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양도제한조건부주식 규제법안 발의 이용우 “재벌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소지 막아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도제한조건부 주식 관련 제도를 명확하게 갖춰야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명확하게 제도를 정비해야 악용될 소지를 없앨 수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estricted Stock Units, RSU)의 법적 요건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한 이유에 대해 악용 소지를 차단하기 위함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RSU도 스톡옵션처럼 부여 대상과 방법, 수량을 명확하게 법에서 규정해야 재벌 3·4세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소지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고 더욱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이 의원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최근 국내기업들 사이에서 경영진에 대한 보상방안으로 RSU가 떠오르고 있어서다.

RSU는 주가와 행사가의 차액을 가져가는 스톡옵션과 달리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를 경영자에게 직접 양도하는 방식의 주식 인센티브 제도다.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 등 미국 IT 기업에서 도입된 뒤 한화, 두산, 네이버 등 국내기업들에서도 RSU를 활용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RSU는 주가가 내려도 최소한의 보상이 보장되는 동시에 양도 가능 시점을 장기로 설정함으로써 경영진들이 단기성과에 집착하는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반면 ‘기업의 우수인재 확보 및 근로의욕 고취’라는 RSU의 본 목적과 달리 실제 주식 지급은 한참 뒤에 이뤄져 임기가 제한된 전문경영인이 아닌 재벌 총수들의 경영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이 의원은 스톡옵션처럼 부여대상, 부여한도, 행사기한 등을 법에 명시해 부작용을 줄여야 할 필요성이 크다고 봤다.

이와 함께 이 의원은 정무위의 주요 현안인 대한항공-아시아나 기업결합과 관련해 관련 절차를 투명하게 진행해 추후 나타날 수 있는 부작용을 방지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도 내놨다.

다음은 11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이용우 의원과 진행한 일문일답 내용이다.

-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규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법안 발의 취지에서 재벌 3·4세의 경영권 세습에 악용될 수 있다고 지적했는데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RSU는 스톡옵션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스톡옵션은 부여대상, 부여한도, 행사기한 등에 제한을 둠으로써 대주주에 의한 남용을 방지하고 주주 이익을 보호하고 있는 반면 RSU는 이러한 규제가 전무한 상태다.

스톡옵션을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게 줄 수 없도록 한 것은 제도의 악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제가 발의한 법안도 현재 스톡옵션 규제 수준과 거의 유사하다.

오히려 적절한 규제를 통해 한화를 비롯한 일부 기업들이 RSU를 악용한다는 오해를 불식시킬 수 있다.
 
물론 한화가 현재 별도 규제가 없는 RSU 제도를 활용한 것을 비판하려는 게 아니다. 다만 한화가 더 조심했어야 될 것은 (RSU의 취지가) 스톡옵션과 유사하다면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자사주를 부여하면 안 됐다.” 

- 상장사협의회는 ‘포이즌 필’이나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는 우리나라 상황을 지적하며 양도제한부 주식의 규제를 반대하고 있다.

포이즌 필은 기업의 경영권 방어수단의 하나로 적대적 M&A나 경영권 침해 시도가 발생하는 경우 기존 주주들에게 시가보다 훨씬 싼 가격에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미리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를 말한다. 차등의결권은 경영권을 보유한 대주주의 주식에 대해 보통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그러한 말을 하는 자체가 RSU가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걸 명확히 보여주는 것이다. 제도를 정비한다는 건 그런 악용될 케이스가 안 나오게 하려고 하는 것이다. 

상장사협의회의 주장과 달리 우리나라도 상장기업 주식을 5% 이상 대량 보유하거나 1% 이상의 지분 변동이 있는 경우 보유·변동내역을 5일 이내에 공시하도록 하는 자본시장법 제147조 등 적대적 M&A방어수단이 많이 마련돼 있다.”

- 민주당 내 ‘글로벌 기업 경쟁력강화 의원모임’은 한화그룹을 초청한 자리에서 RSU에 대해 긍정적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RSU 자체를 긍정적, 부정적으로 나눠서 보자는 게 아니다. 민주당 의원모임에 참석했던 이성수 한화그룹 사장은 국내에서 RSU의 법적 근거와 세제상 이슈가 있는 게 사실이고,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면 테두리 안에서 제도를 운용하겠다고 하지 않았나. 한화 측에서도 RSU 제도정비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고 본다.”

- 최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대한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해 화물사업부 매각을 승인한 결정에 문제점이 있다고 지적했는데.

“화물부문을 매각하기로 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결정 자체가 무효화 될 가능성이 있다. 이사회 결정이 ‘강박’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산업은행과 채권단이 아시아나항공에 보낸 공개발언이나 국회 정무위에서 나와서 한 답변 등을 종합해볼 때 이사회의 자율적인 결정을 방해하고 화물부문을 매각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올 수 있다. 지난번 국정농단 사태 때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홍완선 국민연금 본부장이 왜 유죄가 됐나. 손해가 될 걸 알면서도 (합병에 찬성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미국 법무부가 화물부문 매각 관련 이메일 등 서류보전 절차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미국 법무부가 아시아나의 화물부문 매각이 편법으로 이뤄지는 것으로 판단하고 소송을 준비하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 국정감사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관해 ‘플랜 B’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시아나항공의 독자 생존이나 새로운 인수 기업 등장에 관한 부정적 시각이 적지 않은 상황인데 어떤 ‘플랜 B’가 가능한 것인가.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은 해외 경쟁당국의 기업결합심사 과정에서 슬롯반납, 화물사업 분리매각을 요구받고 있어 합병 이후 시너지효과는커녕 국익이 훼손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LCC(저비용항공사) 가운데 장거리시장 진입사를 파트너로 제시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해외 경쟁당국이 승인할만한 경쟁력 있는 LCC가 부재한 상황이다.

따라서 자회사 LCC 매각 및 재편을 통해 대형 LCC 설립을 지원하는 항공산업 재편방안을 꾸준히 제안해왔고 지금 상황에서도 이 대안이 플랜 B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우 의원은 1964년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으로 입사해 현대그룹 종합기획실을 거쳐 현대자동차에서 전략기획 및 M&A를 담당했다. 

2002년 동원증권 상무를 시작으로 2015년 한국투자신탁운용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등을 거쳐 2016년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에 올랐다. 2020년 더불어민주당에 영입돼 그해 4월 제21대 총선에서 경기 고양시 정 지역구에 출마해 당선됐다. 김대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