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터리3사 ‘텃밭’ 유럽도 안심 못 해, 중국 경쟁사 물량공세 위협적

▲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며 대규모 투자로 물량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CATL의 독일 배터리 생산공장.

[비즈니스포스트] CATL과 이브에너지 등 중국 전기차 배터리업체가 한국 배터리 3사의 ‘텃밭’으로 꼽히던 유럽시장에서 잇따라 대규모 시설 투자를 결정하며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BMW를 비롯한 유럽 주요 자동차기업이 중국산 배터리에 의존을 높인다면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실적에 타격을 피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

중국 차이나데일리는 11일 “이브에너지가 헝가리에 11억8천만 달러(약 1조5600억 원)의 시설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며 “BMW의 전기차 배터리 공급이 목적”이라고 보도했다.

차이나데일리는 이브에너지의 투자가 전 세계 배터리시장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는 상황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에 해당한다고 바라봤다.

이브에너지가 공장을 신설하는 헝가리 데브레첸은 CATL이 지난해 73억4천만 유로(약 10조6500억 원) 규모 배터리공장 건설을 발표한 지역이다.

세계 전기차 1위 기업인 CATL은 해당 공장이 유럽 내 최대 배터리 생산설비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유럽 내 자동차 고객사들의 수요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CATL은 이미 지난해부터 독일에도 대형 전기차 배터리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이브에너지는 시장 조사기관 SNE리서치의 1~2월 집계 기준으로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9위 기업이다.

차이나데일리는 이처럼 CATL 이외에 다른 중국업체도 해외에서 전기차 배터리 수주 실적을 확보하며 투자를 늘려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중국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성장해 온 배터리기업들이 이제는 해외에서도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아 선진 국가에도 중요한 협력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것이다.

BYD가 최근 글로벌 배터리 2위 기업으로 성장하며 LG에너지솔루션의 점유율을 제친 것과 세계 10위 업체인 신왕다가 해외 공장 투자를 시작한 사례도 근거로 제시됐다.

차이나데일리는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중국 배터리업체의 해외 진출 성과는 생산능력 확대와 제조 기술력, 가격 경쟁력 강화에 따른 것”이라며 “해외 기업과 비교해 우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배터리3사 ‘텃밭’ 유럽도 안심 못 해, 중국 경쟁사 물량공세 위협적

▲ SK온의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 생산공장.

기존에 유럽 전기차 배터리시장을 텃밭으로 삼아 안정적 실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던 한국 배터리 3사가 중국 경쟁사들의 강력한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는 의미다.

특히 헝가리에 중국 배터리업체들이 잇따라 대규모 공장 투자 계획을 앞세운 것은 상징적 의미도 있다.

삼성SDI와 SK온 모두 헝가리를 중요한 생산 거점으로 두고 유럽 내 전기차 배터리 고객사의 수요에 대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헝가리는 유럽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로 꼽히는 독일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BMW를 비롯한 대형 고객사의 수주를 확보하는 데 유리한 지역이다.

그러나 BMW는 최근 CATL 및 이브에너지와 잇따라 배터리 공급 협약을 체결하며 삼성SDI와 같은 기존 주요 협력사에 의존을 낮추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국 배터리업체가 앞으로 가동을 시작할 헝가리 전기차 배터리공장의 생산 능력과 가격 경쟁력을 고려한다면 다른 자동차기업도 중국업체와 협력을 적극 검토할 공산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은 최근 시설 투자를 대부분 미국에 집중하며 바이든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맞춰 급성장할 미국 전기차시장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유럽에 투자한 배터리공장 규모도 상당한 수준인 만큼 중국업체들의 공세가 유럽 내 공급 물량 감소나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미국에 설립되는 배터리공장의 가동 시기가 아직 수 년 정도 남아있다는 점도 한국 배터리 3사가 유럽시장에서 중국과 경쟁에 적극 대응해야만 하는 이유로 꼽힌다.

차이나데일리는 “중국 배터리업체는 폭넓은 공급망 안정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전기차 배터리 공급 능력을 갖추고 있다”며 “주요 국가의 친환경차 수요 증가가 중국의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