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월15일 프랑스 파리 구글 사무실에서 열린 AI 사업부 출범식에 자리한 기업 관계자들이 디스플레이 앞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선두주자들이 AI를 접목한 검색엔진을 빠르게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구글 반독점 소송이 불러올 시장 판도 변화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8일(현지시각) 로이터는 전직 구글 엔지니어인 아빈드 자인의 발언을 인용해 “구글에게 있어 AI는 반독점 소송보다 훨씬 큰 문제”라고 보도했다
구글은 미국 법무부와 반독점 소송 패소로 모바일 검색시장 독과점 효과를 지속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상황에 놓였다는 시각이 많다. 향후 법원 판단에 따라 사업 방식을 바꾸거나 특정 사업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구글은 검색광고로 연간 1750억 달러(약 238조5512억 원)의 매출을 벌어들이는 데 이 실적이 위협받을 수 있다. 그럼에도 경쟁사의 AI 기반 검색과 대결에서 승기를 잡기 쉽지 않다는 점이 이번 소송 결과보다 더 큰 위협으로 지목된 셈이다.
소송은 최종심 판결이 나오기까지 앞으로도 수년이 더 걸리는 반면 오픈AI를 비롯한 잠재적 경쟁사의 영향력 증가는 눈앞에 닥친 문제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과 투자자들은 입을 모아 “오픈AI 제품들이 이미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을 잠식해 나가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이번 구글 반독점 소송은 검색 시장 패러다임이 AI 기술로 옮겨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애플을 비롯한 주요 업체가 구글 검색엔진을 MS의 빙(Bing)이나 오픈AI의 서치GPT 등 AI를 도입한 검색 기능으로 대체하는 데 속도를 내게 할 수 있어서다.
구글도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검색과 접목하려 시도하고 있지만 AI 대결에서 우위를 자신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경제전문매체 비즈니스인사이더에 따르면 구글은 AI를 활용한 검색 ‘오버뷰’를 시험 운영하고 있지만 최근 AI로 생성한 결과를 답변으로 내놓는 빈도를 줄였다. 검색 결과가 신통치 않자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풀이된다.
▲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가 2023년 11월6일 자사가 개최한 개발자 회의 현장에 방문한 사티아 나델라 MS CEO를 소개한 뒤 그를 환영하고 있다. < 오픈AI >
IT 전문매체 씨넷에 따르면 MS는 검색 결과에서 생성형 AI의 답변을 기존 검색과 동시에 보여주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더구나 MS는 윈도 운영체제의 높은 점유율 앞세워 PC 시장에서 ‘코파일럿+’ 등 인공지능 기능으로 빙과 연계할 분명한 경로를 확보한 것으로 여겨진다.
오픈AI 또한 현재 AI를 도입한 검색엔진 서치GPT를 1만여 명 사용자들에게 우선 개방하고 시범 운영하고 있는데 정식 출시하면 검색 시장 점유율을 올리는 데 탄력이 붙을 공산이 크다.
오픈AI가 최근 애플과 챗GPT 공급 계약을 맺은 것을 고려하면 애플이 서치GPT를 도입할 시점이 당겨질 수 있다.
로이터는 분석가들 발언을 인용해 “반독점법 소송으로 구글과 애플이 검색엔진 계약을 중단하라는 명령이 법원에서 나온다면 애플은 AI 기반 검색 서비스로 전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짚었다.
구글은 전 세계 검색 시장에서 90%가 넘는 점유율을 십수 년째 확보한 부동의 1위 기업이다. 영어 단어 구글(google)이 ‘검색하다’와 동의어로 쓰인 지 한참 됐을 정도로 상징적인 지위를 확보했다.
구글은 크롬 웹브라우저는 물론 유튜브와 지메일과 같이 다양한 영역에서 플랫폼을 갖추고 있어 검색 기능와 시너지 효과도 상당하다.
그러나 소송 결과로 애플이나 삼성전자 기기들에 지금처럼 기본 검색엔진으로 설정하지 못하게 되고 경쟁력을 갖춘 AI 검색 서비스들이 나오면 이러한 위치를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
익명의 구글 전직 임원은 “AI가 검색 시장을 빠르게 장악해 (구글의) 독점 시대는 막을 내릴 것”이라고 바라봤다.
다만 로이터는 구글에 도전했던 다른 검색 기업들이 그동안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었다는 점도 함께 짚으며 MS나 오픈AI의 시장 도전이 장밋빛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