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롯데마트가 1분기 실적에서 이마트를 바짝 추격했다.

매출과 이익 규모만 따지면 롯데마트가 여전히 이마트에 뒤진다. 하지만 매 분기마다 평균 500억 원가량 차이가 나던 영업이익 격차를 150억 원 수준으로 좁혔다는 점에서 롯데마트의 선전이 돋보인다.
 
컨설턴트 후배 ‘롯데마트 강성현’, 1분기에 선배 ‘이마트 강희석’에 판정승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1분기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며 대형마트 업계 1위인 이마트와의 영업이익 격차를 150억 원 수준까지 좁혔다.


강성현 롯데쇼핑 할인점사업부장(롯데마트 대표)이 수익성 개선을 위해 힘쓴 결과 컨설턴트 업계 출신 선배인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에게 판정승을 거둔 것으로 여겨진다.

12일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1분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롯데마트가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린 반면 이마트는 부진한 모습을 보이며 두 회사의 명암이 갈렸다.

이마트와 롯데마트 모두 11일 나란히 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가 실적을 같은 날에 발표한 것은 2020년 2월13일 이후 3년3개월 만이다.

이마트는 1분기에 자회사를 제외한 별도기준으로 총매출 4조1099억 원, 영업이익 643억 원을 냈다. 2022년 1분기보다 총매출은 2.6%, 영업이익은 29.8% 감소했다.

이마트의 별도기준 실적에는 할인점사업부(이마트)뿐 아니라 트레이더스사업부(트레이더스홀세일), 전문점사업부(일렉트로마트, 노브랜드 등) 등이 포함돼 있다.

할인점사업부만 따로 보면 이마트의 성적은 더 좋지 않다.

이마트는 1분기에 할인점사업부에서 총매출 3조169억 원, 영업이익 477억 원을 냈다.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2.5%, 영업이익은 37.0% 뒷걸음질했다.

이마트와 달리 롯데마트는 수익성이 대폭 개선됐다.

롯데마트는 1분기에 매출 1조4470억 원, 영업이익 320억 원을 냈다. 2022년 1분기보다 매출은 2.4%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91.8% 늘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절대적 규모만 비교하면 롯데마트가 여전히 이마트에 밀린다. 하지만 추세를 볼 때 롯데마트가 이마트보다 성적이 좋다고 볼만한 지점들이 여럿 있다.

우선 두 회사의 영업이익 격차가 좁아졌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하더라도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매 분기 영업이익에서 적게는 400억 원대, 많게는 700억 원대 뒤졌다. 2021년 1분기에는 이 차이가 900억 원까지 났다.

하지만 올해 1분기에는 이 차이가 150억 원대로 줄었다. 롯데마트가 이마트와 어깨를 견줄 수 있을 정도로 수익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다.

롯데마트의 선전은 추세적으로도 눈에 띈다.

롯데마트는 지난해 2년 만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이 상승하면서 뚜렷한 수익성 확대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까지 할인점사업부의 영업이익이 후퇴하며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양새다.

사실 두 회사의 경쟁은 각 수장이 컨설턴트 출신의 선후배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강성현 롯데마트 대표는 1998년 까르푸에 입사해 일하다가 2006년 글로벌 컨설팅기업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유통소비재 프로젝트 팀장을 맡으며 컨설턴트로 활약했다.

2009년 롯데 미래전략센터 유통팀장으로 자리를 옮긴 뒤 전문경영인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컨설턴트로 지낸 시간이 길진 않지만 컨설턴트 업계에 잠시나마 몸을 담았다.
 
컨설턴트 후배 ‘롯데마트 강성현’, 1분기에 선배 ‘이마트 강희석’에 판정승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


반면 강희석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컨설턴트 업계에서 잔뼈가 굵었다. 그는 행정고시에 합격해 공무원으로 일하다가 2005년 글로벌 컨설팅기업인 베인앤컴퍼니로 자리를 옮겨 14년가량 컨설턴트로 활동했다.

강성현 대표가 입사 시기로나 기간으로나 모두 강 사장에게 컨설턴트 후배인 셈이다.

이런 점에서 강 대표가 1분기에 낸 롯데마트 실적은 선배인 강 사장이 거둔 성과보다 좀 더 앞섰다고 볼 수 있다.

강 대표가 추진하고 있는 영업 효율화 전략이 강 사장보다 나은 성적표를 받아들 수 있었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사실 할인마트의 기존점 성장률만 보면 롯데마트는 –2.4%로 이마트 –0.7%와 비교해 부진했다.

그러나 롯데마트는 매출총이익률을 2.3%포인트 개선했으며 판매관리비도 69억 원 절감했다. 이런 노력은 1분기 롯데마트 영업이익이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데 기여했다.

롯데마트와 달리 이마트는 매출총이익률을 0.2%포인트 개선하는 데 그쳤으며 판매관리비율도 1.1%포인트 늘었다.

롯데마트의 수익성 개선에는 해외사업의 기여도 빼놓을 수 없다. 롯데마트는 1분기에 해외에서 매출 3790억 원, 영업이익 130억 원을 냈는데 이는 지난해 1분기보다 매출은 9.2%, 영업이익은 51.0% 늘어난 것이다. 롯데마트 해외점의 기존점 신장률은 7.9%나 됐다.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