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뚜기가 부진한 해외사업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오뚜기는 내수시장 위주의 사업구조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시장의 문을 두드려왔지만 올해 해외사업에서 역성장하면서 경쟁기업인 농심, 삼양식품과 해외사업 성과가 더욱 벌어지고 있다.
김경호 전 LG전자 부사장을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 부사장으로 영입해 해외 시장에서의 부진을 극복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28일 김경호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이 내놓을 해외사업 확대 방안에 관심이 모인다.
오뚜기에 따르면 김 부사장은 이미 11월1일 선임된 상태로 업무를 시작했다. 오뚜기는 김 부사장의 영입에 맞춰 글로벌사업부를 글로벌사업본부로 격상시키며 해외사업 확대를 준비했다.
김 부사장은 컨설팅업계에 몸담았던 시절에는 대만에서 컨설턴트로 성과를 냈고 LG전자에서는 BS사업본부에서 6년동안 유럽 지역을 담당했다.
그의 경력대로라면 대만과 유럽 지역 사업에서 강점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오뚜기가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지역이 역량을 보여주는 첫 무대가 것으로 예상된다.
오뚜기는 베트남에 현지법인과 생산공장을 두고 사업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법인은 올해 3분기까지 508억 원의 매출을 거두며 지난해 526억 원과 비교해 다소 주춤했지만 여전히 시장 잠재력이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 함영준 오뚜기 대표이사 회장이 사돈인 김경호 LG전자 부사장을 글로벌사업본부장으로 영입했다.
앞서 오뚜기는 올해 3분기 베트남 법인이 실시한 1천만 달러(128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면서 사업확대를 위한 실탄을 마련해주기도 했다.
김 부사장은 미등기임원으로 재직 중인데 향후 이사회 입성 여부에도 관심이 모인다.
오뚜기는 함영준 회장, 황성만 사장, 류기준 전무가 사내이사를 맡고 있다. 황성만 사장과 류기준 전무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만약 김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된다면 글로벌 사업의 의사결정체계의 효율화를 위해 2021년부터 해외사업을 지휘해 온 황성만 사장의 거취 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다만 김 부사장이 식품업계의 경력이 적다는 점은 변수다.
김 부사장 컨설턴트 재직 당시 전기전자 및 제조분야 기업들의 IT 프로젝트를 주로 수행했고 LG전자에서도 IT 프로젝트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등 식품업계와 거리가 있는 경력을 가지고 있다.
오뚜기 관계자는 비즈니스포스트와 통화에서 "김 부사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함 회장은 김 부사장을 영입을 계기로 올해 주춤했던 해외사업에 다시 속도를 내려는 모양새다. 오뚜기의 해외사업은 올해 3분기까지 매출 2493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3.2% 감소했다.
오뚜기의 해외사업이 주춤하는 동안 경쟁기업인 농심과 삼양식품은 해외매출은 7418억 원, 5876억 원을 각각 거두며 오뚜기와 격차를 벌렸다.

▲ 김경호 오뚜기 글로벌사업본부장의 첫 사업 강화행보를 밟을 지역으로는 베트남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오뚜기 베트남 법인. <오뚜기>
오뚜기는 미국, 뉴질랜드, 베트남, 중국 등 4개 국에 제조·판매를 위한 현지법인을 두고 식품사업을 하고 있지만 경쟁기업인 농심과 삼양식품과 비교해 해외사업의 비중이 낮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끊이질 않았다.
세 회사의 지난해 해외시장 비중을 살펴보면 농심과 37% 삼양식품 67%인 반면 오뚜기는 해외매출 비중이 10.2%에 불과하다.
오뚜기가 내수식품 시장에서 존재감이 남다른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성장 한계가 비교적 명확한 국내 식품시장을 못 벗어나고 있는 것으로도 여겨지는 대목이다.
재계에서는 사돈을 임원으로 발탁한 함 회장의 안목이 결과로 증명될지 벌써부터 관심이다.
그동안 총수일가들끼리 혼맥으로 이어지거나 같은 그룹사를 공동경영한 적은 있었지만 한 법인에서 사돈이 대표이사와 임원으로 만나는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이다.
함 회장의 딸이자 유튜브 콘텐츠제작자로 활동하고 있는 함연지씨는 김 부사장의 아들 김재우씨와 2017년 결혼했다. 김 부사장은 2022년 7월 함연지의 유튜브 콘텐츠에 출연해 요리실력을 자랑하기도 했다. 신재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