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예정대로 진행되나, 반도체 인력 확보가 관건

▲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2024년 말 미국 테일러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반도체인력 확보 문제를 선제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사진은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왼쪽)이 빌 그라벨 윌리엄슨카운티장과 ‘삼성 고속도로’ 표지판을 들고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비즈니스포스트] 삼성전자, TSMC, 인텔이 미국에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공장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면서 반도체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오스틴 법인을 통해 현지 인력을 충원하고 국내 평택, 화성 라인의 반도체 인력을 미국에 파견하고 있지만 원하는 규모의 인력을 모집하는 데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예정대로 2024년 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 공장을 가동하기 위해서는 반도체 인력 부족 문제를 가장 먼저 해결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21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TSMC가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반도체 전문인력 부족을 이유로 미국 애리조나 반도체 공장 가동을 2024년에서 2025년으로 1년 연기한다고 밝히면서 삼성전자도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류더인 TSMC 회장은 20일 “숙련된 노동자가 부족해 미국 애리조나 공장 건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만에서 엔지니어들을 미국으로 파견해 현지 근로자들을 훈련시켜야 할 수도 있다”며 “애리조나 공장이 반도체를 생산하는 시기는 2025년으로 늦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TSMC가 미국에서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유로 미국의 낮은 실업률과 함께 인텔과 치열한 경쟁을 벌어야 한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의 올해 6월 기준 실업률은 3.6%로 사실상 완전고용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인력 채용이 필요한 기업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환경인 셈이다.

게다가 TSMC 애리조나 공장은 인텔 공장과 인접해 있어 인력 쟁탈 경쟁에서 불리한 싸움을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인텔은 임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TSMC보다 높아 구직자들 사이에서 선호될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TSMC의 조직문화에 대해 미국인 노동자들의 반감이 커지고 있다.

TSMC에서 교육을 받은 한 미국 엔지니어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TSMC는 군사 문화를 가지고 있다”며 “경영진의 피드백은 미흡하고 휴가도 성과 평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이유로 자제해야 하는 분위기”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TSMC보다는 다소 나은 상황에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테일러 공장 인근인 오스틴 파운드리공장에서 반도체 인력 기반을 확보한 만큼 기존 현지 인력들을 활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 오스틴 공장에서는 약 3200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 가동 예정대로 진행되나, 반도체 인력 확보가 관건

▲ 삼성전자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 파운드리 공장 건설 현장. <경계현 삼성전자 대표이사 사장 인스타그램 갈무리>

삼성전자는 텍사스주를 중심으로 현지 대학과 연계한 반도체 직업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역사회와 협력관계도 강화하고 있다.

게다가 국내 평택과 화성 라인의 인력을 테일러 공장에 대규모로 파견해 핵심 인력을 보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4월 DS(반도체)부문 직원을 대상으로 주재원 인사를 실시했고 최근 초미세공정 인력을 포함해 수백 명의 인력을 미국 테일러 공장에 파견했다. 2024년까지 추가 전문 인력들이 미국에 파견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테일러 공장에는 최소 2천 명의 전문 기술인력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미국 현지 인재 확보가 필수적인데 미국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인 인력 부족 문제를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

만약 현지 인력 확보에 차질이 발생한다면 삼성전자의 2024년 말 공장 가동 계획도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DS)부문에서 미주 지역 사업을 총괄하는 한진만 부사장은 6월 온라인으로 열린 ‘식스파이브 서밋 2023’에서 “미국이 그동안 소프트웨어 기술에 집중하다보니 반도체 기술을 공부하는 학생 수가 많지 않다”며 “결국 모든 것이 사람 문제”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미국 언론과 연구기관도 미국 반도체산업의 가장 큰 약점이 인재부족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 IT전문지 프로토콜은 “반도체 기업들은 소프트웨어 기업에 취직하려는 대학생들을 고용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미국에 생기는 새로운 반도체 공장에는 수만 명의 숙련된 인력이 필요한데 이는 미국에서 태어난 학생들로만은 채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보도했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미국의 반도체 경쟁력 강화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스콧 케네디 미국 국제문제연구소(CSIS) 수석고문은 CNN과 인터뷰에서 “미국이 10개의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만들 수 있다고 해도 직원이 충분하지 않을 것”이라며 “자본이 아니라 인력이 미국의 반도체 제조설비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진단했다.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