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마트가 위기다.
실적은 말할 것도 없고 주가도 좋지 않다. 이마트가 창사 이후 처음으로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일지도 모른다.
▲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을 중단했다. 이마트 위기와 무관하지 않은 결정으로 보인다. |
내부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기업이 잘 나갈 때는 누구든 신이 난다. 하지만 반대로 해마다 영업이익이 뒷걸음질만 하니 위축될 수밖에 없다.
일부 직원들은 화도 낸다. 노조는 당장 회사 실적이 안 좋으니 애꿎은 직원들을 패잔병 취급한다고 반발한다.
국내 대형마트 1위 기업인 이마트가 이런 상황에 처한 이유를 한 마디로 정리하기는 힘들다. 이커머스의 공세도 있을 것이고 자회사들의 실적 부진 탓도 있을 것이다. 포화 상태에서 출혈경쟁만 해야 하는 대형마트 업황도 고려해야 한다.
하지만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이 그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하는 이들도 있다.
모든 일을 회장 탓으로 돌리는 것은 사실 매우 익숙하고 편한 방법이다. 결과가 좋지 않으면 사령탑에 책임을 묻는 문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늘 일어났다.
이런 점에서 보면
정용진 회장이 억울할 만도 하다. 실제로 그는 그동안 신세계그룹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었지만 이마트와 관련한 사업 지휘권은 이미 오래 전에 전문경영인에게 넘겼다. 경영에 책임을 지는 등기이사도 안 맡은 지 10년도 더 됐다.
하지만 누구나 안다. 결국 이마트가 잘 되고 안 되고는 정 회장의 역량에 달렸다는 것을. 한국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권자는 누가 뭐래도 총수일가다.
정 회장이 개인이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결코 억울해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중요한 사실은 정 회장이 이마트의 위기와 관련해 비판을 받는 지점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때문이라는 점이다.
83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자랑하는 정 회장은 유독 SNS 활동과 관련해 구설수가 많았다. 처음에는 대중과 친근하게 소통하는 창구로 활용해 긍정적 이미지도 많이 쌓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의 SNS 활동은 오히려 이마트에 독이 됐다.
사회적으로 의견이 갈리는 사안에 거침없이 발언하다 보니 반발을 불렀다. 안티를 향해 더 독한 말을 쏟아내 팬덤을 강하게 만들었지만 안티도 더욱 거세졌다.
품격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그는 ‘개인공간에 불과하다’는 논리를 앞세워 비판을 차단만 했다. 정 회장이 그러는 동안 이마트 실적은 곤두박질했고 결국 ‘사람을 절대 내보내지 않는 회사’라는 임직원들의 자부심도 사라졌다.
누구나 다 아는 이마트 얘기를 길게 한 이유는 간단하다. 정 회장이 최근 SNS에서 자취를 감추면서 혹시나 이마트에 변화가 생길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다.
변화의 시작은 그가 회장에 오르기 10여 일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만 해도 왜 정 회장이 SNS를 멈췄는지 아무도 몰랐지만 회장에 오르면서 비로소 이해가 됐다.
회장의 무게가 다르다는 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부회장 때만 해도 ‘부’라는 말 때문에 비교적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었다고 한다면 회장의 무게는 완전히 다르다. 회장 말 한 마디에 휘청하는 회사는 드물지 않다.
물론 정 회장의 SNS 활동 중단이 일시적일 수 있다는 얘기도 있다. 과거에도 SNS 당분간 안 한다고 했다가 반나절 만에 번복했던 일 때문이다.
하지만 정 회장이 조만간 SNS에 등장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것이 기자의 생각이다. 정 회장이 어떻게 이마트를 살려낼지 주목하는 상황에서 그가 예전과 같은 모습을 보인다면 외부적으로도, 내부적으로도 이마트를 향한 이미지는 돌이킬 수 없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요한 것은 이마트가 얼마만큼 빠르게 회복하느냐다.
정 회장은 이미 지난해 신세계그룹의 대대적 쇄신 인사 이후 최고경영진을 질책하면서 위기감을 강조하고 있다. 이후 회장에도 오르면서 그룹을 대표하는 얼굴이 됐다.
위기를 돌파하느냐, 아니면 허우적대느냐는 SNS를 떠나 이마트 경영에 전력투구하는 정 회장의 역량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