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포스트] 이종국 에스알(SR) 사장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부터 '완전독립'을 향해 잰걸음을 딛고 있다.

고속열차 발주사업 입찰경쟁으로 열차 도입과 운영 비용을 낮추고 그동안 SRT가 운행하지 않던 노선 운행을 확대해 KTX와 경쟁체제를 고도화하려고 한다.
 
이종국 SR 홀로서기 탄력, 1조 고속열차 수주경쟁에 SRT 노선 확대까지

▲ 이종국 에스알(SR) 사장이 홀로서기를 위해 잰걸음을 하고 있다.


20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에스알 고속열차 발주사업 입찰에 우진산전이 참여하면서 현대로템의 독주체제가 깨질지 관심이 집중된다.

에스알은 2027년 도입을 목표로 차량구매비용 5255억 원(112량)과 유지보수비용 4750억 원이 드는 신규 고속철도차량(EMU-320) 발주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협력업체였다가 성장한 우진산전은 서울 지하철 5·7·8호선, 코레일 1호선과 일산선 등을 제작해왔지만 고속열차 제작 경험은 없다. 이번 입찰에는 스페인 업체 '탈고'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했다.

탈고는 동력집중식 고속열차 전문업체로 250㎞로 달리는 탈고 250과 330㎞의 속력을 내는 탈고 에이브릴 등을 제작하고 있다. 덴마크와 독일, 사우디아바리아 등에 차량을 수출하기도 해 우진산전의 기술력 부족을 메울 것으로 전망된다.

우진산전은 지난달 7600억 원 규모의 KTX 평택~오성선 신규 고속철도 입찰에도 참여했지만 컨소시엄을 맺기로 했던 탈고가 빠지면서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한 바 있다. 당시에는 1단계 기술평가 문턱을 넘지 못하며 현대로템에 고배를 마셨다.

에스알은 21일 가격개찰을 통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한 뒤 다음주 세부사항 협의를 이어간다.

현대로템과 우진산전의 가격경쟁이 벌어지면 입찰가격이 낮아질 수 있는 만큼 에스알은 사업비용을 아낄 수 있다. 

지난해 대전조차장 탈선과 통복터널 전차선 단전사고 등을 겪은 뒤 코레일로부터 홀로서기를 하려는 이종국 사장으로선 반가운 부분이다.

이종국 사장은 1월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금 같은 유지보수 체계로는 안전을 확보할 수 없다"며 "코레일과 분리해 독자적 길을 가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전차선 단전사고 원인은 부실한 자재 사용과 공사 과정의 허술한 관리"라며 "에스알 자체적으로 차량 정비를 확대하고 코레일과 위수탁 계약을 재정비하겠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새로 도입할 열차 14대의 자체 정비를 위해 평택지제역 인근에 철도 차량기지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국가철도공단은 에스알의 요청에 따라 2월 기획재정부에 평택지제차량기지 건설사업의 예비타당성조사를 신청했다.

현재 에스알은 차량 정비 및 유지보수 업무를 코레일에 위탁하고 있다. 에스알이 현대로템이나 우진산전 등 민간에 정비업무를 맡기면 현재 코레일에 지급하는 비용의 70% 수준으로 지출 규모가 감소하고 차량정비기간도 현재보다 단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가 SRT 운행을 창원·여수·포항 등으로 확대하는 점도 이 사장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국토교통부는 4일 철도산업위원회를 열고 당정 협의를 거쳐 SRT 운행을 올해 9월부터 경부‧호남고속선에서 경전선(창원‧진주), 전라선(순천‧여수), 동해선(포항)으로 확대해 나가기로 결정했다.

이들 노선은 그동안 코레일이 단독으로 운영했던 만큼 철도경쟁체제가 본격화되는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다만 SRT와 KTX 체제가 반쪽짜리 경쟁이라는 시선도 있다. 차량 부족 문제를 겪고 있는 에스알이 신규노선을 운행하기 위해선 상대적으로 차량에 여유가 있는 코레일에 기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SRT와 KTX 모두 출발역이 각각 수서역과 서울역·용산역으로 제한돼 있고 에스알은 열차 예발매 시스템, 차량검수, 운행관리, 콜센터 등 열차 운영을 위한 시스템의 상당부분도 코레일에 의존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운행계획 조정 및 정비 효율화 방안을 협의해 에스알이 코레일로부터 차량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편 에스알은 코로나19 영향으로 2년 동안 영업손실을 내는 등 적자경영을 이어오다 지난해 영업이익 141억 원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