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하이닉스가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3E)를 엔비디아에 납품하면서 공급망에서 입지를 단단히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비즈니스포스트> |
[비즈니스포스트]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 반도체 공급망에서 차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을 꾸준히 납품할 채비를 하며 입지를 단단하게 다지고 있다.
박정호 SK하이닉스 대표이사 부회장은 고부가 제품인 HBM 시장에서 차지한 선도적 위치를 바탕으로 내년 실적 회복에 탄력을 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내년 출시될 엔비디아의 새 인공지능용 반도체에도 HBM을 공급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김록호 하나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는 2024년 2분기 출시될 신규 인공지능 반도체 GH200에 HBM을 납품할 예정으로 2024년 연중으로 이와 관련한 수혜를 온전하게 누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인 GH200에는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인 HBM3E가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GH200에는 전작인 H100과 비교해 HBM 탑재량이 2배 가까이 늘어날 것올 예상된다.
박 부회장은 SK하이닉스가 내년에 엔비디아에 납품할 HBM3E와 4세대 제품인 HBM3 개발에 적극적 지원을 아끼지 않으며 이 분야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HBM3의 세계 최초 개발과 양산이라는 성과를 이뤘고 후속 모델인 HBM3E 납품과정도 순항하고 있어 엔비디아의 공급망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이뿐만 아니라 SK하이닉스는 AMD의 인공지능 반도체 MI300 시리즈에도 HBM3를 납품하고 있는데 HBM3E를 추가 공급해 시장 점유율을 높여갈 가능성도 나온다.
박 부회장은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챗GPT 등 인공지능 시대에는 대용량 데이터를 빠르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메모리 기술의 혁신이 요구된다"며 "인공지능 시대에 적합한 기술 우위를 바탕으로 미래의 아키텍처를 선도해 나간다면 통상적인 산업의 성장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이라고 HBM 사업의 미래에 대한 구상을 밝히기도 했다.
▲ 엔비디아 차세대 인공지능 칩 출시 로드맵. <엔비디아> |
박정호 부회장은 SK하이닉스의 HBM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에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업계에서는 엔비디아에 새로 납품될 SK하이닉스의 HBM3E는 평균판매단가가 전작과 비교해 최소 20% 올라갈 것으로 보고 있다.
HBM 자체가 기존 D램보다 단가가 6배 이상 비싼 데다 새로운 제품에서 평균 판매단가가 오르는 만큼 SK하이닉스의 이익 회복에 기여할 공산이 크다.
SK하이닉스의 올해 2분기 콘퍼런스 콜에 따르면 HBM과 GDDR을 비롯한 그래픽 D램 매출은 과거 SK하이닉스의 전체 D램 매출에서 한 자릿수에 불과하다가 2022년 4분기 10%로 뛰어오른데 이어 올해 2분기에는 20% 후반대를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내년 2분기 엔비디아의 차세대 인공지능 반도체 출시로 시장이 다시 한 번 모멘텀을 만나게 되면 SK하이닉스의 실적에서 HBM이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높아질 공산이 높다.
대만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HBM 기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며 “2023년 HBM 수요가 전년 대비 58% 증가하고 2024년에는 약 30% 추가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부회장은 후발기업들과 격차를 더 벌려 내년 HBM 시장 성장세에 올라탈 채비를 할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부터 HBM을 포함한 D램 사업에서 분기기준 영업흑자로 전환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HBM 사업 비중을 높이면 내년 메모리 업황 반등기에 실적 개선에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현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D램 업황이 2023년 하반기 개선세를 본격적으로 나타낼 것”이라며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영업이익 100억 원을 내 분기 기준 흑자전환하고 2024년에는 연간 20조50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