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 유럽공장도 전기차 '캐즘'에 직격탄, ESS 배터리로 활로 찾는다

▲ LG에너지솔루션 유럽 공장도 전기차 캐즘에 고전하고 있다. 사진은 폴란드 생산법인. < LG에너지솔루션 >

[비즈니스포스트] LG에너지솔루션이 미국뿐 아니라 유럽 폴란드 공장도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 라인 일부를 에너지저장장치(ESS)용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캐즘(대중화 이전 일시적 수요 둔화) 여파로 2분기 연속 사실상 영업적자를 내며 숨고르기를 하고 있는데 친환경 에너지 전환에 적극적인 유럽에서 ESS로 활로를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28일 블룸버그를 비롯한 외신을 종합하면 LG에너지솔루션은 폴란드 브로츠와프에 위치한 기존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라인 일부를 ESS로 전환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브로츠와프 공장은 2018년 준공돼 연간 90기가와트시(GWh) 용량의 전기차용 3원계(NCM) 배터리를 만들어 왔다. 전기차용 배터리 제조를 줄이고 일부 생산 라인을 변경해 ESS로 전환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블룸버그는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최대 규모의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갖춘 기업인데 수요 둔화에 대응해 재생에너지를 활용하는 가정용 ESS 생산시설을 구축하는 움직임을 보인다”라고 보도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캐즘에 대응해 가동률이 낮아진 미국 미시간주 공장 라인 일부를 ESS로 돌리기도 했다. 이러한 전략을 미국뿐 아니라 유럽 지역까지 확대하는 모양새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법인은 올해 매출이 67억 달러(약 9조2800억 원)로 전망된다. 이는 2023년의 3분의 1 수준이어서 추가 매출원 확보가 절실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프랑스 기업 르노에 전기차용 리튬인산철(LFP) 제품을 수주하기로 계약을 맺었지만 이 또한 중국 CATL과 나눠 공급해야 한다. 

ESS 사업의 중요도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셈이다. 

유럽 공장을 ESS용으로 전환하는 방안은 장점이 많다. 유럽연합(EU)이 친환경 에너지 전환 목표에 적극적이다 보니 ESS 잠재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LG엔솔 유럽공장도 전기차 '캐즘'에 직격탄, ESS 배터리로 활로 찾는다

▲ 폴란드 브로즈와프에 위치한 LG에너지솔루션 공장에서 한 직원이 배터리팩 공정 작업을 하고 있다. < LG에너지솔루션 >

시장조사업체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유럽 ESS 시장 규모는 2023년 13.7GWh에서 2030년 76.6GWh로 6배가량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 정부의 지원도 기대할 수 있다. 유럽연합의 친환경 에너지 관련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ESS가 필수적이라 LG에너지솔루션이 각국 정부의 수주 물량 확대를 노릴 수 있다. 

브로츠와프 공장에서 ESS 라인 증설을 고려하는 이유도 폴란드 당국이 ESS 관련 장치를 설치하는 가정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계획과 연관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파울리나 헨니크 클로스카 폴란드 기후환경 장관은 4억 즈워티(약 1403억 원) 규모의 ESS 보조금을 9월2일부터 12월20일까지 신청받아 지급할 것이라고 최근 발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유럽에서 ESS 관련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에너지 전문매체 에너지스토리지뉴스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유럽 에스토니아에서 진행하는 오베르(Auvere) 산업단지에 ESS를 설치하는 프로젝트에 모두 53.1메가와트시(㎿h) 규모의 공급 계약을 지난 1월30일 체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오베르 프로젝트를 위해 지난 6월부터 LFP셀이 들어간 ESS 제품 출하를 시작했다. 독일 뮌헨에서 지난 6월에 열린 인터배터리 행사에서는 LFP셀을 적용한 가정용 ESS인 ‘엔블럭E’를 선보이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ESS용 배터리 제작뿐 아니라 자체 역량으로 설치할 수 있다는 점도 사업경쟁력을 키우는 요소로 꼽힌다. ESS 업체에 배터리셀을 공급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설치해 수익성을 키울 수 있다는 의미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에 “배터리 공급뿐 아니라 ESS 설비를 직접 설치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캐즘이 해결되고 대중화 시대가 열리기 전까지 실적 기반을 유지하고 배터리 수요처를 넓히는 차원에서 유럽 ESS 배터리 라인을 늘리는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차가 소비자 수요는 물론 완성차 기업 사정에 크게 좌우되는 반면 ESS는 신재생에너지 시장 성장에 따라 비교적 안정적인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다.

LG에너지솔루션 폴란드 법인 관계자는 블룸버그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전환은 유럽 경제에 중요하고 불가피하다”라며 “브로츠와프 공장도 이에 맞춰 ESS 생산 역량에 투자할 방법을 찾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