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채널Who] HBM, 고대역폭 메모리는 현재 D램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테마 가운데 하나다.
과연 HBM은 무엇이고 이 HBM은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HBM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려면 반드시 인공지능 이야기부터 시작해야 한다.
인공지능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가장 각광받는 기술이다. 인공지능 기술을 구현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연산을 직접 처리하는 그래픽처리장치(GPU)다. GPU를 제조하는 미국의 엔비디아 주가가 계속해서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 것 역시 이런 이유에서다.
인공지능이 D램 시장에 가져오는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먼저 왜 인공지능과 관련해서 CPU가 아닌 GPU가 주목받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CPU와 GPU를 아주 단순하게 비교하자면, CPU는 복잡한 계산을 잘 하지만 한 번에 계산을 많이 하지는 못하는 두뇌이고, GPU는 복잡한 계산 능력은 CPU보다 떨어지지만 아주 간단한 계산을 동시에, 많이 할 수 있는 두뇌라고 볼 수 있다.
인공지능의 특성상 수많은 연산을 동시에 처리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인공지능이라는 기술과 ‘궁합’이 잘 맞는 두뇌는 GPU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CPU가 필요하지 않은 건 아니다. GPU는 단독으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에 결국 CPU의 제어를 받아야하고, 그렇기 때문에 GPU는 CPU와 끊임없이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한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 컴퓨터의 두뇌가 계산을 할 때마다 결과값이 나오고, GPU의 특성을 살피면 그 결과값의 개수는 굉장히 많을 수밖에 없다. GPU가 내뿜는 데이터의 양이 엄청나게 많다는 것이다. 이 데이터들을 CPU와 주고받을 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D램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성능의 D램으로는 GPU가 보내는 데이터의 양을 감당하기가 힘들다. 이를 '데이터 병목현상'이라고 한다. D램이 데이터를 제대로 처리해주지 못하니까 GPU가 계산을 안하고 놀게 되는 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반도체 기업들이 내놓은 이 문제에 대한 해답, 그것이 바로 HBM이다.
HBM은 이름처럼 '대역폭'이 굉장히 높은 D램이다.
병목현상은 특정 도로로 진입하려는 차량의 수는 엄청나게 많은데 진입로의 수는 적을 때 발생한다. 데이터도 마찬가지다.
HBM은 바로 도로를 1차선에서 12차선으로 넓혀서 병목현상을 해결할 수 있는 메모리다.
HBM은 D램 속도 경쟁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제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까지의 D램 속도경쟁의 양상이 자동차의 속도 자체를 빠르게하는, 그러니까 데이터 처리 속도 자체를 강화하는 방식이었다면 HBM은 1차선을 12차선으로 확장해 한번에 받아들일 수 있는 데이터의 양을 높이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개발은 최근 엔비디아, AMD 등 GPU를 만드는 회사들이 계속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HBM 러브콜을 보내면서 빛을 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세계 HBM의 약 90%를 공급하면서 양분하고 있다. 세계 D램 시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3파전이지만 HBM 경쟁에서는 마이크론이 한 쪽으로 밀려나 있다.
그렇다면 앞으로 계속될 이 HBM 전장에서 두 회사 가운데 승자는 누가 될까? 현재 상황만 놓고 본다면 SK하이닉스가 근소하게 앞서 있는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HBM이라는 제품 자체를 2013년에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기업이다. 최근 4세대 HBM(HBM3) 역시 SK하이닉스에서 세계 최초로 개발해냈고 양산도 세계 최초로 시작했다.
점유율 측면에서는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지만 외부 조사기관은 sk하이닉스의 손을 들어주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자신들의 HBM 시장 점유율이 50%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는데, 반도체 전문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HBM 시장 점유율은 SK하이닉스가 50%, 삼성전자가 40%다. 트렌드포스는 미래에 이 격차가 53%, 38%로 더 확대될 것으로 봤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삼성전자는 최근 HBM3와 패키징의 최종 품질 승인을 완료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4분기에는 5세대 HBM의 샘플을 글로벌 업체에 공급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HBM은 인공지능, 그리고 인공지능과 관련된 빅데이터, 자율주행 등 모든 미래 기술에 반드시 필요한 메모리반도체다. 결국 이 시장을 누가 선점하느냐가 향후 반도체 시장의 패권을 좌우할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시장에서 서로 경쟁을 통해 기술 발전 수준을 끌어올리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메모리반도체 신화’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윤휘종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