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지주 자회사 지원에 재무부담 커져, 리스크 관리 역량 중요해졌다

▲ 롯데지주가 자회사 지원 때문에 재무 체력이 약화하고 있다. 앞으로 리스크 관리 역량이 중요해지는 이유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비즈니스포스트] 롯데지주가 자회사 지원을 이어가면서 재무적 부담도 늘어나고 있다.

자회사들의 실적이 좋지 않아 상표권 사용 수익과 배당 수익 증가를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는 점이 롯데지주에게 더 큰 문제로 다가온다.
 
롯데그룹의 신사업 발굴과 재무 관리를 동시에 책임지고 있는 이동우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리스크 관리 역량이 한층 중요해지는 시기다.

27일 롯데지주의 올해 계열사 지원 현황을 살펴보면 자회사의 유상증자에 투입하기로 한 자금만 모두 5천억 원이 넘는다.

롯데지주는 올해 초 롯데케미칼이 진행한 유상증자에 모두 2939억 원을 넣었다. 3월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국내와 미국에 공장을 짓거나 증설하기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에 1700억 원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10월 26일에도 이사회를 열고 롯데헬스케어의 유상증자에 참여해 500억 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바이오로직스, 롯데헬스케어 등에 지원하기로 한 자금만 모두 5100억 원이 넘는다. 롯데지주가 지난해 별도기준으로 거둔 매출이 3300억 원에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적지 않은 금액을 자회사 지원에 쓴 셈이다.

과거로 시야를 넓혀보면 자회사 출자는 최근 몇 년 동안 지속됐던 일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롯데지주는 지난해 롯데헬스케어와 롯데바이오로직스를 연달아 설립할 때 초기 자본금으로 각각 700억 원, 104억 원을 댔다. 롯데바이오로직스가 지난해 말 실시한 증자 때도 롯데지주가 참여했는데 당시 넣었던 금액은 1685억 원이었다.

롯데자이언츠과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운영사)에도 지난해 유상증자로 각각 190억 원, 3983억 원을 투입했다.

자회사를 향한 실탄 지원은 롯데지주의 재무적 체력 약화로 이어지고 있다.

롯데지주가 보유한 순차입금은 2019년만 해도 1조2천억 원 수준에 머물렀다. 하지만 2020년 1조7644억 원, 2021년 2조2084억 원 등으로 늘어나다가 지난해 말에는 3조 원을 넘었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으로는 3조4천억 원까지 불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신용평가사들이 지난 6월 롯데지주 신용등급을 줄줄이 내린 것은 이러한 흐름과 결코 무관하지 않다. 당시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기업평가는 롯데지주의 무보증사채 등급을 기존 AA에서 AA-로 동시에 낮췄다.

유준기 한국기업평가 연구위원은 “2020년 이후 그룹 경영효율성 및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분투자가 지속되면서 차입금이 증가하고 자체 재무부담이 확대했다”며 “투자 확대기조 등에 따른 재무 레버리지 추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봤다.

롯데지주를 이끌고 있는 이동우 대표이사 부회장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애초 롯데지주에서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재무 관리, 비즈니스 전략 등을 담당해왔다. 지난해 말 인사에서 송용덕 전 롯데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의 용퇴로 송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롯데그룹의 인사관리와 인재양성 관련 업무도 아우르고 있다.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임무가 없지만 이 가운데서도 원래 담당하고 있던 신사업 발굴과 인수합병, 재무관리 등의 역할이 이 부회장의 핵심 업무인 것으로 파악된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그룹의 발전을 위해 롯데지주가 역할을 해줄 것을 그동안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으며 이동우 부회장도 롯데지주 대표이사에 선임될 때 “그룹의 포트폴리오와 미래전략을 개선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미 롯데지주는 시장에서 사실상 ‘투자형 지주회사’가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도 하다.

이런 흐름들을 감안할 때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고 지원하면서 동시에 롯데지주의 재무적 부담을 적절하게 통제하는 것은 이 부회장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지주 자회사 지원에 재무부담 커져, 리스크 관리 역량 중요해졌다

▲ 롯데지주는 버는 돈보다 쓰는 돈이 많은 상황이다. 사진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 전경. <롯데그룹>


문제는 롯데지주의 주요 자회사인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의 상황이 좋지 않다는 점이다.

롯데지주의 수입은 주로 자회사들의 배당을 통한 수익과 상표권 사용 수익, 경영 지원 수익 등으로 이뤄진다. 롯데지주가 올해 상반기에 별도기준으로 벌어들인 매출 2118억 원 가운데 배당 수익은 1043억 원으로 절반 수준이었으며 상표권 사용 수익(605억 원), 경영 지원 수익(217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배당은 자회사들의 순이익이 나아져야만 커질 가능성이 높은데 올해 롯데쇼핑과 롯데케미칼 모두 상반기 순이익은 뒷걸음질했다.

상표권 사용 수익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높다. 롯데지주는 각 자회사의 매출에서 광고선전비를 제외한 금액의 0.2%를 롯데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대가로 받게 돼 있는데 자회사들의 매출 역시 후퇴하고 있어 이 수익도 줄어들 공산이 커 보인다.

롯데지주가 상반기 말 기준으로 보유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모두 3917억 원이다. 2022년 말보다 4264억 원 줄었다. 향후 투자 재원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 차입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동선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6월 “계열사 지분 취득 규모가 회사의 현금 창출 규모를 상회할 것으료 예상됨에 따라 외부 차입금 증가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며 “앞으로 상표권 사용요율 인상 등을 통해 영업수익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