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관리 손 놓은 머스크에 '엑스' 운영 부담 커져, 충동적 인수도 재조명

▲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좌측)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 발생 전인 9월18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회동하고 있는 모습. 당시 네타냐후 총리는 "수정헌법 1조의 한계 속에서도 반유대주의와 증오를 제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를 바란다"며 혐오 표현에 손을 놓아선 안 된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 <연합뉴스>

[비즈니스포스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인수한 소셜미디어 ‘엑스(구 트위터)’에 올라오는 가짜뉴스나 불법 게시물을 방치하는 기조를 유지하면서 엑스의 광고수익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유해 콘텐츠를 방치하는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는 유럽연합(EU)의 조치로 인해 엑스가 수억 달러 규모의 벌금까지 낼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론 머스크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무력충돌과 같은 전쟁 시기에는 광고수익 악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표현의 자유를 명분으로 콘텐츠를 방치하는 그의 방식이 엑스에 부담을 키울 것으로 예상된다. 

14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전쟁 중에는 엑스의 광고수익이 크게 감소한다”는 언급을 공식 계정을 통해 내놨다. 어떤 전쟁인지는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무력 충돌을 지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론 머스크가 2022년 11월8일 엑스를 상장폐지할 당시 재무상황을 개선해 3년 내로 재상장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지만 현재처럼 주 수입원인 광고수익이 준다면 재상장할 때 기업 가치평가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전쟁이라는 외부 불확실성 요인이 아니라 엑스를 소유한 일론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를 옹호한다는 명목으로 콘텐츠 관리에 소홀하다는 점이 광고 수주를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4일자 보도를 통해 유해하거나 부정확한 콘텐츠에 제제를 하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방침이 엑스의 광고 수주에 부정적이라고 바라봤다. 

부정확한 콘텐츠를 제지하는 작업에 소홀하다 보니 플랫폼의 신뢰도가 떨어져 광고를 맡기는 기업이 엑스를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과거 트위터를 인수할 당시 언론의 자유를 위한 플랫폼이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며 유해정보 처리를 맡았던 직원들을 대거 해고했다. 

엑스는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을 개선하고 월간 활성 이용자(MAU) 기준 이 기업 역사상 최대 사용자를 모았지만 가짜뉴스와 불법 콘텐츠를 걸러내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엑스의 최고경영자인 린다 야카리노는 플랫폼에 올라온 부적절한 콘텐츠를 통제하는 모습을 광고주들에게 증명하려 한다”며 “그는 머스크가 표현의 자유와 관련한 발언을 내놓을 때 마다 수습을 위해 진땀을 뺀다”고 전했다.
 
콘텐츠 관리 손 놓은 머스크에 '엑스' 운영 부담 커져, 충동적 인수도 재조명

▲ 베라 요우로바(사진) EU 가치·투명성 담당 부집행위원장 현지 시각 9월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허위정보에 관한 실천 강령’ 관련 기자회견을 열어 소셜미디어에 관한 발언을 하는 모습. '엑스'의 로고가 좌측 하단에 보인다. <연합뉴스>

부정확하거나 유해한 콘텐츠를 걸러내지 않는 기조로 인해 광고 수익 감소 외에 다른 문제에 직면할 가능성도 나온다.

콘텐츠 관리에 소홀하단 이유로 유럽연합으로부터 막대한 규모의 벌금을 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유럽연합은 엑스가 ‘불법 콘텐츠와 허위정보’를 방치하는 식으로 유럽연합의 디지털 서비스법을 위반했는지 여부를 조사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서비스법은 위반한 기업에 세계 매출의 최대 6%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하는 등 강력한 처벌 조항을 갖췄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엑스는 최대 수억 달러의 벌금을 내야할 수도 있다”고 바라봤다.

허위정보를 적극적으로 관리하지 않아 광고 수익이 감소한 엑스에게 막대한 규모의 벌금까지 부과되면 일론 머스크의 경영 방침으로 인해 기업 운영에 지속적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표현의 자유를 옹호하기 위해 엑스를 인수했다는 머스크의 발언에 의구심을 던지는 시각도 있다. 

8월에 출판된 ‘일론 머스크 전기’를 보면 일론 머스크가 엑스를 자의반 타의반으로 인수한 정황이 보인다.

전기에는 “판사는 기본적으로 내가 트위터를 사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며 “보다 신중을 기해서 원하는 바를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일론 머스크가 말한 대목이 소개된다. 

이로 인해 ‘트위터를 사볼까?’라는 메시지에 트위터 주가가 폭등하자 주가 조작 등 법적 분쟁을 피하기 위해 엑스를 인수할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론 머스크의 충동적인 태도가 엑스에 지속적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엑스는 기업 차원에서 유럽연합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노력하지만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잘못된 정보라도 검열하지 않는) 일론 머스크의 방식이 더욱 주목을 끌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