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마이크로소프트(MS) 발 세계 정보기술(IT) 대란으로 지구촌이 일대 혼란에 빠지면서, 클라우드 시스템의 구조적 단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세계 각국의 기업·기관 단체들이 연쇄적으로 시스템 장애를 겪으며 피해 규모가 순식간에 커졌기 때문이다.
 
MS발 세계 IT 대란에 드러난 '초연결 사회' 맹점, '클라우드 신중론' 부상

▲ ‘IT대란’으로 시스템 장애를 뜻하는 블루스크린이 뜬 미국공항의 항공편 정보 화면. <연합뉴스>


자체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을 구축하지 않고, 자신들이 필요한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을 언제 어디서나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의 네트워크에 접속해 사용할 수 있다는 간편함이 자칫 네트워크 장애나 시스템 에러로 막대한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이번 IT대란이 일깨우는 교훈이라고 IT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이에 따라 이번 IT대란 이후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의 신중론이 전 세계적으로 퍼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22일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19일 전세계 항공, 금융, 의료 등 주요 분야를 마비시켰던 IT 대란 복구 작업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전문가들은 여파가 몇 주 동안 더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란으로 인한 복구 비용이 10억 달러(약 1조4천억 원)이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앞서 지난 19일 오전 사이버 보안기업 크라우드스트라이크가 배포한 보안 프로그램이 MS 윈도 운영체제와 충돌하면서, 윈도를 기반으로 제공되는 클라우드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의 공항, 금융사, 병원, 학교, 기업 등에 대대적인 전산마비가 발생했다.

보안 프로그램 충돌로 MS 클라우드 서비스 '애저'에 장애가 생기면서 애저를 사용하는 다양한 서비스에 차질이 생겼다. MS 측은 "세계 약 860만 대 컴퓨팅 시스템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로 극소수의 빅테크 기업이 전세계 클라우드 시장을 과점하면서, 사소한 네트워크와 소프트웨어 오류가 세계적 IT대란으로 번질 수 있는 구조적 취약성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에 장애가 발생한 '애저'는 점유율 기준 세계 클라우드 시장에서 2위를 차지하고 있는 서비스다. 미국 빅테크 3곳(아마존웹서비스·MS 애저·구글 클라우드)의 세계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 합산 점유율은 올해 1분기 기준 70%에 육박한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사회적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이번 사태는 모든 일상이 온라인으로 연결된 오늘날 '초연결 사회'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며 "이제는 통신과 교통은 물론 결재와 금융 등 모든 경제 활동이 온라인을 통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고 밝혔다. 

이번 사태에 앞서 지난 2017년에는 아마존웹서비스의 4시간 가량 시스템 장애로 전 세계 수만여 개 웹사이트가 먹통이 된 적 있다. 국내에서는 2022년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톡이 먹통이 되기도 했고, 지난해 11월에는 국내 행정전산망이 셧다운되면서 국민에 큰 불편을 야기하기도 했다. 

보안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라는 일상적 업무를 수행하던 중 이처럼 대규모 IT 대란이 벌어졌다는 점도 특징이다. 의도치 않은 실수도 이처럼 단기간에 광범위한 피해를 유발하는데, 의도적 해킹 공격이 발생할 경우 전세계가 '셧다운' 되는 끔찍한 상황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것이다. 
 
MS발 세계 IT 대란에 드러난 '초연결 사회' 맹점, '클라우드 신중론' 부상

▲ 인천 국제공항 모습 <연합뉴스>


이번 사태로 클라우드 서비스 자체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져, 기업이나 공공기관 등이 이를 도입하길 꺼려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내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왔는데, 특정 클라우드 서비스 기업 의존에 대한 경계심이 부상하면서 클라우드 시장 성장이 둔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중화하는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 등의 보완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란 한 조직이 두 곳 이상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 오류가 발생했을 때에도 정상적으로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이중화를 말한다.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는 IT 사고 때마다 매번 거론되는 대책이기도 하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경기 둔화에 따라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 도입이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멀티 클라우드를 위한 비용이 추가로 들어가는 단점이 있다. 

IT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의 주요 장점 가운데 하나가 비용 절감인데, 서비스를 두 개 이상 중복해 사용할 경우 기업이 자체 서비스를 구축했을 때보다 비용이 더 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준섭 KB증권 연구원은 "클라우드를 채택할 때 하나의 클라우드에 변화가 생겨 차질이 생긴다면 곧바로 다른 클라우드로 옮겨 같은 서비스를 이어갈 수 있는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가 앞으로 확산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비용이 많이 드는 여러 업체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하는 대신 하나의 기업이 멀티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MSP에 대한 수요 증가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희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