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 동박사업 본격화, 김교현 배터리소재 다변화로 체질전환 가속

▲ 롯데케미칼이 올해부터는 성장산업인 배터리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올해 배터리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경쟁 화학업체들과 비교하면 새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다소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지난해 인수한 동박 사업을 시작으로 배터리 소재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체질 전환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13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의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옛 일진머티리얼즈) 인수 효과가 본격화하며 올해 실적에 기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인수 작업이 마무리돼 2분기부터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가 롯데케미칼 실적에 힘을 보태는 만큼 롯데케미칼도 동박 사업을 통한 이익을 본격적으로 누릴 수 있다는 것이다.

동박은 두께 10㎛(마이크로미터, 1㎛는 100만분의 1m) 안팎의 얇은 구리로 배터리 내부에서 흑연, 실리콘 등 음극재의 지지체와 집전체 역할을 하는 핵심 소재다. 

배터리 소재 가운데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양극재이지만 동박 역시 전기차 보급률이 확대되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소재다. 

배터리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배터리용 동박 시장은 2021년 27만 톤에서 2025년 75만 톤 규모로 연평균 4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액으로 환산한 시장규모는 2018년 1조5천억 원에서 2025년 10조 원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인다.

2021년 기준으로 롯데머티리얼즈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13%로 SK넥실리스(22%), 중국 왓슨(19%), 대만 창춘(18%)에 이어 4위다. 다만 롯데머티리얼즈가 롯데그룹에 인수돼 자금력을 보강한 만큼 이전보다 시장 내 입지를 더 강화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동박 사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생산능력을 확대하면서 글로벌 생산거점을 구축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동박 생산능력을 지난해 말 기준 6만 톤에서 2027년 22만5천 톤까지 확대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특히 말레이시아 공장의 생산능력을 현재 4만 톤에서 13만5천 톤으로 가장 많이 늘릴 예정이다. 이밖에 스페인 공장과 미국 공장을 각각 2024년, 2025년 준공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말레이시아는 수력발전을 통해 생산된 전기를 사용할 수 있어 전력 비용이 훨씬 저렴한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말레이시아의 사라왁 주정부와 전력 공급 계약을 맺고 한국보다 40% 저렴한 수준으로 전력을 사용하기로 했다. 

동박 제조 원가에서 전기 요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15% 정도나 되는 만큼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했을 때 적지 않은 수익성 개선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양극재에 가려져 다소 부각되지 않은 측면도 있지만 동박업체들 역시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의 수혜 기업으로 꼽힌다.

전창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하반기부터 기존 고객사에 동박 판매를 확대하고 신규 고객 다변화로 유의미한 개선세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본격 발효에 따라 동박 증설을 위한 현지투자 계획이 구체화하고 신규 수주도 본격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롯데케미칼은 배터리소재를 중요한 신성장 사업으로 점찍고 육성하려고 하고 있지만 화학업종 경쟁사들과 비교하면 시장 진입이 늦었을 뿐 아니라 실제 성과도 크게 내지 못했다.

LG화학은 양극재부터 배터리 셀에 이르기까지 밸류체인을 구축해 놓았고 SKC와 SK이노베이션은 동박, 분리막, 셀 등을 그룹 내에 내재화한 상태다. 이들은 배터리 관련 사업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내며 주식시장에서도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반면 롯데케미칼은 여태껏 배터리 사업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인수 당시 고가 매수 논란을 무릅쓰면서도 롯데케미칼이 공격적으로 인수에 나선 배경에는 배터리소재 사업을 서둘러 키우길 바라는 절박감이 배경에 자리잡은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부터 롯데머티리얼즈가 롯데그룹 울타리 안에서 본격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되면 동박 사업 비중이 롯데케미칼 배터리 관련 사업 가운데 대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배터리 소재 사업의 성과가 가시화하는 데는 아직 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동박 사업은 롯데케미칼을 중심으로 롯데그룹이 배터리 관련 사업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다른 배터리 소재사업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데 중요한 토대를 마련하는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박 사업에서 거둬들이는 이익도 적지 않을뿐더러 그룹 내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낼 여지도 많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그룹 화학군 계열사들과 함께 다양한 배터리 소재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등 롯데그룹 화학군 계열사들은 리튬이온배터리 4대 소재(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직·간접적으로 투자 및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동박사업 본격화, 김교현 배터리소재 다변화로 체질전환 가속

김교현 롯데케미칼 대표이사 부회장이 체질전환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자체적으로 분리막용 폴리에틸렌과 전해액 유기용매 쪽으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을 세웠고 롯데알미늄과는 합작을 통해 양극박 사업을 진행한다. 롯데정밀화학은 또 다른 동박 업체인 솔루스첨단소재 지분투자를 통해 간접적으로 동박 사업을 발을 들여 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그룹 화학군과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각각의 고객사 네트워크를 공유하며 판매처를 다변화하는 등 시너지를 도모할 여지가 적지 않아 보인다. 

김교현 부회장도 2022년 10월 롯데머티리얼즈 인수를 위해 2조7천억 원의 주식매매계약을 맺으며 “롯데그룹 화학군은 적기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지소재사업의 사업 역량을 높이는데 최선을 다하고 계열사간 유기적인 협업으로 회사와 고객, 주주의 가치 향상을 이끌어 나갈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배터리 소재사업에 7조2천억 원을 투자하고 배터리 소재사업 매출을 2023년 1조5천억 원에서 2030년 7조 원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워 놓았다.  

김 부회장은 3월 열린 올해 롯데케미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수소 사업 생태계 조성과 배터리 소재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통해 미래 신성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의미 있는 신사업 영역을 확대하겠다”며 신성장 사업으로 수소와 함께 배터리 소재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다만 수소 산업은 아직 본격 개화까지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미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는 배터리 소재 사업과 비교하면 장기적 안목에서 진행될 공산이 크다.

롯데케미칼이 기존 석유화학에서 신성장 사업 분야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에서 배터리 사업이 부각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류근영 기자