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삼양식품 창업주의 며느리인 김정수 대표이사 부회장이 2개 분기 연속으로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농심과 오뚜기를 오너 2세들이 이끌고 있는 것과 다르게 김 부회장은 오너가 며느리로서 삼양식품 수장에 올랐다. 경영에 복귀한지 3년도 채 안 돼서 삼양식품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농심 ‘아들’보다 삼양식품 ‘며느리’가 낫네, 김정수 올해 영업이익 1위 '초읽기'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은 경영에 복귀한지 3년도 채 안 돼서 삼양식품의 위상을 완전히 바꿔놨다.


16일 유통가에 따르면 삼양식품이 올해 연간 영업이익 기준으로 업계 1위에 올라선데 이어 몇 년 안에 농심을 위협할 만한 자리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양식품은 라면업계에서 농심, 오뚜기에 밀려 3위로 평가돼 왔지만 최근 들어 무서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실적 성장세에 있어서만큼은 농심과 오뚜기가 삼양식품을 쫓아가야 하는 위치에 있다.

매출 뿐만 아니라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에서도 경쟁사를 압도하는 성장세를 보이면서 라면업계 1위로 가기 위한 밑작업을 끝낸 모양새다.

삼양식품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8102억 원, 영업이익 1696억 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52.6%, 영업이익은 148.9% 늘었다.

농심은 매출이 2.1% 늘고 영업이익은 10.6% 줄었다. 오뚜기는 매출이 1.9%, 영업이익이 3.8% 증가하는 데 그쳤다.

경쟁사들이 지지부진한 사이 삼양식품 영업이익은 1.5배 가까이 증가하면서 삼양식품은 단숨에 라면업계 영업이익 1위 기업으로 뛰어올랐다.

삼양식품 상반기 영업이익이 1천억 원을 넘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영업이익에서 농심을 이긴 것은 2년 만이자 이번이 두 번째다.

영업이익률에 있어서도 농심과 오뚜기를 압도하는 성적을 냈다.

삼양식품은 상반기 영업이익률 20.9%를 기록했다. 농심이 6.1%, 오뚜기가 7.7%인 것과 비교해 보면 삼양식품이 수익을 얼마나 잘 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농심 ‘아들’보다 삼양식품 ‘며느리’가 낫네, 김정수 올해 영업이익 1위 '초읽기'

▲ 삼양식품이 해외에서 내는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가운데 70% 정도다. 이 가운데 약 80%가 불닭볶음면과 관련된 매출이다.


삼양식품은 상반기 연결기준으로 라면 3사 가운데 매출이 가장 적음에도 영업이익에서는 1위를 차지했는데 하반기에도 같은 결과를 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반기에도 삼양식품이 좋은 실적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는 아직도 성장 동력이 남아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삼양식품 실적을 이끌고 있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의 성과다. 김 부회장이 제품 개발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진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올해 2분기에도 해외 법인 매출이 크게 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미국 법인 매출은 137.0%, 중국 법인 매출은 153.2% 증가했다. 미국 법인 매출은 977억 원을 기록하면서 중국 법인 매출을 넘어섰다.

불닭볶음면이 해외에서 좋은 실적을 낼 때마다 일각에서는 이제 곧 해외에서 불닭볶음면 인기가 시들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삼양식품은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해외 시장에서 더 강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삼양식품이 해외에서 내는 매출 비중은 전체 매출 가운데 70% 정도다. 이 가운데 약 80%가 불닭볶음면과 관련된 매출이다.

미국 시장이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는 점이 긍정적이다.

2분기 말 기준으로 불닭볶음면의 미국 유통채널 입점률은 월마트가 90%대 초반, 코스트코가 50%대 후반을 기록했다. 아직 입점을 못한 매장들이 남아있는 만큼 입점률이 증가하면 미국에서 매출은 더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월마트와 코스트코 입점률은 100%를 목표로 하고 있고 달성 가능한 수치로 보고 있다”며 “아직 미국 동부쪽은 중서부와 비교해 공략이 덜 된 만큼 동부쪽 입점률이 높아지면 매출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럽도 삼양식품이 점 찍은 시장이다. 삼양식품은 7월 네덜란드에 유럽 판매법인을 설립했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미국 시장 다음으로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며 “아직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유럽 법인을 통해 점차적으로 매출 확대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회장은 삼양식품 오너 2세인 전인장 전 삼양식품 회장과 결혼한 뒤 주부로 지내다가 삼양식품이 IMF 외환위기 때 부도가 나자 1998년 삼양식품에 입사해 남편을 돕기 시작했다.

2018년 삼양식품 각자대표이사 사장이 됐지만 2020년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로 남편과 함께 유죄 판결을 받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다.

그러나 7개월 만에 법무부로부터 취업 승인을 받아 경영에 복귀했고 지난해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됐다. 윤인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