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반독점법 소송 패소는 오픈AI ‘서치GPT’에 기회, 애플과 협력 넓힐 가능성

▲ 오픈AI는 애플 기기들에 자사 챗봇을 공급하는 계약을 맺으면서 협력관계를 강화했다. 사진은 샘 올트먼 오픈AI CEO(뒷줄 가운데)가 6월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에서 열린 애플 연례 개발자 회의(WWDC)에 참석해 웃음을 짓는 모습.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오픈AI가 곧 정식 출시를 앞둔 인공지능(AI) 결합 검색엔진 ‘서치GPT’ 사업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지고 있다.

애플이 구글 반독점법 소송 패소를 계기로 다른 제품을 기본 검색엔진에 추가해야 할 필요성이 거론되는데 최근 애플과 협업을 성사시킨 오픈AI가 유력한 후보가 될 수 있어서다. 

6일 뉴욕타임스와 쿼츠 등 외신을 종합하면 애플이 AI 플랫폼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도입한 데 이어 오픈AI가 출시를 준비하는 서치GPT도 활용할 가능성이 힘을 받는다. 

경제전문지 쿼츠는 뱅크오브아메리카 분석을 인용해 구글이 반독점 소송에서 패소하면 오픈AI가 애플의 검색엔진 공급사로 진입할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동안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을 아이폰을 비롯한 애플 전자기기에 독점적으로 탑재해 왔지만 미국 법원 판결로 인해 구글과 배타적 협력 관계를 지속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러한 시나리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현지시각 5일 구글이 독점을 불법화하는 셔먼법 제2조(Sherman Act)를 위반해 온라인 검색 시장에서 “독점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라는 판결이 미국 워싱턴DC 연방법원에서 나왔다.  
 
구글이 자사 검색엔진을 애플과 안드로이드 전자기기들에 기본값으로 설정하는 대가로 수십 억 달러를 매년 지불해 왔던 관행이 검색 시장을 왜곡했다는 이유다. 

소송 과정에서 구글은 자사의 검색 엔진을 기본 설정으로 유지하는 대가로 2022년 애플에 200억 달러(약 27조4793억 원)를 지급하는 등 그동안 스마트폰 제조업체에 막대한 자금을 지급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구글 반독점법 소송 패소는 오픈AI ‘서치GPT’에 기회, 애플과 협력 넓힐 가능성

▲ 법원 명령으로 구글이 애플에 검색엔진을 독점적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된다면 오픈AI의 서치GPT가 대체 서비스로 자리할 수 있다. 사진은 6월3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위치한 한 애플 스토어에서 아이폰15 프로 맥스 모델들이 전시돼 있다. <연합뉴스>

일단 구글은 이번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것이라고 밝혀 최종 판단은 연방 대법원에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검색 시장에 지각 변동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 밴더빌트 대학의 레베카 앨런워스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번 구글의 소송 판결을 놓고 “이번 세기에 가장 중요한 독점 금지 소송”이라며 구글 사업에 큰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물론 법원은 이번 판결문에서 구글에 어떤 구제 명령을 내릴지 구체적으로 적시하지는 않았다. 

뉴욕타임스는 구글이 온라인 검색과 관련해 운영 방침을 바꿔야 하거나 더 나아가 일부 사업 부문을 매각해야 할 수도 있다고 예측했다. 

구글이 자사 검색 서비스를 사파리의 기본 설정으로 두도록 애플과 지금처럼 계약을 맺기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구글과 애플이 법원 명령에 따라 배타적 협력을 중단하게 된다면 애플로서는 뚜렷한 검색 엔진 대안이 보이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 엔진인 ‘빙(Bing)’은 이용률이 낮고 애플 자체 검색엔진 개발 소식도 사그라든 상황이다.

반면 서치GPT는 생성형 AI 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검색엔진과 차별화된 요소를 갖출 것으로 예상돼 애플로서도 눈길이 가는 선택지로 여겨진다. 

애플은 AI 투자가 다소 늦은 ‘지각생’이라는 평가가 많다. 소프트웨어에서는 메타나 구글, AI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린다는 시각이 우세한데 서치GPT를 탑재한다면 아이폰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투자시장에서도 서치GPT 잠재력을 높게 바라보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오픈AI가 서치GPT를 내놓겠다고 처음 발표한 7월25일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 주가는 나스닥장에서 2.62% 빠졌다.

오픈AI는 현재 일부 이용자들만 대상으로 서치GPT를 시범 운영하고 있으며 아직 공식 발매일을 잡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잠재력만으로 경쟁사 주가가 출렁이도록 만든 셈이다.  

결국 이번 판결을 계기로 구글이 온라인 검색 시장에 보였던 지배력에 균열이 나서 오픈AI가 이를 비집고 들어가 사업 기회를 확장할 가능성이 고개를 든다. 

쿼츠는 “검색 시장에서 오픈AI와 애플의 잠재적 파트너십은 구글의 아성을 흔들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