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대응 분야 다국적 ‘어벤져스’ 결성, 우경화 따른 기후후퇴 움직임 막는다

▲ 2015년 제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1) 현장에서 레옹 파비우스 프랑스 전 총리(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왼쪽).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세계 각국 정부가 우경화되는 경향이 강해지면서 기후정책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글로벌 기업, 정치인, 투자자 등 다양한 사람들이 기후 대응 축소를 반대하는 국제단체를 결성해 기후정책을 후퇴시키려는 움직임을 막기 위해 나설 것으로 보인다. 주요국에서는 기후 대응 확대를 향한 시민 지지가 높아 이들의 활동에 힘이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24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 등 주요 외신들에 따르면 기업, 정치인, 투자자 등으로 구성된 국제 기후연합 '미션 2025'가 결성됐다.

기업들 가운데는 유니레버, 이케아, 영국 전기차 플랫폼 기업 옥토퍼스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후정책 확대에 유보적인 각국 정부 행태를 바꾸기 위해 이번 협의체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션 2025 대표로는 크리스티아나 피게레스 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사무총장이 선임됐다. 기후대응 분야에서 다국적 '어벤져스' 같은 강력한 단체가 결성된 것으로 여겨진다.

피게레스 전 총장은 파이낸셜타임스와 인터뷰에서 "미션 2025는 기후 대응을 확대하는 정책이 돈이 많이 들고, 국민 지지를 받을 수 없으며, 시행이 어렵다는 정치권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결성됐다"고 강조했다.

미션 2025는 공식성명을 통해 "협의체의 주요 목적이 최근 우경화되고 있는 각국 정부의 기후정책 축소를 막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엑손모빌, 쉘 등 글로벌 기업들이 연이어 기후목표를 축소하는 것도 각국 정부들이 기후정책을 약화시키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피게레스 전 총장은 로이터에 "정치권의 리더십 부재와 혼란으로 친환경 기술들이 더 싸고 효율적인 방향으로 발전하는 일을 막고 있다"며 "우리는 아직도 각국 정부들이 국가별 기후목표를 설정할 때 무엇을 포함할지 매우 보수적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션 2025는 각국 정부가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파리협정에 따른 목표에 완벽하게 부합하는 경로로 설정하라고 촉구했다. 파리협정은 세계 190여 개국이 글로벌 기온상승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아래로 억제하자고 협의한 것을 말한다.

하인 슈마허 유니레버 최고경영자(CEO)는 파이낸셜타임스에 "기후정책 목표를 높게 잡으면 정부가 경제 능력을 동원해 효율적으로 탈탄소화를 진행할 수 있을뿐 아니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기회도 창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미션 2025는 각국 정치인들을 대상으로 여러 활동을 진행해 기후행동에 나서는 것이 유권자들의 지지를 얻는 방법이 된다는 인식을 확산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를 위해 기후정책 정당성을 부여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근거 자료나 연구 결과를 주기적으로 내놓기로 했다.
기후대응 분야 다국적 ‘어벤져스’ 결성, 우경화 따른 기후후퇴 움직임 막는다

▲ 2024 시민 기후 투표 한국인 설문 결과. 정부 기후정책을 강화해야 하냐는 질문에 88%가 그렇다고 답했다. <유엔개발계획>

실제로 최근 진행된 국제기관 설문조사에 따르면 세계 주요국 시민들은 기후정책을 향한 높은 지지도를 보이는 것으로 파악됐다. 

유엔개발계획(UNDP)이 지난 21일(현지시각) 발표한 '2024 시민 기후 투표'에 따르면 세계 77개국에 거주하는 시민 7만5천 명 가운데 86%는 각국 정부가 지정학적 갈등을 배제하고 기후대응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봤다.

캐시 플린 유엔개발계획 기후 대표는 클라이밋홈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번 설문 결과는 세계 시민들이 높은 수준의 기후정책을 지지한다는 결정적 증거"라고 말했다.

이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정책을 향한 한국인들의 지지도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설문에 참여한 한국인 가운데 88%는 정부가 기후대응을 강화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국가 기후대응 노력에 관한 평가에서는 47%가 정부의 기후정책 수준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피게레스 전 총장은 "각국 정부는 기업들이 따를 수 있는 명확한 정책목표를 세우고 이에 따른 투자 결정을 내려야 한다"며 "실제로 유권자들도 이를 원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손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