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국내 정보기술(IT) 기업들이 앞다퉈 중동 시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중동 지역에서 IT 인프라 구축과 클라우드 도입 확대를 비롯한 대규모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이를 신사업 기회로 삼으려는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것이다.

25일 네이버에 따르면 연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지역 총괄법인 가칭 '네이버 아라비아(NAVER Arabia)'가 설립된다. 네이버는 네이버 아라비아를 중동지역 비즈니스를 위한 거점으로 두고 인공지능(AI) 기반 기업간거래(B2B) 사업을 펼치겠다는 전략이다. 
 
플랫폼도 보안도 게임도 사우디로 몰려가, 한국 IT기업 중동 진출 '러시'

▲ 네이버는 연내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 중동지역 총괄법인 가칭 '네이버 아라비아(NAVER Arabia)'를 설립하고 중동지역 기업간(B2B) 사업을 확장한다.


구체적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해외기업 대상 유치 정책 프로그램 'RHQ'에 참여해 첨단기술 분야 국책과제를 수행하고, 그 외 비즈니스 기회를 발굴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본부를 설립한 기업들만 정부 발주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따라 네이버는 법인을 세우고 RHQ 라이센스를 획득해 규제 완화와 경제특구 입주자격, 30년간 법인세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받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개별 사업 단위별로 합작법인(JV) 설립도 추진한다. 

중동 법인 설립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와 협력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해외, 특히 중동 국가들과 지속적으로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며 새로운 성장 시압을 모색하고 있다.

앞서 2022년 11월 네이버는 네옴시티 수주지원단(원팀코리아)에 참여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에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의 기회를 얻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와 소통을 이어오면서 디지털트윈, 소버린 인공지능(AI 주권), 클라우드 로봇 등 다양한 첨단 기술분야에서 협력하며 중동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초대 법인장으로는 네이버의 아라비아 사업을 초창기부터 이끌어온 채선주 네이버 대외·ESG 정책 대표가 거론된다.  
 
플랫폼도 보안도 게임도 사우디로 몰려가, 한국 IT기업 중동 진출 '러시'

▲ 안랩을 비롯한 보안 솔루션 기업들도 중동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중동 지역은 보안 기업들에게도 중요한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안랩은 사우디아라비아의 국영기업 '사이트(SITE)'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합작법인 설립을 진행 중이다. 안랩 25%, SITE 75% 비율로 사우디 현지 합작법인을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달 중 법인 설립을 마무리 짓고 사우디 공공기관과 민간 기업에게 안랩의 보안 솔루션과 서비스를 제공한다. 

보안업체 파수도 두바이의 사이버나이트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고 중동을 공략하고 있고, 지니언스도 국책과제를 통해 아랍에미리트(UAE) 정부기관과 사우디아라비아 항만시설을 위한 사이버보안 시스템을 개발하는 등 중동 보안시장을 노리고 있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사업 관련해 중동을 거점으로 둔 국내 게임사들도 있다. 아랍에미리트 당국와 협업을 발표한 네오위즈의 블록체인 플랫폼 네오핀, 아랍에미리트에 설립된 위메이드의 위믹스 메나 법인과 라인의 블록체인 재단 핀시아 등이 그 사례다.

크래프톤은 대표적 지식재산권(IP)인 '펍지: 배틀그라운드'를 내세워 소비자를 공략하고, 현지 e스포츠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진출 의지가 높은 국내 IT기업들과 중동 지역의 IT기술에 대한 높은 수요가 맞물리면서 이 같은 중동 러시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런 가운데 중동은 무함마드 사우디라아비아 빈살만 왕세자의 '비전 2030' 선포 이후 AI를 비롯한 디지털 분야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IT기업 유치를 두고 미국과 중국 등 해외 빅테크 기업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한국 IT 기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중동 진출이 이처럼 국내 IT 업계의 주요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현지 시장이 포화되기 전에 선점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 다양한 글로벌 기업들이 중동시장을 노리고 진출하고 있는 만큼 경쟁이 심화되기 전에 확실한 입지를 다질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중동 주요 국가에서 IT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기회를 찾으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며 "최근 IT 빅테크 기업들이 중동에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는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경쟁력을 확보해 시장 선점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