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경쟁에서 SK하이닉스의 주도세가 이어질 거라는 월가 전망도 나오고 있다. |
[비즈니스포스트] 인공지능(AI)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두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이 엇갈리는 가운데 월가에서도 국내 반도체 대장주를 SK하이닉스로 보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3분기 실적도 엇갈리면서 증권가에서는 향후 지금과 같은 주가 흐름이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외국인투자자가 국내증시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SK하이닉스로 집계됐다.
외국인투자자는 10월 들어 SK하이닉스 주식을 7825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2위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2740억 원), 3위인 KB금융(1719억 원)과도 큰 차이를 보인다.
반면 같은 기간 외국인투자자 순매도 1위는 삼성전자가 차지했다.
외국인투자자는 이 기간 삼성전자 주식을 4조1809억 원어치 순매도했다. 2위인 기아(3601억 원)보다 10배 넘게 던졌다.
국내 증시 큰 손인 외국인투자자가 삼성전자를 팔고 SK하이닉스를 산 셈인데 이에 따라 주가 흐름도 극명히 갈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달 초 6만 원대에서 줄곧 하락하면서 현재 5만5천원 대까지 내렸다. 삼성전자 주가는 10월 들어 연이어 52주 신저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반면 SK하이닉스는 16만 원대에서 줄곧 상승하면서 현재 20만 원대까지 올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을 가른 것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HBM 열기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을 독점공급하면서 산업 주도권을 쥔 반면 삼성전자는 뒤늦게 진출하면서 격차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 엔비디아의 AI반도체집 수요가 지속 늘어나면서 SK하이닉스가 수혜를 보고 있다. |
한때 AI에 대한 인기는 과열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SK하이닉스는 3분기 실적을 통해 이를 불식시켰다.
SK하이닉스는 3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7조5731억 원, 영업이익 7조300억 원을 거뒀다. 1년 전과 비교해 매출이 93.8% 늘면서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 확대되면서 SK하이닉스의 HBM 공급이 호조를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반면 삼성전자는 3분기 실적이 시장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영진이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기도 했다.
증권가에서도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를 향한 온도차가 극명히 드러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SK하이닉스 목표주가 상향이 줄을 잇고 있다.
유안타증권(22만 원->26만 원), 하나증권(22만 원->24만 원), 아이엠증권(18만1천 원->20만3천 원), 신영증권(23만 원->24만 원), 유진투자증권(24만 원->28만 원) 등이 SK하이닉스 목표주가를 높여잡았다.
반면 삼성전자는 DB금융투자(10만 원->9만 원), 현대차증권(10만4천 원-> 8만6천 원), 유진투자증권(9만1천 원->8만2천 원), 아이엠증권(7만7천 원->7만6천 원) 등이 목표주가를 낮춰잡았다.
국내뿐 아니라 월가에서도 이젠 국내 반도체주 가운데 삼성전자가 아닌 SK하이닉스를 대장주로 바라보고 있다.
카멜레온 글로벌 캐피탈의 설립 파트너인 닐 캠플링은 “실적 등 숫자보다도 더 중요한 건 삼성전자가 (HBM을 내다보지 못하고) 허수를 두었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이 고통을 겪는 만큼 SK하이닉스는 달콤함을 맛보는 구조다”며 “SK하이닉스는 2025년까지 엔비디아 공급물량을 확보했을 정도로 HBM이라는 새 시장의 대장이 되었다”고 덧붙였다. 김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