 재선은 한국 방산 업계에 기회이자 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재집권으로 미국 정책이 자국 물자 우선 구매 정책인 '바이 아메리칸(Buy American)' 기조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KIET)은 ‘미국 대선 향방에 따른 방위산업 영향 및 대응과제’라는 제목의 최근 보고서에서 트럼프가 재집권하면 미국 방위산업 재건과 바이 아메리칸 기조가 강화돼 한·미 방산 협력이 후퇴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또 미국 대선 이전에 한미상호조달협정(RDP-A)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트럼프가 미국산 부품이 포함되지 않은 방산물자에 대해 바이 아메리칸 규정을 보다 까다롭게 적용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미 대선 전 RDP-A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지 생산으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화디펜스USA는 현재 미국 코네티컷주의 체셔, 뉴잉턴, 글래스톤베리, 이스트윈저 등에 있는 4곳의 사업장에서 각각 항공기 회전체, 고정체, 레이저 가공, 공구 제조 사업 등을 이미 진행하고 있는 등 미국 현지 생산 경험이 있다.

이와 함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8월 호주 빅토리아주 소재 질롱에 K9 등 자주포 생산을 위한 공장을 완공했다.

반면 LIG넥스원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비해 미국 현지 대응은 부족한 상태다.

LIG넥스원은 최근 인수한 미국 로봇기업 고스트로보틱스 외에 현지법인은 없고 생산시설도 없다.

회사 관계자는 “(회사의) 기존 현지 생산 이력은 없다”며 “미국 현지생산 가능성에 대해서도 아직 검토된 게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제 계약까지는 여러 단계가 남아 있지만, 한국 유도무기의 최초 미국 수출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성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